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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Feb 01. 2023

산미 있는 커피 어떠세요?

 커피는 중간 볶음 정도의 원두였다. 그라인더로 갈아 고노 드리퍼로 내렸다. 몇 모금 마셨는데, 에스프레소만큼 묵직하다. 요즘 트렌드인 꽃향기와 과일 향이 나는 커피와는 다르다. 깊은 단맛에 혀를 지긋이 누르는 바디, 목 넘김 끝에는 산미가 살짝 느껴진다. 오래전에 마셨던 ‘강배전’이라 불리던 커피의 향미가 짙게 깔려있다.  


 규모와 상관없이 커피에 진심인 카페에 가보면 주문시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다. 크게는 고소한 커피와 산미가 있는 커피로 나눈다. 조금 더 세분화된 곳은 묵직한 쓴맛까지 세 종류의 원두 선택이 가능하다. 지금 일하는 카페도 고소한 맛과 산미가 있는 맛의 커피를 준비해 놓고 있다. 고객의 90%는 ‘고소한 맛’을 선택한다. 아니 95%.


 맛이라는 것은 지역, 나라, 크게는 민족의 음식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미’라는 것이 한국인에게 어떤 맛일까? 우리나라에서 산미를 보통 ‘신맛’이라고 에둘러 말하지만, 신맛이 산미의 적확한 표현은 아니다. 우리 음식 중에 신맛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신김치 정도다. 심지어 ‘신맛’이 난다고 하면 부정적인 뉘앙스까지 풍긴다. 실제 산미 있는 커피를 처음 접하신 분이 커피가 상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본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산미’라는 것은 한국의 음식 문화에서 찾기 힘들고, 그래서 산미 있는 커피의 대중화가 더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서양의 경우는 어떠할까? 간단히 예를 들어, ‘타바스코’ 소스를 생각해 보자. 흔히 ‘핫소스’라고 부르며 느끼한 요리를 매운맛으로 잡는 데 사용한다. 그런데 타바스코 소스가 정말 매운맛일까? (엄밀히 매운 것은 맛이 아니지만 편의상 맛이라고 해보자) 잘 생각해보면 타바스코는 새콤한 맛이 강하다. 그 새콤함이 뒤에 느껴지는 매콤함이 밋밋한 음식에 생기를 더한다. 이는 타바스코뿐만 아니다. 그들의 음식 문화에는 우리가 신맛이라고 느끼는 ‘산미’있는 소스를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산미 있는 커피를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고소한 커피든, 산미있는 커피든 취향일 뿐이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커피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산미 있는 커피를 설명하는 일이, 그래서 한 번쯤 경험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굳이 산미 있는 커피를 드시지 않아도 된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 카페를 방문하기도 하지만, 그냥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사색을 즐기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카페 방문의 목적이니까. 그래서 어쩌면 더, 기존과는 다른 새콤한 맛과 과일 향이 풍기는 커피가 앞에 놓여도 괜찮은 건 아닌가 생각도 든다.


그래서 종종 원두 선택을 망설이는 손님께 물어본다. 

산미 있는 커피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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