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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25. 2019

노아의 방주

- 인류의 새 출발

창세기 5장에는 아담부터 노아의 세 아들까지의 계보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담은 130세에 자기를 빼다박은 아들을 낳고 이름을 셋이라 하였다. 셋을 낳은 뒤에도 아담은 800년을 더 살면서 아들딸들을 낳았다. 그는 930년을 살고 죽었다. 

셋은 105세에 에노스를 낳았다. 셋은 에노스를 낳은 다음 807년 동안 살면서 아들딸을 더 낳았다. 셋은 모두 912년을 살고 죽었다. 에노스는 90세에 케난을 낳았다. 에노스는 케난을 낳은 다음 815년 동안 살면서 아들딸을 더 낳았다. 에노스는 모두 905년을 살고 죽었다. 케난은 70세에 마할랄렐을 낳았다. 케난은 마할랄렐을 낳은 다음 840년 동안 살면서 아들딸을 더 낳았다. 케난은 모두 910년을 살고 죽었다. 마할랄렐은 65세에 야렛을 낳았다. 마할랄렐은 야렛을 낳은 다음 830년 동안 살면서 아들딸을 더 낳았다. 마할랄렐은 모두 895년을 살고 죽었다. 야렛은 162세에 에녹을 낳았다. 야렛은 에녹을 낳고 800년을 더 살면서 아들딸을 더 낳았다. 야렛은 모두 962년을 살고 죽었다. 에녹은 65세에 므투셀라를 낳았다. 에녹은 므투셀라를 낳은 후로 300년 동안 하느님과 동행하는 사람이었고 므투셀라 이후로도 아들딸을 더 낳았다. 에녹은 모두 365년을 살았는데 죽지 않고 하느님께서 계시는 시공간으로 옮겨졌다고 전해진다. 므투셀라는 187세에 라멕을 낳았다. 므투셀라는 라멕을 낳은 다음 782년을 더 살면서 아들딸을 더 낳았다. 므투셀라는 969년을 살고 죽었다. 대홍수가 일어난 바로 그 해이다. 라멕은 182세에 아들을 낳고 이름을 노아라고 지어주며 "이 아들은 하느님께서 땅을 저주하심으로 인해 고생하며 일하는 우리를 한숨 돌리게 해주리라." 하고 외쳤다. 라멕은 노아를 낳고 595년을 더 살면서 아들딸을 더 낳았다. 라멕은 777년을 살고 죽었다. 노아가 셈과 함과 야벳을 낳았을 때, 그의 나이는 500세였다.』

미켈란젤로 <노아의 방주>

아담의 맏아들 셋은 '약속받은, 정해진'이란 뜻의 히브리어 샤트와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창세기 4장 25절의 "하느님께서 주셨다(샤트-리, שת- לי)"는 구절과 연관이 있는 작명이라는 뜻입니다. 창세기의 저자들은 셋Seth과 그 후손을 '하느님의 아들들'이라 부릅니다. 인간은 본래 죽지 않는 존재였다고 믿은 그들은 아담의 직계 후손들 수명이 무척 길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한편, 그들은 아담의 후손 말고도 모습이 다른 인종이 존재했다고 믿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하느님의 아들들과 그밖의 인종이 결혼하여 태어난 인종은 수명이 120년이 한계라는 논리가 생겨나지요.(6:3) 

노아의 아버지 라멕은 노아를 낳은 뒤에도 계속 아들과 딸을 낳았습니다. 한편, 세상은 점점 더 인간의 죄악으로 가득해져 갔습니다. 하느님께서 마침내 결심하십니다. "내가 지어낸 사람이지만  위에서 모조리 쓸어버리리라. 괜히 만들었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위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모조리 없애버리리라."(6:7)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커다란 배를 한 척 만들어 닥칠 징벌을 피하라고 명하시자 노아는 명령대로 합니다. 대홍수가 나기 5년 전에는 노아의 아버지 라멕이 죽었고 대홍수가 난 해에는 노아의 할아버지 므투셀라가 969세를 일기로 죽었습니다. 두 사람은 악한 세대에 살해라도 당한 걸까요? 아무튼 노아가 600세가 되던 해에 마침내 대홍수가 납니다. 

40일 동안 밤낮으로 비가 쏟아집니다. 시내가 넘치고 강물이 둑을 넘기 시작하자 노아는 지체 없이 그의 식구들과 그가 고른 짐승과 새들을 데리고 배에 들어갑니다. 배에 들어간 사람은 고작 여덟 명이 다입니다. 노아, 그의 아내, 아들 세 사람과 각각의 아내들. 사람들은 비를 피해 언덕으로 산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들은 노아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크게 불어난 물 위로 노아의 배가 떠다니고 높은 산마저 물속에 잠겨버렸습니다. 물은 계속 불어나 150일이나 땅을 뒤덮었습니다. 어디가 바다였고 어디가 땅이었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차츰 물이 줄어들기 시작하고도 일곱 달 하고도 십칠 일이 더 지나서 노아의 배는 아라랏이라는 산꼭대기에 멈추어 쉴 수 있었습니다. 열째 달 첫날에야 비로소 산봉우리가 드러납니다. 다시 40일이 지났을 때 노아는 까마귀 한 마리를 밖으로 날려 보냅니다. 까마귀는 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녔지만 배로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비둘기를 날려 보냈습니다. 비둘기는 첫 번째 나갔을 때는 그냥 돌아왔으나 두 번째 나갔을 때는 딴 지 얼마 되지 않는 올리브 이파리를 물고 돌아왔습니다. 드러난 땅이 꽤 많아졌다는 증거입니다. 노아는 물이 충분히 빠졌다 생각하고 며칠 뒤에 다시 비둘기를 내보냈습니다. 이번에는 비둘기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육백한 살이 되던 해의 첫째 달 초하룻날에, 노아는 배의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산 아래로 마른 땅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둘째 달에는 먼 곳까지도 땅이 다 말라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과 생물들을 데리고 배 바깥으로 나오너라.”

노아가 배에 태운 식구들과 짐승들과 새를 데리고 밖으로 나옵니다. 그는 제단을 쌓고 집짐승과 새 가운데에서 고른 것으로 하느님 앞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노아의 제사를 받으며 다짐하십니다. ‘다시는 사람이 악해졌다는 이유로 땅을 저주하지 않겠다. 사람은 이제 날 때부터 악하기 마련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다시는 이번처럼 모든 생물을 없애지 않겠다. 이제 땅에는 뿌리는 때가 있으면 거둘 때가 있고 추울 때가 있으면 더울 때가 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을 모아놓고 말씀하셨습니다. 

“땅 위에 번성하여라. 모든 생물들이 너희를 두려워할 것이다. 이것들을 모두 너희 손에 맡기겠다. 너희는 이제부터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채소와 마찬가지로 음식으로 삼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고기를 먹을 때에 피가 흐르는 그대로 먹지는 말아라. 피에는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성서는 대홍수 이후에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공식적으로 육식을 허락하셨다고 적고 있습니다. 육식은 그때까지는 인간의 보편적인 식사 습성이 아니었습니다. 불에 익히지 않고 고기에 피가 흐르는 채로 먹는 생식은 여전히 금기였습니다. 피는 동물 생명현상의 신비를 대부분 담고 있는, 그야말로 생명 그 자체라 해도 좋을 체내 물질입니다. 

생식을 금지하신 하느님은 살인도 금지했습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으니, 누구든지 사람을 죽인 자는 그도 죽게 될 것이다.” 

성서를 경전으로 삼는 종교들, 즉 유대교와 크리스트교와 이슬람은 살인죄를 인체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신 하느님을 모독하는 행위로 봅니다. 자살도 포함해서요. 목숨을 주신 분이 하느님이시니 거두시는 일 또한 하느님의 고유한 권한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현실에서는 온갖 구실을 내세우며 살생을 저질러왔지만요. 

대홍수는 고대의 어느 때인가 실제 벌어졌던 사건 같습니다. 동서양 모두 그와 관련한 고대설화가 존재하며, 과학자들 또한 빙하기 이후 대홍수가 있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홍수의 원인은 빙하기에 얼어있던 지구의 해빙과 관련된 것이니까, 홍수 직후 매우 장엄한 무지개가 생겨났을 수도 있겠습니다. 창세기는 무지개가 물로 인간을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하느님 약속의 증표라고 말합니다. 

‘노아의 방주’보다 오래된 대홍수 이야기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 ‘길가메시’가 있습니다. 영웅 우트나피슈팀이 신으로부터 ‘곧 대홍수가 일어날 것이니 배를 만들어 피하라’는 계시를 받아 재난을 피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리스 신화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의 명령을 따라 큰 상자 모양의 배를 만들어 대홍수를 피한 데우칼리온과 피라 부부가 인류의 조상이 됩니다. 인도, 잉글랜드, 중국의 고대설화에도 대홍수가 등장합니다. 심지어 아메리카 인디언 설화에도 대홍수 설화가 있다네요. 

과학자들은 빙하기가 끝날 무렵 북반구의 해수면이 높아지자 터키 근해의 담수호인 흑해호수에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을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흑해에서 300키로 가량 떨어진 아라랏 산에서 고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배의 잔해가 발견되고 흑해의 해저에선 집터의 벽과 지붕 및 기둥의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터키 아라랏 산의 방주 유적지

[사족]

1. 성서 기록을 따라 실제 배를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요한 휘버가 성서 기록을 따라 제작한 노아의 방주 ⓒceinturion

네덜란드 사람 요한 휘버(Johan Huibers)는 성서에 기록된 치수를 따라 노아의 방주를 만들기 시작해 3년만에 수백만 달러와 14,000여 그루의 나무를 이용해 2012년 마침내 완성해 관광객들에게 이를 공개했습니다. 이 배는 길이 약 137m, 넓이 약 23m에 3층으로 지어졌으며, 약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것을 보기 위해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2. 홍수로 방주 밖의 모든 생물을 멸종시킬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어류, 파충류, 양서류 등은 당연히 살아 남았겠죠. 노아의 방주 부분을 쓴 작가들은 대홍수 이미지가 너무 강력했던 나머지 방주를 탄 8명과 생물들 외에는 지구상에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서술합니다. 성서를, 특히 구약성서를 읽다 보면 이런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대홍수의 원인을 인간의 타락에 대한 조물주의 분노로 해석했습니다. 고대인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앙을 신의 징벌로 해석하는 습관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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