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처음가는 제주도
갑작스레 생긴 여름 휴가를 조금 허망하게 보내고, 며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쁘다가 추석 연휴와 함께 또 한번의 휴가가 생겼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 가려고 했던 제주도를 이 기회에 가기로 했다.
처음 가는 제주도는 아니지만, 혼자서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맨 처음 제주도에 갔을때는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던 2006년이었다. 당시 함께 동행했던 친구랑 제주도에 들어와 한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나서 사회적 혁신을 꿈꾸는 다양한 분야의 100인들이 함께 모여 자유롭게 컨퍼런스를 해보는 inspired@Jeju에 참가하기 위해서 였고, 그 이후로 친구들과 함께 1박 2일로 두번, 끝으로 inspired@Jeju와 비슷한 컨셉의 oiji프로그램 참가차 왔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홍대 쫄깃쎈타에 마치 운영자처럼 너무 자주 있었던 탓인지, 사람들은 내가 제주 쫄깃쎈타에도 여러번 다녀갔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아직 한번도 제주 쫄깃쎈타에 가 본 적이 없다. 고래그림이 그려진 건물도 사진으로 본 게 전부이고, 거실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 비양도도 사진으로만 봤을 뿐이다. 여기서 살짝 아쉬운건 쫄쎈 건물앞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비양도를 쫄센 거실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테러 위험이 증가했다면서 조금 서둘러 탑승수속을 마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도 와서 살짝 일찍 왔는데, 그냥 기다리는 시간만 늘어났다. 심심하게 기다려야 할 뻔 했는데, 나에겐 30분 글쓰기가 있었다. 뭔가 시간과 여유를 번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얼마전에 인스턴트 톡 작업으로 두번째 노래를 만들었다. 조건반의 키워드 여행과 나의 키워드 가을이 만나 만들어진 노래다. 이번 노래는 조건반이 먼저 작곡을 하고 거기에 내가 가사를 붙였다. 생각보다 괜찮은 노래가 나온것 같아 즐겁고 기분이 좋다. 뭐, 돈 벌려고 만든 것도, 다른 뮤지션들과 경쟁 하려고 만든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 둘의 창작 놀이이긴 해도 보컬이 귀에 거슬리는 건 어쩔수가 없다.
작곡된 곡에 글을 붙이려니깐 먼저 글을 쓰는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정해진 멜로디 안에서 운율을 맞춰야 했고, 멜로디의 느낌에 맞춰 글에 나름 무드와 무게감을 담으려니 내가 가진 기지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최고의 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안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놀이이기 때문에 부담은 적었다. 최선의 작품을 만들려고 하면 놀지 못하고 지칠거라고 예상하길 잘했다. 조건반도 나도 부담이 없고, 또 함께 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아! 오늘 제주도에는 한복을 차려입고 가고 있다. 왜 한복을 입었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그냥 입고 가고 싶었다. 집에서 출발하려는데 비가 오길래 그냥 입지 말까 싶기도 했지만, 뭐 어때. 그냥 입자.하는 마음이 더 강했다. 그렇게 버선부터 상투에 갓까지 풀 드레스업으로 지금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따금씩 날 보고 놀라거나 슬쩍슬쩍 웃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하루에 잠깐이나마 이벤트를 만들어 준 것 같아 입고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 단점이 하나 있다면, 덥다는 것 뿐이다.
제주도에 가서 뭘 할지는 나도 모른다.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 단지, 일단 오늘은 쫄깃쎈타에 갈 것이고 돌아오는 날까지 숙소는 그 곳이라는 것 뿐이다. 나머지는 그때그때 생기는 이벤트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No Plan은 언제나 Best Plan이니깐!
보너스
인스턴트 톡의 두번째 곡
가을, 제주도 그리고 너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youtu.be/EpbRgXJLqc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