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푸들 수플과 함께
스탠다드푸들은 대형견이기도 하지만 워낙 성격 자체가 활발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뛰어다니는 파워가 남다르죠. 흔히 말하는 '우다다'의 속도도 빠르고, 뛰다가 사람에게 부딪히면 사람이 중심을 잃고 넘어질 정도로 힘도 셉니다. 스탠다드푸들인 우리 집 강아지도 이 '우다다'를 하루에 세 번 정도 하곤 했는데, 구석진 방 끝쪽에서 다시 거실 쪽으로 사정없이 뛰어다니는 것이 우다다의 기본자세였죠. 그 녀석의 활발함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뛰면서 격한 감정표현을 하기도 하고, 길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멀리서도 그 사람을 향해 뛰어갑니다. 동네에선 이미 스타가 되어 있는 우리 집 강아지는 사람들로부터 이름이 불리는 순간이 잦은데 그때마다 또 뛰면서 즐거워한답니다. 활발함! 정말인지 그를 이길 강아지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런 어느 날, 저희 강아지가 태어난지 6개월쯤 되었을 때, 강아지가 '우다다'를 하다가 갑자기 절뚝거리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잘 뛰고는 있는것도 같은데 이상하게 절뚝거리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걸음걸이가 지속됐죠. 처음엔 이 녀석이 우다다를 많이 해서 근육이 놀랐거니 하고 그냥 넘겼어요. 근데 2주 정도 그 절뚝거림이 지속되니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동네병원에 들렀습니다. 근데, 다리를 만져보던 수의사 선생님이 다리에 이상이 없는 것 같으니 진통제를 먹으면 될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이 녀석은 진통제를 한 3일 정도 먹고 나서도 다리를 계속 절뚝거리고 아파하는 거예요... 걱정이 됐죠.
그러고는 점차 우다다의 횟수도 줄어 들었고, 뛰지 않고 누워있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왔죠. 그래서 다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어요. 그런데도 엑스레이에서 아무것도 발견이 되지 않는 거예요. 다행히 수의사 선생님이 엑스레이를 자세히 영상 판독해봤으면 좋겠다면서 대학병원에 판독을 의뢰했어요. 그리곤 찾아낸 UAP...
UAP(United Anconeal Process)는 강아지의 앞다리에 발생하는 "팔꿈치 이형성증"인데요. 팔꿈치 이형성증은 앞다리 뼈의 성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하는데, 유합이 되어야 하는 뼈들이 분리된 상태로 있게 되면서 강아지가 걷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질병이었어요. 이 뼈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면, Anconeal Process는 생후 20주 전에 다리뼈에 붙는 게 일반적이라고 해요. 하지만 UAP를 겪는 강아지들은 갑자기 성장하면서 이러한 과정이 이행되지 못하고 걸을 때마다 통증을 느끼게 되는 거였어요. 이런 증상은 보통 수컷 강아지, 대형 강아지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생후 5-9개월 사이에 발견된다고 해요(참고 1).
수의사 선생님이 설명해 준 바에 따르면, 이런 경우 Anconeal Process와 Ulna를 연결하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수술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었어요. 먼저 최근에 많이 사용하는 수술법은 작은 나사를 두 뼈 사이에 박는 건데요. Ulna가 짧은 경우에는 나사를 박은 후 Ulna의 중간 부분을 잘라서 다리 움직임이 편하도록 해주는 수술이 이루어져요. 그리고 예전에 많이 사용했던 두 번째 방법은 단순히 UAP를 제거하는 거죠. 이 경우에는 있어야 할 뼈가 없어지기 때문에, 수술 후 특별히 주의할 점은 없지만, 강아지가 관절염에 노출되거나 탈골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해요.
UAP는 계속해서 강아지의 관절에 무리를 주고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발견 즉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고, 어리면 어릴수록 수술의 효과가 좋다는 논문이 많았어요. 또한 UAP가 특별한 조치 없이 방치되거나 수술이 잘된다고 해도 추후에 관절염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죠. 더 무서운 건 단순 엑스레이로 UAP를 찾아내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거에요. 그래서 질병을 찾아 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요. 우리 집 강아지도 사실상 병원에서 바로 UAP를 찾지 못했고, 아파하는 다리를 한 달 정도 방치한 후에야 수술을 하게 되었죠.
수술은 결정만 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이 됐어요. 수술비는 '지갑으로 키운 내 자식'이라는 말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정도로 비쌌죠. 하지만, 제겐 이미 가족이 되어버린 우리 강아지의 수술을 안 하고선 살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 하루 전날 입원을 해서 수술(2020년 10월 4일)이 진행됐어요. 다행히 수술 중 확인한 다리뼈의 Anconeal Process와 Ulna는 분리가 심하지 않았고, 수의사 선생님이 판단하기에 Ulna를 자를 필요도 없는 것 같아서 나사만 박는 수술이 진행됐죠.
UAP로 인한 수술에서 강조되는 것은 발견 즉시, 빠른 시기에, 어릴 때 수술이 진행되었는가 하는 것이었어요. 우리 집 강아지는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8개월이 조금 안된 시점에 질병이 발견되고 수술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하지만 수술 보다 더 중요하건 보호자의 노력이 절실한 사후관리였어요. 일단 수술에서는 뼈와 뼈가 붙도록 나사로 고정을 시켜놓았으니, 뼈가 다 붙을 때까지 강아지가 움직여서는 안 되고, 혹시라도 임계점 이상의 움직임이 발생하면 뼈가 깨질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죠. 그러면 결국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다시하게 되는 거였어요. 그렇게 때문에 보호자는 강아지의 움직임을 매 순간 통제해야 하고, 때로는 목줄로 강아지를 한 자리에 고정시켜야 했어요.
UAP 수술 사후관리
움직이지 않게 하기
체중 조절하기
엑스레이로 follow-up 하기
재활치료 열심히 하기
두 번째는 강아지의 뼈에 체중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체중을 조절해 줘야 했는데, 강아지의 적절한 체중이라 함은 강아지가 서 있을때, 갈비뼈가 살짝 만져지는 정도라고 해요. 그리고 세 번째는 수술 후 2주나 한 달이 지나면 엑스레이를 보면서 계속 follow-up을 하면서 3개월 정도까지 안정을 취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시간들을 잘 견뎌내면, 근육을 형성시키는 재활치료에 들어가게 돼요. 물론, 이전 자료들에 의하면 UAP수술을 한 강아지들은 평생을 모니티링하면서 살게 되더라고요. 중간에 포기하는 보호자들도 있지만요.
지금 우리 강아지는 수술이 끝난 지 2주 정도(~2020년 10월 18일)가 흘렀어요. 그리고 제게 주어진 사명은 이런 사후관리를 잘해 내는 거죠. 강아지가 뛰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체중을 조절해 주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일...
저는 먼저 강아지가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어요. 병원에 있는 병실과 유사한 병실을 집안에 만들고, 강아지가 위로 다리를 들며 뛰지 않도록 천장도 만들어 줬어요. 그리고 강아지가 오랜 시간 동안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곳이 어둡고 외로운 곳이 되지 않도록 집 전체를 유리로 만들어 줬죠. 우리집 강아지는 수술 후 병원에서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하고 집에 와서인지 생각보다 그 안에서 잘 적응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병원에서는 병실 안에서도 대소변을 잘 보던 녀석이 이 집에선 절대 대소변을 보지 않았죠. 그래서 일정 시간에 맞춰 거실로 나올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어요.
두 번째, 음식은 체중관리와 영양소가 제대로 섭취 도리 수 있도록 오리 고기 생식을 시작했어요. 다이어트에 좋은 오리고기와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 그리고 글루코사민, 유산균을 섞어 하루에 두 번 배식하는 스케줄을 만들었죠. 식사량은 일반 강아지가 체중의 4%를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면, 우리 집 강아지는 3% 이하로 섭취하도록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시간들이 안정적으로 흐르게 되면, 엑스레이로 follow-up 도 할 수 있고 재활치료에 들어갈 수도 있겠죠? 이젠 몇 년간 이 녀석과 함께 이 UAP로 인한 수술 후 관리를 시작해야 하기에 이렇게 글을 시작해 봅니다.
#UAP수술 #스탠다드푸들 #대형견 #아픈강아지 #반려견 #수에르
출처
1. https://www.bsavalibrary.com/content/chapter/10.22233/9781910443699.ch54sec6
2. https://m.blog.naver.com/flyingpetclinic/221142305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