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입대한지 딱 한 달이 되었다. 매일 일기를 쓰기에는 시간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여건이 안 되는 탓에, 한 달을 겹겹이 눌러 담아 월(月)기를 작성하고자 마음먹었다. 기실은 일정이 바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조차 힘들지만, 오래간만에 주어진 신기루 같은 공백 동안에 오랜만에 펜을 들어 보았다.
군에 입대했다고 하면 주로 “사람은 어떠냐,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밥은 괜찮냐, 건강 챙겨라” 등의 소소한 안부 인사를 받는다. 그런 주변의 안부 인사가 무색하게도 건강상의 문제로 은근한 고생을 겪었다. 분명 일 년에 한번, 많아야 두 번쯤 아플 정도로 쌩쌩했는데, 입영 주차부터 시작해 근 삼 주간 끙끙 앓은 후에야 기력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몸이 성하지 않으니 생활관에서 운동을 하기도 곤란하고, 할 수 있는 건 독서뿐이라 책만 열심히 읽어댔다.
내가 읽는 책은 대부분 어머니의 추천도서다. 그 뜻은 곧 어머니께서 한 번씩 읽은 책 들이라는 뜻인데, 책 속에서 어머니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책을 읽으실 때 몇 가지 습관을 가지고 계신다. 첫 번째는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긋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만의 코멘트를 달아두는 것, 마지막으로 책 맨 앞에 짧은 서평을 작성해 두시는 게 그것이다. 짤막한 코멘트와 서평을 통해 만난 어머니는 가족에 대해, 나와 형에 대해, 때로는 어머니의 삶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주셨다.
이야기보따리는 훈련소 동기들과도 자주 풀어대곤 하였다. 훈련 전 대기 시간에, 잠깐잠깐 주어지는 휴식 시간에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것이다. 그런 훈련소 생활이지만 문득문득 외로움이 사무쳐 오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찾아온 외로움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댈 적에, 간신히 뻗은 손에 닿은 부표는 어머니의 책이었다. 바쁘게 반복되는 어제 같은 오늘, 그 가쁜 훈련소 생활에서 소소한 습관으로 나의 외로움을 쓸어내 주신 어머니가 떠오르는 오늘이다.
2024.05.08
어버이날, 훈련소 월(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