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1인 청소년공간 운영이야기
안녕, 달그락이야.
10개월 전부터 청소년공간을 운영해 오면서 내가 청소년을 가장 많이 만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이다. 학교에 우리의 공간을 홍보하기 위해 방문하거나, 내가 할 수 있는 강의의 기회를 통해 우리 공간에 대한 소개를 살짝 얹혀내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의 낯선 러브레터는 휘발성 메시지처럼 사라져 버릴 때가 많았다. 아직까지도 이 공간은 처음에 내가 꿈꿨던 것처럼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공간활용 방법에 대해 묻거나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공간, 이곳이 내가 청소년공간을 1년간 운영하면서 겪는 현실이다. 무엇이 청소년이 시간 내는 걸 방해하고 있는 걸까? 다른 청소년기관들의 상황은 어떨까? 아니면, 우리 공간이 청소년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난 오늘도 청소년을 만나기 위해 학교로 향한다.
학교에서 청소년들과 만달 때는 청소년들과 나 사이에 다양한 이슈가 오간다. 지역사회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세계시민으로서 가져야 하는 자세, 환경이슈, 국제개발과 관련된 사례 등 다양한 이야기들로 채워지는 청소년들과의 만남이 이어지는 순간이 난 참 좋다. 내가 좋은 만큼 청소년들도 싫지 않은 눈치다. 강의라는 수단을 통해 학교 안에서 청소년들과 소통을 하고 나면, 금방이라도 청소년들이 나와 또 다른 약속을 잡고, 내가 있는 청소년자치공간으로 달려올 것 같지만, 사실 학교 안에서 우리의 강렬했던 만남은 강의가 끝나면서 대부분 종결된다.
청소년의 공간을 홍보하기 위해 학교로만 향했던 건 아니다. 내가 일하는 공간에 부모님들을 초대하여 공간을 소개하거나, 심리검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청소년 관련 강연 등을 공유하며 우리 공간이 청소년과 함께하려는 이유를 설명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부모님들에게 전하는 나의 메시지는 주로 청소년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기대를 담고 있다. 이 공간에서 청소년이 서로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나누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미있는 일, 안타까운 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들을 공유하며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와중에 부모님들은 모두 공감하거나 동의하면서 아이를 보내고 싶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가 원치 않아요.”, “아이가 학원에 가야 해서 바빠요.”라는 또 다른 종결점이 생긴다. 청소년을 겨우 이 자리로 초대할 수 있는 시간은 학원시간을 제외하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앞둔 한 달을 제외하고 라는 조건을 달고 난 후다. 그렇게 청소년의 시간을 기다렸지만, 청소년들은 공간에 오는 것을 어려워한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본다. 매력적인 활동은 뭘까? 내가 이 활동을 하는 게 맞는가 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일상이 끝난 후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언가 이야기 나누자는 게 청소년의 여가시간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최근에 발표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아동 청소년의 47%는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가시간이 2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2020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 만약 이런 통계가 정읍 청소년에게도 적용된다면, 상동에 살고 있는 청소년이 이곳 센터까지 오려면 대중교통으로 왕복 1시간을 또 사용하게 된다. 내가 그들을 이곳에 부르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즐거운 일일까? 아니면 부담스러운 일인 걸까?
아니라면, 청소년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나눔과 소통보다는 개인적으로 온라인 여가를 보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또 청소년들의 87%가 행복하지 않다는 다소 충격적인 어린이재단의 발표뒤에 혼밥과 온라인 여가활동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 않았던가...(어린이재단, 2023).
아니면 혹자의 말처럼 적은 숫자의 청소년이라도 장기적인 기다림이 필요한 것인 걸까? 청소년과 함께하려고 하지만 정작 청소년의 마음을 알아내는데 익숙하지 못한 내가 청소년공간을 운영해 나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내 일상을 가득 채우는 것 같다.
애들아, 이곳에 놀러 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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