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암치료
불쌍한 내 새끼,
조혈모세포 이식 후 첫날은 '지금 이 아이가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활발히 놀더니,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오늘은 오전부터 솔이의 낯빛이 거무스름하게 변하고, 늦은 밤까지 구토와 설사로 힘들어하다가 잠이 들었다.
내가 잠을 재울 필요도 없이 그냥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어버리는 너...
내 불쌍한 새끼, 얼마나 힘들었니...
조혈모세포 이식과정은 우리의 몸에 흐르는 혈액의 근원인 골수의 상태를 무로 만들고, 이를 재생시키는 과정이기에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조혈모세포 이식 일을 제2의 생일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그 작은 피주머니가 주입되는 순간, 이 치료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중요한 의식이라도 치루 듯 지켜보며 간절히 바라는 순간이 존재한다.
실제 하는 과정은 간단해 보이나, 살아있는 상태로 우리 안에 흐르던 근원을 바꾸고 재생하는 과정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오로지 그 고통에 대한 추측으로만 솔이 곁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나는 너무나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앞으로 솔이의 입안을 포함한 모든 장기는 헐어갈 것이고, 솔이는 더 심한 고통으로 이 시간들을 견뎌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끊임없이 솔이의 몸이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솔이의 몸속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토사물을 치워내는 일뿐, 이 과정들을 통해 발생하는 모든 고통은 온전히 솔이가 감내해 낼 것이다.
온몸을 비틀며 울부짖는 솔이를 꽉 안아주고서, "엄마가 끝까지 솔이를 지킬 거야, 솔이 알지?"라고 말하는 것이 그나마 아픈 솔이에게 내가 더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일 뿐, 내가 솔이 곁에 있는 게 무력하게 느껴진다.
"엄마 배가 아파요."
"엄마 안아줘요."
무균실 이 작은 공간을 걷는 것도 힘들어하는 아이를 안아 옮기면서 오늘도 조금 더 가벼워져 버린 솔이를 느낀다.
불쌍한 내 새끼,
불쌍한 내 새끼,
불쌍한 내 새끼,
가슴이 아파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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