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주문을 받다 보면 브루잉 커피가 뭐냐고 묻는 손님이 계신다. 우리나라 커피 문화에서는 브루잉이라는 단어보다는 핸드 드립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그래서 핸드 드립 커피라고 말씀드리면 금방 이해하신다. 종종 외국인 손님도 브루잉 커피가 무엇인지 묻는데, 그럴 때는 핸드 드립이라는 표현보다 푸어 오버라고 설명드리면 어느 정도 감을 잡으신다. 브루잉은 영어 단어 brew+ing이다. '양조하다' 라는 단어로 번역하는데 보통 맥주를 만들 때 쓰는 단어다. 동시에 커피를 끓일 때도 사용한다. 그래서 보통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만드는 아메리카노나 라테는 브루잉 커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럼 핸드 드립 커피는 무엇이며, 푸어 오버 커피는 무엇일까? 그 둘은 비슷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비슷하다. 핸드 드립은 일본에서 온(시작된) 단어다. 그래서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다도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들이 커피를 내릴 때도 차를 내리듯 정성껏, 섬세하게 추출한다. 영미권 사람들에겐 hand drip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겠지만 손의 기술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hand라는 단어 사용은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반면 푸어 오버(pour over)는 단어에서 오는 느낌 그대로 부어서 덮는 느낌이 든다. 스킬이 중요하기보다는 정량적인 방법으로 최대한 일정하게 추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지금은 저울 사용이 보편화됐지만, 핸드 드립 초기에만 해도 경험으로 축적된 ‘감’으로 뜸을 들이고, 추출을 했다. 브루잉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그렇다고 브루잉 커피가 핸드 드립과 푸어 오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에 가면 오늘의 커피가 있다. 종종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데 5분 정도 걸립니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때 기계로 내리는 커피가 브루잉 커피다. 또 집에서 커피 메이커로 커피를 내려도 브루잉 커피다. 꼭 수동으로 커피를 내려야 브루잉 커피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브루잉 커피는 에스프레소와는 다르게 독특한 매력이 있다. 사람에 따라, 또 추출 도구에 따라 맛이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세상에는 수많은 브루잉 레시피가 존재한다. 이는 커피 맛은 취향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의 기준은 있지만 그 안에서 자유로움이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 브루잉 커피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