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남겨진 사람들

by 김설원

올 여름에는 가는 곳마다 비가 내렸다. 그날의 일기예보에서는 말짱한 지역이었는데 막상 그곳에 발을 내딛고 보면 당장 비를 뿌릴 기세로 하늘이 우중충하거나, 도시가 비에 젖어 있거나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내가 마치 비를 몰고 다니는 여자처럼 느껴져 기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군산에서도 그랬다. 군산 한길문고에서 진행하는 ‘작은서점지원사업’의 프로그램 강사로 초대되어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비가 내린 것이다. 나는 6월과 7월을 보내며 군산의 독자들과 세 번 만났다. 택시에서 내리면 우산을 쓰기가 귀찮아 예스트서점까지 폴짝폴짝 뛰어간 기억이 새롭다. 예스트서점에서 정성껏 마련한 문학의 공간, 그 자리를 메운 독자들은 거의 직장인이었다. 비의 향기를 가득 머금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그들을 보면 대번 부끄러워졌다. 아직도 ‘소설’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내가 도대체 누구를 가르친단 말인가. 강의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지곤 했던 건 이런 자책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세 번의 만남은 내게 어떤 전환점이 되었다. 하나같이 생기롭게 빛나는 눈빛들과 펜으로 부지런히 노를 젓는 손들을 보면서, 어느새 식어버린 내 안의 열정을 두고두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은 시간이었다.

나는 특강 중에 소설은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한 소설은 곧 인간학임을 누차 강조했다. 어떤 상처와 갈등, 그리고 외로움과 싸우는 사람들. 결국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불친절한 삶.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목소리와 숨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소설이므로, 우리는 인간에 대한 관심의 끈을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었다. 이것은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하다. 공감과 동정. 아담 스미스가 인간의 백 가지 감정 중에 가장 고귀하게 꼽은 공존의 가치다. 코로나19의 불안 속에서도 책을 매개로 한자리에 모인 우리들, 그리고 눈빛으로 주고받은 공감과 동정. 때문에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향한 불씨는 오래오래 살아있으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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