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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Feb 09. 2021

나의 아픈 강아지  다리 수술 후

스탠다드푸들 수플과 함께

우리 집 강아지, '수에르'의 다리는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이젠 천천히 걸어도 되고, 살짝 뛰어봐도 되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에르'는 우리에게 온 지 몇 개월 만에 앞발을 절뚝거리다가, 병원에서 UAP라는 낯선 진단 결과를 통보받았다. 유전질환일 가능성이 높은 UAP는 관절 사이의 작은 돌기가 성장과정에서 뼈에 잘 붙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인데, 그 작은 뼈가 관절 사이에서 덜거덕 거리며 강아지가 걸을 때마다 괴롭힌다고 한다. 수에르 역시 그 고통의 크기가 너무 직접적인지, 반듯하게 걷지 못했고, 뛰다가도 잠깐 멈춰서 다리를 핥고서는 주저앉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그래도 수에르의 경우에는 비교적 빨리 UAP를 발견하고 수술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다리 아픈 수에르, 앉을 때마다 아파했어요.

UAP 수술은 뼈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작은 뼛조각과 다리뼈를 연결하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최대한 움직이지 않아야 그 뼈들이 안정적으로 붙을 수 있었다. 각종 설명서와 논문들에 따르면, 편안히 3개월 정도 휴식을 취하면 가느다란 임플란트로 연결시켜 놓은 뼈 조각이 잘 붙을 수 있지만, 혹시라도 수술부위에 충격이 가해지면, 그 작은 뼈가 깨질 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강아지에게 강요된 '쉼'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인데, 뛰는 걸 좋아하는 한 살 미만의 강아지에게는 그 '쉼'이라는 것이 가혹한 형벌과도 같은 것이었다. 


강아지에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에게 적용될 때와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은 움직이지 않는 동안에도 사유할 수 있고, 움직이지 않고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유독 몸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강아지로서는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이, 너의 감정을 당분간 자제하라는 의미와 같은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강아지로 하여금 한가로운 거리의 풀과 꽃냄새를 맡고 자신의 주변을 탐색할 기회, 뛰면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기회, 반갑다고 두 다리를 들었다가 쾅하고 바닥에 떨어지면서 기쁨을 표현할 기회, 높은 곳에 올라가 대장 같은 자신감을 느껴볼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UAP 수술 후에는 관절에 무리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체중조절을 해야 했고, 먹는 것조차 맘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 역시 수에르가 회복할 때까지 내게 주어진 자유를 잠시 포기하기로 했다. 다행히 대학에서 하는 몇 강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니, 당분간 사람 만나는 걸 자제하고 외부활동만 줄인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19로 인해 그나마 있던 나의 공식적인 외부 강의들도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되니 수에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늘어났다. 그리고 수에르의 동생 강아지인 플로라도 시댁으로 잠시 보냈으니, 수에르는 '쉼'이라는 공간에서 나와 함께 회복시간을 보내면 되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외부생활을 중단한다는 것이 답답한 듯했지만, 수에르와 내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참 많았다. 그동안 미뤄왔던 천재견 되기 교육도 해보고, 물론 실패했지만... 음악 듣기, 함께 누워있기, 서로의 체취를 기억하기, 이것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강아지도 '쉼'이라는 것을 알고, 뛰지 않더라도, 내 옆에 누워만 있더라도 편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중 대형견에 속하는 수에르의 큰 동작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수에르를 가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어슬렁 걸으면서 움직일 수는 있지만, 뛸 수 없는 공간, 대소변을 해결하면서도 한쪽에선 잠도 잘만한 공간!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1.5m 정도 되는 사각형 유리 집을 제작했다. 유리 집을 주문제작하고 보니 보통 호텔장으로 많이 쓰이는 공간인 듯했다. 호텔장을 제작할 때는 사방을 불투명 유리로 만들어서 강아지들이 옆을 볼 수 없도록 만드는데, 나는 왠지 수에르가 옆 앞, 위 모든 곳을 보면서 지냈으면 했고, 유리는 투명 유리로 제작을 했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왜 호텔장이 불투명 유리를 사용하는지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 배변패드, 그릇, 쉴 곳을 마련해 주었다. 수에르의 '쉼'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수에르의 집에 놀러 간 날
수에르의 '쉼' 장소

다행히도 수에르는 수술 후 일주일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와선 그곳에 잘 적응해 주었다. 잠도 잘 잤고, 짖지도, 문을 열어달라고 떼도 쓰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다만, 유독 깔끔쟁이인 수에르는 절대로 그 안에서 대소변을 보지 않았다. 병원에서 수술 후 집으로 돌아온지 이틀이 지났을 무렵까지도, 뭔가 헥헥거리면서 불편함을 표현하기만 하고 대소변을 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어쩔 수 없이 오전과 오후로 시간을 정하고 수에르가 공간 밖으로 나와 참고 있는 것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수에르는 문을 열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곧장 유리장 밖으로 나와서 배변판으로 향하고 답답한 것들을 해결했다. 그리고는 바로 다시 유리 집으로 들어가는 수에르가 참 신기했다. 


이렇게 수에르가 UAP 수술 후 보낸 시간들은 이런 단순한 일정들로 채워져 있었다. 내가 마련한 유리 집에서 자고, 일어나 몇 번 걷다가,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 수에르와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고, 다시 문밖으로 나와 대소변을 본 후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것! 어떻게 보면 지루하기도 하지만, 단순한 일상은 '쉼'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착하고 적응이 빠른 아이는 '쉼'을 잘 이겨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수술 후 경과를 살피기 위해 병원에 갔다. 다행히 조금씩 살이 돋고 뼈들이 붙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2개월이 지났을 땐 뼈가 완전히 붙어 있었다. 이젠 조금씩 걷고 집에서 마사지와 함께 수술 부위에 근육이 생길 수 있도록 재활을 시켜주는 일만 남았다. 


2020년 10월 4일에 수술을 하고 이제 겨울이 되었고, 봄도 어느덧 다가온 듯하다. 이 시간들을 잘 이겨낸 수에르는 이제 절뚝거리지 않고, 앉거나 일어설 때도 고통은 없어 보인다. 물론, 선천적으로 네 다리 모두 약하게 태어나서인지, 걸음걸이가 온전치 못하지만, 그래도 참 다행이다. 우리 수에르. 이젠 맘껏 놀자. 


#수에르 #스탠다드푸들 #강아지수술 #강아지다리 #UAP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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