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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26. 2019

BIBLE의 저자들

- J, E, P, D, 전승, 미드라시, 탈무드

유대인과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의 저자를 모세 한 사람으로 보는 관점이 오래 이어져오고 있지만, 성서학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바이블의 저자는 특정인이 아니라 꽤 오랜 세월 이 책의 성립에 관여한 저자군(-群)입니다. 모세는 최초의 저자이거나 어쩌면 창조된 캐릭터일 수도 있습니다. 모세가 실존인물이라면, 이집트에서 왕족으로 자란 덕에 문장, 의술, 병법 등 소양을 갖춘 그였기에 이 방대한 저서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었겠지요. 모세가 창조된 캐릭터라면, 이집트에서 왕족으로 자란 덕에 문장, 의술, 병법 등 소양을 갖춘 사람을 대표저자로 내세워야 할 필요가 있었겠고요. 아무튼 분명한 것은 토라(모세5경)는 모세 혼자 쓴 문서가 아니며 그 저자군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넷으로 분류합니다.  


E

하느님을 "엘로힘"이라고 불렀던 저자들로서 엘로히스트(Elohist)라 합니다. 창세기 1장에 있는 천지창조 이야기를 최초로 쓴 사람들입니다. 엘로힘은 복수형이라서 창세기 1장을 "신들이 하늘과 땅을 창조했다"고 번역해야 옳지 않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데요. 하나는 히브리어에 우리말의 극존칭 같은 장엄복수 어법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대인의 신앙도 처음에는 다신교 형태로 출발하여 차츰차츰 유일신 사상으로 정착했기 때문에 그 흔적이 용어에 남아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엘로히스트가 성서를 집필했던 때로 추정되는 기원전 900년경은 유일신 사상이 거의 정착했을 때입니다. 


J

J는 하느님을 야웨(Jahwe) 또는 야훼(Jahwe)로 불렀던 저자들입니다. 바로 이들이 에덴동산 이야기를 지었습니다. 이들의 문체는 매우 간결하고 건조하기조차 합니다.


P

P는 Priest(성직자)의 약자입니다. 레위기와 민수기는 대부분 이들이 지었습니다. 바빌로니아 유수가 끝난 기원전 6세기 말에 예루살렘 주변에 살고 있는 제사장과 율법학자 전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성서를 본격적인 민중 통치 수단으로 활용한 작가들입니다. 초기의 율법, 안식일, 아론의 혈통을 중시합니다. 창세기와 출애굽기에도 몇 구절 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P 저자군은 아람어 낱말을 많이 사용하여 다른 작가군과 쉽게 식별됩니다. 

   

D

D는 신명기(Deuteronomy)의 저자군을 뜻합니다. 모세를 3인칭으로 서술하고 모세 사후에나 등장하는 용어라든지 무덤 위치 설명 등이 이들의 흔적입니다. 이들은 사건이 벌어진 때와 기록된 사건을 언급하곤 합니다. " 당시에 그 땅에는 가나안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라든지 "이스라엘은 그날까지 모세처럼 위대한 선지자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같은 표현이죠. 성서학자들은 신명기는 모세5경 중에 가장 나중에 쓰였다고 봅니다. 


모세5경 즉 토라에 대한 유대인과 기독교인의 입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토라를 이루는 모든 문서는 비록 문체와 집필의도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하느님의 큰 설계 아래 그분의 영감을 받아 쓰인 것이다." 

신구약성서 즉 Bible 안에 성경으로 번역되는 부분은 영역일 경우 Scripture입니다. Scripture는 주로 모세5경을 가리키며 맥락에 따라 유명한 예언서들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성서를 문자 그대로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주로 드는 구절이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의 다음 구절입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되어 교훈, 책망, 바르게 함, 의롭게 훈련하기에 유익한 책입니다."(디모데후서 3:16) 이 문장에 등장하는 낱말 '성경'이 Scripture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한 권으로 묶어 성서로 받드는 모든 문서를 Scripture로 보는 데는 커다란 무리가 따릅니다. 성서 창작의 이러한 배경을 무시하고 Bible 전체를 성스러운 책으로 취급하여 억지로 짜맞추며 믿고 따르려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얻는 종교인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 병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도 고칠 수 없습니다. 성서를 차분하게 직접 읽고 공부해서 깨치지 전에는 고칠 수 없어요.




성서 말고 전승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경전으로 편입되지는 않았지만 중요하게 받들어 보존하는 이야기나 가르침을 전승이라고 하죠. 전승은 이야기의 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성서 곳곳에 유사한 이야기를 남깁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아브람이 아내를 데리고 다른 지역에 갔는데 그 지역의 왕이 아내를 탐합니다. 아브람이 자기 아내를 누이라고 속였기 때문에 왕은 안심하고 구애합니다. 하느님 또는 천사의 벌을 받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죄하죠.(12장에도 나오고 20장에도 나옵니다.) 이삭이 리브가를 데리고 다른 지역을 방문했을 때도 거의 비슷한 일이 벌어지죠. 


유대교에는 랍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미드라시(midrash) 창작 전통이란 것도 있습니다. 미드라시 모음은 미드라심(midrashim)이라고 하죠. 성서의 견해나 이야기에 상상력을 가미해서 좀 더 생생하고 풍요롭고 심지어 재미있는 텍스트로 발전시키고 확장합니다. 기록된 율법을 학문적인 방법으로 추론한 할라카 미드라시와 입법보다는 교화에 목적을 둔 설교들로 구성된 하가다 미드라시가 있습니다. 한국에도 자주 전파되는 <탈무드>가 바로 이 미드라심의 규칙을 따라 창작된 텍스트입니다. 


바빌로니아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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