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카페 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 Mar 15. 2023

리필 되나요?

"커피 리필 좀 해주세요."

손님 한 분이 오셔서 커피 리필을 요청하셨다. 순간 바 안에 있던 모두는 긴장했다. 일하는 카페는 리필 제도?가 없기 때문이었다.  


"저희는 리필이 안됩니다, 손님"

"전에는 리필 해주던데 왜 지금은 안돼요?" 


긴장은 당황으로 바뀌었다. 카페가 오픈하던 날부터 지금까지 리필을 해준 적이 없다. 손님이 다른 카페와 착각을 하셨거나 정말 커피를 한 잔 더 드시고 싶으셨던 것 같다.  


나름 카페를 꽤 오래 이용했던 사람으로서 종종 커피 리필을 해줬던 카페들이 기억난다. 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아 처음 주문한 커피와 같은 커피를 리필해 주는 곳도 있었고, 가정용 커피 브루어에서 내려주는 커피로 리필을 해주는 곳도 있었다. 어찌 됐든 예전엔 '리필'이 가능한 카페가 있었고 그건 일종의 '정'같은 것이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리필을 해주는 곳이 많지 않다. (이케아 정도?) 아! 여기서 리필이란 공짜를 의미한다. 한 잔을 마시면, 다시 한 잔으로 더 공짜로 마실 수 있는 리필! 간혹 약간의 금액을 더 받고 리필을 해주는 카페도 있다. 꽤나 합리적인 절충안이라고 생각한다.  


난 커피를 판매하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또한 구매자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리필, 그거 얼마나 든다고 한 잔 더 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판매자 입장 역시, 이 어려운 시기에 카페까지 찾아와 주셔서 이용해주시니 감사한 마음으로 그 요청을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카페의 정책은 중요하다. 정책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면, 일종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페를 찾는 모든 분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만약 아메리카노 한 잔에 5천 원을 지불했으면, 그것은 그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이고 이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정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간혹 그 혜택이 돌아가는 사람이 있는데 카페에서는 그런 사람을 '단골'이라고 부른다) 


어찌 됐든 손님의 요청은 사장님까지 올라가서 거절됐다. 그러시더니 한 마디 하신다.

"내가 여기에서 산 게 얼마인데, 이걸 안 해주네."

심적으로는 이해가 가나, 이는 단순히 커피 한 잔의 문제는 아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다.

"죄송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메추 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