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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솔이의암치료

by 페넬로페

솔이의 암이 전이되었다. 아니 새로운 암이 발견되었다. 이제 겨우 치료 프로토콜을 끝내고 그 결과를 검사하는 과정이었는데, 그 얄궂은 덩어리는 솔이의 배와 겨드랑이에서 발견되었다. 고용량항암을 시작하기 전 어깨에서 발견된 미세한 점이 계속 신경 쓰였는데, 그 작은 점이 고용량항암제도 이겨내고 커져 이내 솔이의 어깨에 떡하니 자리 잡았고, 뼈에 있던 녀석들도 그 크기가 커졌다.


가장 독한 약도 뚫고 켜져 가는 암덩어리는 고용량항암 후 조금씩 회복해 가는 솔이의 몸속에서 커져가는 중이다. 앞으로 진행할 거라고 기대하던 양성자치료며 면역치료 등이 모두 무의미해져 버린 지금, 우린 솔이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솔이는 오늘도 밝게 뛰어놀고 주변에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볼 때면 먼저 '안녕'이라고 말하며 다가설 줄도 안다. 오늘은 예쁜 편지지를 골라 나에게 편지도 쓰는 어여쁜 내 아들이다.


우린 솔이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료진도 답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는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다.

치료의 희망이 있던 시간과 지금은 너무 다르다. 솔이가 웃을 때도 솔이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도 우린 슬프다. 눈물이 계속 흐르니 계속 지친다.


사랑하는 나의 솔이, 너에게 어쩌다가 이 못된 조각이 생겨나기 시작했을까? 왜 너는 이 병으로 고통받고 외롭게 지내야만 하는 걸까? 너의 세상에 가득한 내가 과연 널 행복하게 해주는 걸까?


솔이야

아픈 이유도 모른 채 모든 치료를 당연하게 받아주는 네가 고마워서 이 힘겨운 싸움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는데 솔이야 미안해.

어떤 방법이든 있을거야. 엄마아빠가 열심히 찾아볼게.

우리 이 남은 모든 시간 동안 행복하게 지내보자.



#신경모세포종고위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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