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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22. 2019

최하층 계급에게 휴일이 생겨나다.

- 안식일 선언

여섯 단계에 걸쳐 천지만물을 지으신 하느님께서는 이레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시고 그냥 쉬셨습니다. 그분은 창조를 모두 마치시고 쉬었던 이 날을 축복하여 거룩하게 하셨습니다. (창 2:1-4a)

이 이레째 되는 날이 바로 안식일입니다. 히브리어로 샤바트라고 합니다. 낳다, 번성하다, 퍼지다, 정복하다(kābash), 부리다(rādāh). 이 다섯 가지 명령에 이어 한 가지 중요한 명령이 내려진 것이죠. 쉬어라! 지금이야 일주일에 하루 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가 대세지만, 고대 히브리 계층에게 공식적인 휴일은 한 마디로 감격스러운 발상이었습니다. 사랑의 명령이었습니다. 


중동 지역의 달력으로 안식일은 토요일-정확히는 금요일 저녁 해진 뒤부터 토요일 저녁 해질 때까지-에 해당합니다만, 공공 예배일로 적합한 날을 선택할 때, 안식일이 달력상 토요일이니 토요일로 해야 한다거나 예수님이 부활하신 일요일로 해야 한다 따위 논쟁은 안식일이 생긴 취지와 안식일 성립의 본질을 잊어버린 참으로 한심한 논쟁입니다. 하느님이 일주일에 하루만 쉬셨으니 인간도 하루만 쉬어야 한다는 주장만큼이나 조롱당하기에 좋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안식을 거룩하게 지내라는 말 가운데 거룩하다는 말은 구별한다는 뜻입니다. 고단한 노동의 나날과 구별하고, 그 구별은 특정 계급만 누리는 혜택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됩니다. 훗날 예수님은 한 문장으로 안식일의 취지와 의의를 정리하셨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마르크 2:27) 그러니 주5일 근무가 정착된 사회라면 안식일이 이틀인 셈이고, 주4일 근무가 정착된 사회라면 안식일이 사흘인 셈이지요. 


아무튼 자신들이 숭배하는 신이 친히 거룩하게 하신 날이라 하여 이스라엘 민족에게 안식일은 오늘날까지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 사람들이 안식일 관습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음은 기독교 계열 언론 굿뉴스데일리 장주현 특파원의 경험담이다. 


몇 년 전, 우리 가족이 살던 집 옆에 ‘솔로몬’이란 유대인 이웃이 있었다. 그는 유대교인이었는데, 늘 머리에 키파(유대인들의 정수리를 가리려고 쓰는 작은 모자)를 쓰고, 안식일 아침엔 일찍 토라를 들고 동네 회당을 갔다. 한번씩 이 친구가 안식일이 시작되고 나면 저녁에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고 나를 찾곤 했는데, 이유는 자기 집에 가서 자기를 대신해서 에어컨을 틀어 달라는 것이었다. 무더운 여름에는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이나 절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에어컨 작동 시간을 예약하고 ‘통곡의 벽’에 기도하러 가야 하는데, 깜빡 잊고 그냥 가버린 것이다. 나는 귀찮지만 종종 그 집에 가서 에어컨 스위치를 눌러 주었다.

그 친구 말이, 율법에 ‘안식일에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에어컨 스위치를 눌러서 기계를 돌리는 것은 율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안식일에 불을 피우는 것도 금하기 때문에 전깃불도 미리 켜놓아야지 안식일이 시작되고는 스위치를 켜면 그것은 일하는 것이기에 율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내게 그런 일을 부탁하냐고 물어 보니, 주변엔 전부 유대인이기 때문에 유대인들에게 안식일을 범하는 일을 시킬 수 없어서 이방인인 나한테 어쩔 수 없이 부탁하는 것이니 너무 섭섭해 하지는 말라고 했다. 되게 우습고 기가 막혔다. 

(전체기사: http://www.gn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25204)




이 시리즈는 전자책 <성경을 읽었습니까?>로 출간되었습니다. 

http://digital.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Detail.ink?&barcode=4801188123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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