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푸들 수플과 함께
'수에르'는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첫 번째 생명체이다. 너무나도 소중한, 그런 존재!
우리 부부는 어쩌다 보니 딩크족이 되었지만, 사실 너무나도 아이를 사랑하고, 오랫동안 아이를 갖고 싶어서 노력해왔다. 아이라는 하나의 목표점을 향해서 무엇이든 시도해 본 듯하다. 나에겐 생각만 해도 끔찍했던 염소 한약을 눈 질끈 감고 먹어도 봤고, 누구라도 알듯한 유명 한약방에서 100만 원을 호가하는 한약도 6개월 할부로 구매해봤다. 그리고 그동안 먹었던 영양제 목록들은 리스트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반복되었던 시험관 시술은 우리를 아프게도, 기대하게도, 절망하게도 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괴롭혔던 것 같다.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아이에 대한 간절함 이었을까? 나는 회사도 그만두고 하나의 생명체를 향해 모든 시간들을 투자해보는 노력도 해보았다. 그리고 어느덧 결혼 생활이 10년을 향해가는 지금도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물론 지금 우린 물리적으로 시도해 왔던 모든 것들을 잠시 접어둔 상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우리에게 '수에르'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 멋진 강아지를 키워 가면서 우린 알게 되었다.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를 말이다. '수에르'가 자라나는 순간순간들 덕분에 행복하고, 많이 아픈 수에르의 시간들도 함께 견뎌내니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부부의 삶은 수에르를 중심에 두고 흐르는 중이다. 급기야는 수에르가 좀 더 편안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아 직장을 옮겼고, 인테리어 한 지 2년이 안된 아파트도 팔아 또 다른 삶의 터전을 찾았다. 그렇게 우리는 수에르와 함께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처음엔 우리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소변을 보는 방법도, 잠을 자는 스타일도 다르고, 우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녀석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수에르는 나의 말을 조금씩 조금씩 알아듣는 것 같다. 어떤 원리를 통해 나의 용어들을 이해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앉으라 하면 앉고, 나가자 하면 나가고,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려 준다. 심지어 슬퍼하면 조용히 옆에 앉아 있고, 내가 기뻐하면 함께 헥헥거려주는 녀석.
우리 수에르가 한 살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돌잔치라는 것을 소소하게 준비해 봤다. 비록 수에르는 돌잔치가 무엇인지, 왜 이상한 밥상을 차려놓고 사진을 연신 찍어대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 살이 되기까지 계속 아팠던 수에르가 이렇게 우리와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겐 기적이기에 그 어떤 순간보다도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원래 돌잔치의 기원 자체가 태어나서 한 해를 잘 견뎌낸 아기의 장수를 기원하는 자리가 아니었던가. 아픔을 잘 이겨낸 수에르의 한 살을 축하하고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주길 바라고 또 바래어본다.
이렇게 우리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그 대상이 사람, 동물 혹은 그 어떤 유기체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함께하면서, 어떤 순간에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는 '너' 이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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