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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Feb 04. 2023

결국은 에스프레소

 우리가 느끼는 ‘맛’이라는 것은 대부분 향이다. 사실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의 다섯 가지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수백 가지 맛을 느끼게 해주는 향이 선명하게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 다섯 가지의 맛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을 근거로 보자면, 우리가 커피를 마시면서 느끼는 수십 가지의 맛은 향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단맛, 신맛, 쓴맛 등의 ‘맛’이 분명해야 원두가 가진 향이 살아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기본이 중요하다, 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전에는 카페에 가면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이 두 가지를 마셔보면 그 카페가 어떤 커피를 추구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그니처 메뉴가 대중화되면서 각 카페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특히 에스프레소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 정성껏 마셨다. 에스프레소는 모든 커피의 기본이기 때문이었다. 아메리카노냐, 베리에이션이냐에 따라 추출의 변화가 살짝 있지만, 그렇다고 에스프레소가 별로인데 다른 커피 메뉴가 맛있기는 쉽지 않다.  


 “커피 뽑는 거 쉬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맞다. 쉽다. 그라인더로 포타 필터에 커피를 담아 탬퍼로 탬핑하고 머신에 장착해서 버튼을 누르면 에스프레소가 나온다. 그 추출된 샷을 뜨거운 물에 섞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스팀한 우유를 섞으면 라테가 된다. 그런데 이 과정 사이사이에 디테일한 무언가가 있다. 바리스타는 그 디테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맛, 단맛, 쓴맛의 조화를 에스프레소 한 잔에 담아내야 한다.


 에스프레소는 중요하다. 에스프레소가 커피의 모든 것, 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맛있는 커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에스프레소가 맛있어야 다른 변주된 커피도 맛있다. 이는 마치, 수백 가지 향을 선명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다섯 가지 맛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말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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