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운동화였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쉬지 않고 움직이는 바리스타의 직업 특성상 발을 보호하는 것은 일을 계속하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 던 것은 아니고… 13년 전이라면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일이다. 이제껏 앉아서만 일을 하다가 갑자기 몸을 쓰는 일을 하려니 하루가 끝날 때 즈음엔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특히 발이 아팠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발의 안전! 을 사수해야 했다.
내가 가진 신발의 90%는 운동화다. 구두나 그 밖의 다른 형태의 신발을 신을 일도 없었고 운동화가 예쁘고 편했다. 게다가 신발을 험하게 신지 않는 습관 덕에 오래전에 신었던 신발까지 차곡차곡 신발장에 쌓여있었다. 그럼에도, 새로 시작한 일을 하기에 ‘편한’, ‘안전한’ 신발은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에 문제가 생기면서 문자 그대로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이 필요했다.
‘편한 신발’, ‘편안한 운동화’, ‘바리스타 신발’, ‘서서 일하는 직업 신발’
각종 키워드를 검색해서 운동화 하나를 주문했다. 신발장에 쌓여있는 운동화를 보며 마음이 살짝 찔렸지만, 이건 소비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작가에게 연필은 소비가 아니라 작품을 쓰기 위한 투자이듯, 바리스타에게 운동화란 생산성을 위한 투자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옳았다.
새로운 시도는 삶의 경계를 넓혀준다. 앉아서만 일을 할 때는 서서 일하는 직업의 고뇌를 알지 못했다. 몸은 피곤하지만(발바닥이 무지 아프지만)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합리화해 본다. 그나저나 젊은 친구들은 실내화 밑창 같은 반스나 컨버스를 신고 어찌 하루 종일 일하는지… 내가 지금보다 어렸다면 그런 신발을 신고 일할 수 있었을까? 내일은 신발장에 모셔져 있는 컨버스를 신고 근무를 해볼까? 여전히 내 삶의 경계는 더 넓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