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
“그만 캐게?”
“이거면 됐어. 알이 이렇게 굵다는 건 수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었다는 뜻이야.”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는데 지들끼리 잘도 컸네.”
“아무도 없기는. 바다, 바람, 햇빛이 이렇게 감싸주고 있는데…….”
엄마는 달래에 코를 가까이 대고서 숨을 흠뻑 들이마셨다. 수란도 덩달아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요즘 들어 부쩍 그 장면이 생생히 떠올라. 여섯 살 먹은 너를 데리고 장에서 돌아오는데, 네가 자꾸 해찰을 부리면서 시간을 끄는 거야. 수란아, 엄마 간다? 하면서 일부러 앞서 걸어갔어. 무슨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니까 네가 같이 가, 같이 가, 하면서 들판에 쭈그리고 앉아 있더라. 업어 달라고 손짓하면서.”
사실 여러 번 들은, 엄마만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지만 오늘따라 낯설고 불편해서 수란은 고개를 돌렸다. 수란은 오늘 이른 새벽에 홀로 산책길에 나섰다. 때마침 선착장에서 고기잡이배를 정리하고 있던 부부를 만나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한 번 결항하면 적어도 사흘은 배가 뜨지 않는다고 했다. 외연도의 날씨가 그렇다고. 자기들은 태풍만 아니라면 매일 아침 아홉 시에 출항하니 육지에 나갈 일이 생기면 그 시간에 나오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늘 아침 아홉 시에는 그 고기잡이배를 타지 못했다. 새벽에 나갔다 들어와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아침 여덟 시가 넘어 있었다. 내일은 눈치껏 햇살민박을 벗어나 부부의 고기잡이배에 오를 것이다. 주문을 걸 듯 마음속으로 “잠깐 다녀올게”를 되뇌면서. 그다음 휴대전화 안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Q의 이름을 불러내 햇살민박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전송할 것이다.
엄마가 다시 달래를 캐려는지 나뭇가지를 들고 차근차근 눈길을 주며 걸어갔다. 수란은 달래를 손에 쥔 채 일어서서 바다를 살폈다. 파도의 몸짓이 아까보다 거칠어졌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바람은 마냥 부드러운데, 저곳에서는 고약하게 휘젓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부부의 고기잡이배는 태풍만 아니라면 언제든 뱃고동 소리를 울린다고 했다. 흙 묻은 박하사탕처럼 보이는 달래를 수란은 움켜쥐었다. 무슨 버저라도 누른 듯, “같이 가” 라고 말하는 어린 수란의 목소리가 섬마을에 울려 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