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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25. 2019

바벨탑

- 의사소통의 비밀은 어디에 있나?

창세기 11장에 따르면, 오늘날 사람의 언어가 다양해진 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습니다. 

『꽤 오랜 세월, 사람들은 하나뿐인 언어로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날 이라크에 해당하는 지역인 시나르(Shinar)의 평원지대에 자리 잡고 살던 사람들이 돌 대신 벽돌을 빚어서 굽고 이어 붙이는 방식을 발견하고 오늘날의 아스팔트와 비슷한 헤메르라는 역청 성분을 건축에 이용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높은 건물을 지을 줄 알게 되자 이들은 엉뚱한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성을 세우자.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우자. 그러면 우리가 서로 떨어져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 이름을 후손 대대로 자랑스럽게 남기자.” 

사람들은 성읍을 세워 그 한가운데 거대한 탑을 쌓기 시작합니다. 금방이라도 구름에 닿을 듯 탑이 올라갔고, 더 올라가야 한다 싶으면 다시 탑의 기초 부분을 넓혔고, 그 와중에 장정이란 장정은 물론 노인과 어린이와 심지어 여자들까지 동원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온통 탑을 쌓는 일에 정신이 팔려 그에 이로운 것이 곧 선이고 그것을 막는 게 곧 악일 정도가 되고 말았겠지요. 사고가 잇달았고 사람들은 사람의 목숨보다 탑을 쌓는 일을 더 중히 여겼을 겁니다. 탑이 하늘에 닿으면 하느님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거란 허황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일도 잊고 탑 쌓기에만 열중했습니다. 돌이나 구름을 숭배하는 사람도 생겨났을 겁니다. 고대에는 흔한 신앙 형태니까요.

그 모든 모습을 내려다보시던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가소로웠지만 한편 기가 막히고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대로 두면 정말 안 되겠구나.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고자 들면 그야말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게 인간이구나.’ 

하느님께서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인간의 탑 쌓기를 중단시키십니다. 그들의 언어를 뒤섞어버리신 것입니다. 농사 짓던 가문의 사람들은 농사를 짓는 습성에 맞게, 목축을 하던 가문의 사람들은 목축에 걸맞게 언어의 순서를 뒤바꾸십니다. 낱말도 흩어뜨려 놓으십니다. 발성도 사람들의 체질에 따라 어떤 사람은 어떤 발음을 하되 또 어떤 사람은 어떤 발음을 할 수 없게 하십니다.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져 결국 탑을 쌓는 일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탑을 쌓던 사람들은 탑에서 내려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뿔뿔이 흩어지고 맙니다. 사람들은 그곳, 탑을 쌓던 곳을 ‘바벨’이라 불렀고 그 탑은 ‘바벨탑’이라 불렀습니다. 바벨은 ‘하늘의 문’이란 뜻도 되지만 ‘뒤섞다’와 ‘어지럽히다’와도 연관된 낱말입니다.』

이라크에 있는 지구라트

불의 사용은 벽돌 굽는 기술에 적용되었고 벽돌을 굽는 기술은 탑을 높이 쌓는 기술에 적용되었습니다. 역청이 쓰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바벨탑 이야기는 지구라트(zigurrat) 건축과 밀접해 보입니다. 지구라트는 피라밋 구조의 계단식 건축물로서 그 꼭대기에는 제단을 올릴 수 있는 신전이 있습니다. 지구라트가 있는 도시는 당시의 문명과 종교의 중심지입니다. 헤메르라 하는 역청은 휘발성분을 포함하는 가연성 천연물질을 통틀어 칭하는 낱말입니다. 석유의 아스팔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분리기술이 없던 저 시절에 원유는 화력의 도구로는 별 쓸모가 없었을 테지만 역청은 건축과 장식에 매우 유용했겠지요. 에너지를 사용하는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문명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했고, 그만큼 도덕성의 파괴도 이어졌습니다. 

바벨탑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동서양의 역대 제국주의와 그들 공통의 물질만능주의가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언어 소통이 다시 원활해지고 있다지만, 사람을 하나로 묶는 것은 언어 이전에 온정입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할지라도 입장과 경험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끼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외국인이나 다름없습니다. 인류는 예나 지금이나 그릇된 방법으로 하늘의 문을 열려다 더욱 혼란스러워지기를 반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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