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카페 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오름 Mar 20. 2023

남은 커피? 남긴 커피?

음료를 드시고 카페를 나서는 손님의 잔을 보면, 종종 커피를 남기시는 분이 계시다. 그럴 때면 여러 생각이 든다. 특히 내가 만들었던 커피를 마신 손님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식사를 하시고 오셔서 배가 불러 커피를 다 못 드신 건가? 원래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딱히 마실 음료가 없어서 그냥 커피를 주문하시고 남기신 건가? 카페인에 약하셔서 딱 그 정도까지만 마셔야 밤에 잘 주무실 수 있는 손님인가? 카페 투어 중이어서 이 정도의 커피만 마시고 다음 카페로 향하신 건가? 대화에 집중하시다가 커피가 식어서 남기고 가신 건가? 아니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다 드시지 못하고 나가신 걸까? 비워지지 않은 컵을 보면서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그럼에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커피가 맛이 없으셨나?  


커피 한 잔을 생각해 본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제조하는 수백 잔의 음료 중 하나겠지만, 그 손님에게는 자신의 돈을 주고 구입한 딱 한 잔이다. 그 사실을 생각하면 더 신경 써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커피를 포함한 식음료는 분명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해서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 없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만든 커피, 내가 일하는 카페의 커피를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만들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 다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그랬으면'하는 마음만 가질 뿐이다.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기분 좋은 순간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 제일은 다 마신 커피 자국이 있는 잔을 볼 때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리필 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