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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26. 2019

소돔과 고모라

- 창세기 18장, 19장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소돔에 살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아브라함이 자신의 천막 어귀에 앉아 한낮의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그의 눈앞에 낯선 사람 셋이 나타났습니다. 한눈에 봐도 비범해 보이는 이들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그들을 맞으며 땅에 넙죽 엎드려 말했습니다.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스스로를 낮추어 종이라 부르고 상대를 주님이라 부르는 것은 당시 예법입니다. 

“나리들, 이 종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여기 머무르십시오. 나무 아래 쉬시는 동안, 제가 발 씻을 물과 먹을 것을 가져오겠습니다. 기왕 이 종의 곁을 지나게 되셨으니 원기를 돋우신 뒤에 가시던 길을 가시지요.” 

손님들이 머물겠다고 하자 아브라함은 아내에겐 빵을 굽게 하고 하인에겐 송아지를 잡게 하여 손님들을 잘 먹이면서 시중을 들었습니다. 

음식을 다 먹고 나서는 손님들 가운데 한 사람이 아브라함에게 “댁의 부인 사라는 어디에 계시오?” 하고 묻자 아브라함은 “천막에 있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그 손님은 이어 “내년 이때에 내가 당신께 돌아올 터인데, 그때에는 당신 부인께 아들이 있을 것이오.” 하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근처에 있던 사라가 듣습니다. 사라는 월경도 멈추어 여인으로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기에 속으로 웃었습니다. 그러자 손님 가운데 한 사람이 마치 사라의 웃음과 그 마음에서 하는 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말합니다. “어찌하여 사라는 웃으며, ‘내가 이미 늙었는데, 어찌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오? 하느님께 어려워 못 할 일이라도 있단 말이오?’ 내년 이맘때 내가 돌아올 터인데, 그때에는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오.” 사라가 두려운 마음이 일어 엉겁결에 나서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하며 부인하자, 그 손님은 “아니오. 당신은 웃었소.” 하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음식을 다 먹고 나선 아브라함의 거처를 떠나 소돔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아브라함은 그들을 배웅하려고 함께 걸어갔습니다. 그때 그중 한 사람이 아브라함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하려는 일을 어찌 아브라함에게 숨길까. 그는 자기 자식과 자기 가문에 명령을 내려 정의를 실천하여 하느님의 길을 지키게 할 자인 것을.” 이어 들려온 말씀은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원성이 너무 크고, 저들의 죄악이 너무나 무겁다. 내려가서 몸소 확인해야겠다.” 손님들은 몸을 돌려 소돔으로 갔습니다.

그제야 아브라함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습니다. 아브라함은 방금 말한 이 앞으로 다가서서 그를 주님이라 부르며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넸습니다. 

그들은 음식을 다 먹고 나선 아브라함의 거처를 떠나 소돔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아브라함은 그들을 배웅하려고 함께 걸어갔습니다. 그때 그중 한 사람이 아브라함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하려는 일을 어찌 아브라함에게 숨길까. 그는 자기 자식과 자기 가문에 명령을 내려 정의를 실천하여 하느님의 길을 지키게 할 자인 것을.” 이어 들려온 말씀은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원성이 너무 크고, 저들의 죄악이 너무나 무겁다. 내려가서 몸소 확인해야겠다.” 손님들은 몸을 돌려 소돔으로 갔습니다.


그제야 아브라함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습니다. 아브라함은 방금 말한 이 앞으로 다가서서 그를 주님이라 부르며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넸습니다. 아브라함의 중보仲保가 시작됩니다.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타인들을 위한 절절한 변론입니다. 

“소돔에는 좋은 사람도 살 것이 아닙니까? 그들을 나쁜 사람들과 함께 멸하시겠습니까?” 

“소돔 성읍에 의로운 이가 오십이 되면 그곳 전체를 용서하겠다.” 

“주님, 다섯이 모자라 마흔다섯이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래도 멸망시키지 않겠다.” 

“주님, 그보다 모자라서 마흔 명이면 어쩌시겠습니까?”

“멸망시키지 않겠다.” 

“주님,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 의로운 이가 서른 명 산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들을 보아서 파멸시키지 않겠다.” 

“오, 주님 만약 스무 명이면……?” 

“파멸시키지 않겠다.” 

“오, 제가 거듭 아뢴다고 부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서 열 명을 찾을 수 있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 열 명을 보아서라도 그곳을 멸망시키지 않겠다.” 

그 말을 끝으로 아브라함과 말씀을 마친 손님은 자리를 떴고, 아브라함도 거처로 돌아갑니다. 설마 열 명은 있겠지. 롯이 무사하여야 할 텐데. 아브라함의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두 천사가 소돔에 이르렀을 때, 롯은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습니다. 롯은 그들을 보자 일어나 맞이하며 땅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자기 집으로 초청했습니다. 천사들은 처음에는 거절하며 광장에서 밤을 지내겠다고 하였지만, 롯의 간곡한 청에 결국 롯의 집에 들었습니다. 롯은 물을 떠와 그들이 먼지 묻은 발을 씻게 하고 누룩이 들지 않은 빵을 비롯하여 좋은 음식을 한 상 장만하여 손님들을 대접했습니다. 

낯선 손님들이 찾아왔다는 소문이 성읍 전체에 퍼집니다. 손님들이 아직 잠자리에도 들기 전에 소돔의 사내들이 젊은이부터 늙은이까지 사방에서 몰려와 롯의 집을 에워쌉니다. 

“오늘 밤 당신 집에 온 녀석들 어디 있소? 내놓으시오. 우리가 그 녀석들과 재미를 좀 봐야겠소.” 

이들이 말하는 재미란 남색(항문성교)으로 하는 강간을 뜻합니다. 자신들의 쾌락을 충족시키고 외지인에게 권력을 행사하고자 그런 요구를 한 것입니다. 롯은 문 밖으로 나가 등 뒤로 문을 닫고 그들을 진정시키려 애씁니다. 롯은 심지어 숫처녀인 자기 딸 둘을 대신 내어주겠다고 합니다. 당시 관념과 풍습에는 주인에게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손님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소돔의 사내들은 막무가내로 롯에게 달려들어 밀치고 문을 부수려 했습니다.

그때에 두 천사가 손을 내밀어 롯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뒤 문을 닫고, 문 앞에 있는 사내들의 눈을 모두 멀게 하고 나서 말했습니다.

“너는 이곳을 빠져나가라. 네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이곳을 떠나거라. 하느님께서 악한 성읍 소돔을 파멸시키려고 우리를 보낸 것이다.” 

롯은 사위들에게도 이 말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소돔 사람들인 사위들은 롯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동이 터오고 천사들은 롯을 재촉했습니다. 그래도 롯이 망설이자 천사들은 롯과 그의 아내와 두 딸의 손을 잡고 성읍 밖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뒤를 보면 안 되오. 들판 어느 곳에서도 멈추지 마시오. 휩쓸리지 않으려거든 산으로 달아나시오.” 

롯이 보기에 산은 너무 멀게 느껴졌습니다. 롯은 눈에 띄는 작은 성을 가리키며 그리로 달아나게 해달라고 부탁하여 천사들의 허락을 얻어냅니다. 롯과 그 아내와 두 딸이 그 작은 성에 다다르자 해가 땅 위로 솟아올랐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소돔과 고모라에 유황과 불을 퍼부으셨습니다. 두 성읍과 온 들판과 그 안의 살아있는 모든 것이 불에 타 죽었습니다.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다 그만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브라함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전날 주의 천사들과 함께 서 있던 곳에 나아가 소돔과 고모라를 내려다보니, 마치 가마에서 피어나는 연기처럼 온 땅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성읍을 멸망시킬 때 아브라함을 기억하셨고, 그의 조카인 롯에게만큼은 자비를 베풀어 멸망하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롯은 두 딸과 함께 숨어든 소알이라는 이름의 작은 성이 그다지 안전해 보이지 않자 딸들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 동굴 속에서 살았습니다. 

어느 날 롯의 맏딸이 동생, 곧 롯의 작은딸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땅에는 세상의 풍속대로 우리에게 올 남자가 없구나. 그러니 아버지에게 술을 드시게 하고, 우리가 아버지와 함께 누워 그분에게서 자손을 얻자.” 

두 딸은 이틀에 걸쳐 차례차례 아버지 곁에 누웠습니다. 롯은 술에 취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습니다. 이렇게 해서 롯의 두 딸은 아버지의 아이를 낳게 됩니다. 맏딸이 낳은 아들 모압은 모압 족속의 조상이 되고, 작은딸이 낳은 아들 벤암미는 암몬 족속의 조상이 됩니다. 대를 잇기 위해서라면 근친상간도 불사하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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