[작심62일차]시 셋 그리고 일기

착실하게

by 김연필

시 하나. 내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내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당신을 집에 데려다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조금 더 있고 싶어하는 것


내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비록 매일같이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그 시작과 끝을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


내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당신과 함께 서로의 얼굴에 새긴 그 삶의 흔적

그 흔적을 조용히 바라보며 늙어가는 것


내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함께 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 뿐이라는 것


내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당신도 나만큼 사랑하는 것



시 둘. 그대 여행을 떠나려거든


그대 여행을 떠나려거든

가방을 가볍게 가볍게 하시게나


그대 여행을 떠나려거든

마음을 가볍게 가볍게 하시게나


그대 여행을 떠나려거든

그저 가볍게 가볍게 하시게나


시 셋. 왜?


작고 빨간 입술로 말한다.

바앍갛게 상기된 두 볼로 말한다.

큰 두눈에 눈물을 머금고 말한다.


나는 왜 차여야만 하는거죠?


반짝이는 큰 두눈을 가진 그녀인데

수줍게 붉어지는 두 뺨이 귀여운데

바닐라향기가 날 것 같은 빨간입술인데


누가 그녀를 찬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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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올라가는 KTX 열차안이다.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두 눈꺼플도 어깨도 몸도 다 무겁다. 당장이라도 잠들고 싶지만, 해야할 일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서울에 도착해서 집에 가면 또 12시가 넘어있을 시간이다. 조금 피곤하더라도 차라리 지금 이러는게 여러모로 낫다. 이따금씩 졸음이 훅-훅-들어오기도 한다. 그냥 눈을 감아버리고 싶지만, 아직 3분 남았다. 잠을 안 재우는 것도 엄청난 고문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약간 비몽사몽 한 지금 느낌은 나에게 더이상 글을 쓰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 그만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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