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암치료
유머를 잃지 않는 솔이는 오늘도 '브레드 이발소'를 보며 웃고 있다. 하루 종일 태블릿만 보는 5살 아이가 신경 쓰이지만, 이 작은 무균실에서 새로운 놀이를 찾아내기 힘든 상황이니 태블릿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솔이는 태블릿 영상보다는 나랑 노는 걸 조금 더 좋아하는 아이이다. 나와 함께 역할놀이도 하고, 스티커도 붙이고, 책도 읽으며, 즐거워하는 아이, 근데 어제부터 몸 상태가 악화하면서 태블릿 앞에서 턱을 괸 채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영상이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주는 듯 의지하고 따라 하며 그 속에 들어가 있다. 점심때쯤 솔이의 눈을 보니 빨갛게 충혈되어 있는 게 미안해야 할지 안타까워해야 할지... 그냥 마음이 아프다.
솔이는 옆에 앉아서 계속 같이 놀자고 보채는 나를 달래기라도 하듯 막대사탕을 발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하루 종일 떼를 써서 내게 얻어낸 귤 한 조각을 다시 내게 나눠주며 매너남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가슴을 마음으로 알고 있는 이 아이는 목구멍을 통해 내려가는 그 작은 물질이 가슴속 점막을 아프게 했는지 '엄마, 마음이 아파'라고 말한다. 털썩 주저앉는 내 마음이다.
급기야는 오전에 먹은 것들을 토하더니 피를 토하고 말았다. 그렇게 빨라지는 심장박동수와 함께 39도까지 치솟는 열을 잡아내느라 혼돈의 시간을 보낸 솔이는 이제 태블릿을 보느니 누워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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