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4화
햇살민박의 첫인상은 수수했다. 이만큼 나이가 들어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을 찾아온 듯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옛집은 그대로인데 세월의 물살에 씻겨 작고 낡아 보이는, 하지만 그 시절의 체온만큼은 생생이 느껴지는 그런 곳. 수란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부디 엄마도 이런 마음이길 수란은 바랐다. 투숙객들이 수란 모녀를 의식해서 서둘러 떠나기라도 한 듯 방은 모두 비어 있었다. 썰렁해서 오히려 아늑했다. 단체손님이 사흘을 묵고 엊그제 돌아갔다고,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끝이라며 뺑덕어멈은 두 손을 홰홰 내저었다. 체력이 바닥나고 찬거리도 없어서 당분간 예약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했단다. 물론 수란도 짐작한 일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숙박 후기를 보고서 전화했다고 입을 열었더니 뺑덕어멈은 반색하기는커녕 내키지 않은 듯 말끝을 흐렸다. 뺑덕어멈이 거절할까봐 수란은 불안했다. 다른 민박집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햇살민박한테만 끌렸다. ‘햇살’이 불러일으키는 상징적인 의미들이 머릿속에서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햇살민박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어떤 마음의 걸림돌도 없이, 원하는 대로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리라는 생각이 꼿꼿했다. 엄마랑 단둘이 간다고, 조용하고 깨끗하게 지내겠다고, 딱 하룻밤만 묵으면 된다고, 수란은 깍듯하게 손을 내밀었다.
오후 다섯 시가 가까워왔다. 엄마의 점심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제야 생각났다. 엄마는 약을 먹어야 해서 집을 나설 때 한술 떴다고 말하며 한쪽 다리를 힘겹게 끌어올렸다. 당신은 벌써 지쳐 있었다. 밥때가 아닌 시간이 막막했다.
“동네 한 바퀴 돌고 와서 저녁 잡술래유? 내가 등산로 입구까지 안내해 드릴게.”
때마침 뺑덕어멈이 방문을 열면서 다정히 말을 걸어왔다. 지친 염소처럼 늘어져 있던 엄마는 몸을 추스르며 바르게 앉았다.
“검색해 보니까 봉화산이 유명하던데, 여기서 멀어요?”
“아이고, 봉화산은 못 가유. 곧 어두워질 텐데. 지금이 한낮이라도 힘들지. 거기가 외연도에서 가장 높으니께.”
뺑덕어멈은 엄마를 흘깃 쳐다보면서 손사래를 쳤다. 엄마의 몸 상태를 진작 알아챈 눈빛이었다. 고전소설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뺑덕어멈은 눈치가 빨랐다.
“오늘은 약수터까지만 갔다 와유. 등산로 입구에서 오른 편으로 걸어가면 나와유. 내일 아침 자시고 명금 둘레길을 걸어 봐도 좋구유.”
“상록수림도 가볼까 해요.”
“거긴 봄에나 볼 만허지. 봄이면 사방에서 동백꽃이 흐벅지게 피니께. 그놈의 동백꽃 때문에 내 팔자가 이렇게 됐어유.”
뺑덕어멈이 깔깔 웃더니 어서 나오라는 손짓을 하며 돌아섰다.
“저 양반도 고생을 많이 했나 보다. 손을 보면 알아.”
엄마는 마지못해 나갈 채비를 하면서 입을 열었다.
“내 눈에는 누구보다 편안해 보여. 말년에 이렇게 예쁜 섬에서 민박집 운영하지, 사시사철 만개한 꽃을 볼 수 있지, 여행객들이 꾸준히 드나들어 외로울 틈도 없을 것 같아. 이게 축복이지 뭐야.”
수란은 외연도와 관련된 말을 할 때면 수다스러워졌다.
“사시사철 만개한 꽃이 좋기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