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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Mar 01. 2023

저메추 해주세요

“저메추 해주세요”

함께 일하는 젊은 친구 A가 퇴근을 앞두고 내게 말했다.

‘응? 대체 뭐라는 거지?’


“아, 네”

대충 얼버무렸다. 내 반응이 신통치 않았는지, 다른 동료 B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을 받은 B도 알아듣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A와 나는 열 살 넘게 차이가 나니 그럴 수 있지만, B는 4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왜 못 알아듣는 거지, 싶은 찰나 A가 B를 놀리듯 물었다. 

“저메추가 뭔지 모르죠?”

“에? 에… 저메추가 뭐예요?”


저메추는 저녁 메뉴 추천, 을 줄임말이다. 난 한글 맞춤법도 최대한 맞게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금방 사라질 유행어에는 둔감하려고 나름 애쓰는 타입이다. 이런 줄임말을 들을 때면, 대체 왜? 그냥 써도 되는 말을 저렇게까지 줄여서 쓸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론 말이라는 것은 점점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효율성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요즘 줄임말은 좀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든다.


카페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또 힘들었던 것은 음료 이름을 다 줄여서 부른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메뉴 줄임말을 듣는 순간 몸이 반응해 알아서 준비하지만, 처음에는 엄청나게 헷갈렸다. 대체 무슨 메뉴를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외계어를 주고받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건 세대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익숙해짐의 문제였다.


아아, 뜨아를 비롯해서 아바라, 아밀카, 뜨그라, 얼에, 후티 등등 알아듣기 힘든 말이 수두룩했다. (그나마 아아, 뜨아는 대중화? 된 탓에 손님들도 줄임말도 주문하곤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줄여서 부르는 것이 일을 하는데 효율적이다. 다만 앞에서 불러주는 사람의 발음 정확도에 따라 잘못된 음료가 만들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피크 타임에는 상당히 유연하게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젊은 친구들과 일하니 배우는 것이 많다.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줄임말을 배우게 될까? 이제는 모르면 더 적극적으로 무슨 뜻인지 물어봐야겠다.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려거나 그런 언어를 사용하면 젊어지는 느낌이 들어서가 아니다. 적어도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고 일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줄임말, 그거 은근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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