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들어 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두 마리 짐승이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고
또 한 마리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다
먹이를 구하다
지치고 병든 암사자를 업고
병원을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먹이를 구하다/ 지치고 병든 암사자를 업고”라고 쓴 3연 처음 두 행에서 드러나듯이 생활고와 병고로 고생하는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어가던 개인생활사를 시로 쓴 작품이다. 그 암사자, 곧 아내의 몸이 너무 가벼운 데 놀라면서 시가 시작된다. 연애시절, 당시 연인이었던 지금의 아내를 업었을 때와 너무나도 다른 무게감에 놀란 것이다.
아내는 남편인 나와 사이에서 자식을 둘 낳았다.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순산이 아닌 제왕절개. 이어 남편인 자신의 역할도 힘이 되어준 적보다는 험한 세상살이에 이리 저리 아내를 끌고 다녔다고 자책하는 마음을 실어 표현한다. 사냥터로 끌고 다녔다고.
헌 가죽부대처럼 너무 가벼워진 아내를 업으면서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하고 묻는 문장에서 ‘누가’에 남편인 자기 자신이 일순위로 들어있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고 있다. 맥락의 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