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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Dec 12. 2024

부활은 신앙이고 성령은 현실이다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 예수가 펼친 가르침은 오늘날까지도 효력을 잃지 않습니다. 마음을 돌이키고 행실을 고쳐라, 빚을 탕감하듯이 타인의 죄를 용서하라, 휴일은 하느님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풍습이다, 하느님을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여겨라 등등. 그런 가르침을 펼친 예수의 삶을 기념하며 하느님 나라 운동을 지속하려 한 초기 공동체는 바리새파의 육체 부활 사상을 채택해서 예수와 성령 현상의 플롯을 완결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예수와 더불어 가장 위대한 스승으로 존경받는 석가모니는 사망 후에 화장되었습니다. 그의 시신은 뼛조각을 비롯한 부속물질 일부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석가모니가 죽어 시신이 사라졌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불성이 있고 따라서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그의 가르침이 무효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예수가 시신조차 남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예수의 시신이 사라졌다 해서 그의 삶과 죽음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 증거가 바로 성령입니다.      


신약성서라 불리는 여러 문서들 가운데 가장 먼저 쓰인 것은 유대인 바리새파 출신 지도자인 바울의 편지들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바리새인으로서 배우고 믿어온 혈통주의, 메시아, 재생, 부활, 영혼, 영생 등의 관념을 예수의 삶과 죽음에 적용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의 생각에 예수의 부활 없이는 그 현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거죠. 그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주요 교리를 정립했고, 그 영향으로 예수 언행록들 즉 복음서가 뒤따라 나왔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나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을 것이다.”(마크)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서,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아라, 내가 세상 마지막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다.”(마태)

“나는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낸다. 그러므로 너희는 위로부터 오는 능력을 입을 때까지 이 성에 머물러 있어라.”(루카)

“성령이 너희에게 내리면, 너희는 능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의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행전)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 죄가 용서될 것이요, 용서해 주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바울의 영향을 받은 복음사가들은 인간의 신성과 우주의 신성이 상호 공명하는 현상의 발생 원인을 예수의 가르침과 죽음으로 보질 않고 부활하고 승천한 예수가 성령을 보낸 것으로 해석한 것 같습니다. 인격신을 숭배하는 유대 전통을 답습하고, 거기에 신격화한 예수를 보태고, 거기에 성령마저 인격신으로 모심으로써 삼신 숭배 형태를 완성했습니다.     


석가모니가 모든 사람에게 불성이 있고 따라서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설파한 스승이라면, 예수는 모든 사람에게 신성이 있고 따라서 모든 사람이 신성을 품고 키워갈 수 있다는 가르침을 설파한 스승입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파격이 신성모독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유대 사회. 그 속에서 예수는 사람도 신성에 합류할 수 있다는 깨달음의 길을 열었습니다. 그 깨달음을 공교롭게도 그의 이름을 앞세운 종교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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