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암치료
솔이가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면서도, 나는 오늘… 솔이에게 화를내고 혼내고 침묵했다.
하루 종일 "아파"라는 말만 반복하는 솔이를 보며, 내가 점점 지쳐갔던 것 같다. 솔이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마치 억울하다는 듯 대성통곡을 하고,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한번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울어버렸다. 그 모든 과정과 솔이의 반응이 충분히 이해되면서도, 오늘은 나도 본능적으로 그렇게 대응하고 말았다.
목도, 가슴도, 배도 아프고, 설사까지 멈추지 않는 상황. 아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한 솔이가 얼마나 힘들까 싶으면서도, 하루 종일 그 울음소리에 노출된 나는 점점 정신이 무너져가는 기분이었다.
몇 권의 책을 꺼내 마음을 다잡아 보려 했고, 평소에 관심도 없던 SF 소설을 마구 넘기며 다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보려 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게다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는 솔이를 두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나는 순간적으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냈고, 솔이를 혼냈으며, 솔이가 뭔가를 요구할 때조차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이성적으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솔이에게조차 순간적인 증오심이 밀려오는 비이성적이고 미성숙한 감정을 느끼고야 말았다.
다행히도 솔이의 조혈모세포이식 경과는 좋다. 피검사 결과도 안정적이고, 설사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입안이 헐어 기침할 때마다 통증을 호소하는 솔이는 여전히 모든 게 짜증 나고, 지치고, 힘든 모양이다.
게다가 옆에서 계속 가글을 하라고 시키고, 좌욕을 하게 하고, 목욕까지 시키는 엄마가 얼마나 싫었을까. 목이 타들어갈 듯 아픈데 그 안에 약을 넣어야 하고, 힘들어 죽겠는데 태블릿도 그만 보라고 빼앗는 엄마가 미웠을지도 모른다.
솔이 안에 쌓인 모든 감정들이, 결국엔 울음과 분노로 터져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걸 감싸주고 받아줘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임에도, 나는 오늘 화를 냈고, 혼냈고, 침묵했다.
이제 곤히 잠든 솔이를 바라보니,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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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량함암
#3년6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