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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26. 2019

축복을 쟁취한 야곱

- 이스라엘의 직계조상

이삭과 리브가는 금슬이 좋은 부부였지만 결혼 후 오랫동안 자식이 없었다가 남편 나이 예순이 되어서야 비로소 쌍둥이 아들들을 낳았습니다. 어미의 뱃속에 있을 적부터 형제는 서로 다퉜습니다. 오죽하면 임부인 리브가가 괴로워 하느님께 하소연을 다 했을까요. 태어날 때 동생 야곱은 형 에서의 발 뒤축을 붙잡으며 세상에 나왔습니다. 형 에서는 살갗이 붉고 몸에 털이 많고 자라면서 들에 나가 사냥하기를 즐겼고, 아우 야곱은 천막 가까이에서 주로 생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 이삭은 고기를 구해오는 에서를 더 사랑하고 어머니 리브가는 자기 곁에 있을 때가 많은 야곱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사냥에서 돌아온 에서가 배가 고파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때마침 야곱이 팥죽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붉은 것, 곧 팥죽을 청하는 에서에게 야곱은 맏아들의 권리를 넘기면 주겠다며 흥정했습니다. 에서는 경망스럽게도 동생에게 맹세로써 맏아들의 권리를 팔고 팥죽을 얻어먹었습니다. 여기서 맏아들의 권리란 ‘장자 상속권’을 말합니다. 당시 그 지역 풍습으로는 아버지가 죽은 뒤 맏아들이 다른 아들들보다 두 배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귀한 장자의 권리를 소홀히 여기는 에서가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사는 곳에 큰 가뭄이 들자 이삭은 식솔을 이끌고 블레셋 사람들이 사는 그랄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이삭은 그곳에서 큰 재산을 모았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이삭을 시샘하고 두려워하여 그의 우물을 흙으로 메웠고, 이삭은 블레셋 왕 아비멜렉의 권고를 받아들여 그랄 계곡에 천막을 칩니다. 이삭의 아버지 아브라함이 쓰던 우물이 이미 메워져 있어 이삭의 종들은 새로운 우물을 두 번이나 팠는데, 그때마다 그랄의 목자들이 사용하려 들어 자주 싸움이 났습니다. 세 번째 우물을 팠을 때에야 비로소 싸움 없이 우물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삭은 그 우물을 르호봇이라 불렀습니다. 싸울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우물이 생긴 날, 하느님께서는 지난날에 아브라함에게 했던 번영의 약속을 이삭에게도 똑같이 해주십니다. 이삭은 제단을 쌓아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도 더 이상 이삭을 괴롭힐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이삭은 틀림없이 위대한 신의 보살핌으로 사는 이였기 때문입니다. 블레셋 왕 아비멜렉이 장수를 이끌고 이삭을 찾아와 평화조약을 청합니다. 그날 이삭의 종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우물을 찾았습니다. 이삭은 이 우물을 시바라 불렀습니다. 

이삭은 늙어 몸이 쇠약해지고 눈도 잘 보이지 않자 자신이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 생각하여 에서에게 맏아들에게 걸맞은 재산을 물려줄 결심을 했습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이삭은 에서를 불러 사슴을 잡아오도록 시키며 그것을 먹고 나서 재산상속을 의미하는 축복을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대화를 리브가가 듣게 됩니다. 리브가는 이삭이 좋아하는 고기요리를 하는 한편으로 야곱에게 에서의 옷을 입히고 손에는 새끼염소의 가죽을 씌우고 목에는 털 없는 부분을 씌워 이삭을 속일 채비를 했습니다. 리브가는 야곱에게 고기 요리를 건네주고 천막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 심지어 리브가는 들통이 나 저주를 받게 되면 모두 자신이 뒤집어쓰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삭은 야곱을 에서로 착각하고 야곱에게 맏아들에게 걸맞은 축복을 해줍니다. 에서가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이삭이 야곱을 축복한 직후였습니다. 맏아들의 권리를 팥죽과 맞바꾼 에서는 이리하여 맏아들로서 받아야 할 축복마저도 동생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에서가 동생에게 원한을 품고 아버지가 죽고 나면 동생을 죽이겠다고 중얼거리자, 이 중얼거림을 들은 리브가는 야곱을 자기 친정 오라비인 라반의 집으로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리브가는 야곱이 이방인 여자와 결혼하지 않기 바란다는 구실을 내세워 남편 이삭을 설득하여 야곱을 라반의 집으로 가게 했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 에서는 그의 나이 마흔 살이 되던 해에 히타이트 족속의 여자를 둘이나 아내로 맞이하여 이삭과 리브가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에서는 하느님 보시기에 못마땅한 짓을 여러 번 저지른 맏아들입니다. 야곱이 떠난 뒤에야 에서는 자기가 가나안의 딸, 곧 히타이트 족속의 여자와 결혼한 것을 부모가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의 딸 마할랏을 셋째 아내로 삼았습니다.  

야곱은 살기등등한 에서의 눈을 피해 일행도 없이 혼자 길을 떠났습니다. 야곱은 금방이라도 에서가 뒤따라올 것 같아 걸음을 쉴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걸어가던 야곱은 해가 질 무렵 어느 낯선 곳에서 밤을 지내려고 평평한 돌을 하나 골라 베개로 삼고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그 밤에 야곱은 꿈속에서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다리를 보았고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다. 하느님께서는 야곱의 꿈속에서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하셨던 것 같은 번영의 약속뿐만 아니라 야곱이 가는 모든 길에서 그를 지켜주고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오도록 해주겠다는 약속까지 해주셨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야곱은 이제 더 이상 두렵지도 슬프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베고 잔 돌을 기둥으로 삼아 세우고 그 꼭대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야곱은 그날 이후 그곳을 베델이라 불렀습니다. 본래 그곳의 이름은 루스였습니다. 야곱은 하느님께 만약 자신이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베델에 하느님의 집을 세우고 소득의 십분의 일을 바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다시 목적지를 향하여 길을 떠났다. 힘들고 고단한 여행이었지만 그의 걸음은 전과 달리 한결 가벼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야곱은 우물이 있는 어떤 들에서 가축 떼에 물을 먹이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외삼촌 라반의 이웃들이었습니다. 야곱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 라반의 딸 라헬이 그곳으로 왔습니다. 야곱이 라헬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자 라헬은 집으로 달려가 그의 아버지에게 소식을 알렸습니다. 라반은 여동생의 아들 야곱을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야곱은 라반의 일을 도우며 그곳에 머물렀습니다. 

야곱이 거기 머문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라반은 “우리가 아무리 혈육이라지만 대가 없이 일을 시킬 수는 없다. 무엇을 삯으로 주면 좋겠는지 말해 보거라.” 하고 야곱에게 물었다. 야곱은 만약 라헬을 자기에게 아내로 주신다면 7년 간 열심히 외삼촌을 섬기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라반은 야곱의 청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라반에겐 딸이 둘 있었는데 언니는 레아였고 동생은 라헬이었다. 야곱은 라헬이 좋았습니다. 사랑의 힘으로 7년이 불과 며칠이 지난 듯 금방 지나갔습니다. 7년째 되는 날 야곱은 결혼식을 올립니다. 늦은 저녁이라 신랑이 신부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점을 이용해 라반은 라헬이 아닌 레아를 야곱의 숙소에 넣었습니다. 야곱이 속았음을 깨닫고 외삼촌에게 따지자 돌아온 대답은 동생을 먼저 보내는 것이 풍습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는 변명이었습니다. 라반은 라헬을 신부로 주는 조건으로 야곱에게 일단 레아에게 온전히 남편 구실을 할 것과 추가로 7년을 더 자신을 섬기라고 요구했습니다. 야곱은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라헬을 두 번째 아내로 맞이했고 그 대가로 다시 7년 동안 외삼촌을 도왔습니다. 레아에겐 실바라는 하녀가 있었고 라헬에겐 빌하라는 하녀가 있었습니다.  

야곱은 라반과 함께 지내는 동안 레아와 라헬은 물론 그녀들의 하녀의 몸으로부터도 자녀를 얻어 슬하에 아들 열하나와 딸 하나를 두게 됩니다. 르우벤, 시므온, 레위, 유다, 잇사갈, 스불론 등은 레아가 낳은 아들이고, 단과 납달리는 라헬의 하녀 빌하가 낳은 아들이고, 갓과 아셀은 레아의 하녀 실바가 낳은 아들이며, 요셉은 라헬이 낳은 아들입니다. 딸 다이아나는 레아가 낳았습다. 그들 가운데 요셉이 막내이다. 

요셉이 태어나자 야곱은 식구들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라반은 야곱 덕분에 자신이 더 큰 부자가 되었음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야곱이 품삯이 아닌 고유한 재산을 갖고 싶다고 거듭 청하자 라반은 마지못해 그에게 소와 양과 염소를 약간 떼어주었습니다. 야곱은 염소를 잘 키워 점점 부자가 되었습니다. 라반과 그의 아들들은 야곱을 시기했습니다. 야곱은 라반에게 알리지 않고 자기 식구들과 종들과 가축 떼와 재산을 챙겨 길을 떠났습니다. 일행은 강을 건너 길르앗 산간 지방으로 향했습니다. 

라반이 야곱의 도주 사실을 안 것은 도주 사흘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라반은 자기 식구들 일부를 이끌고 뒤쫓아 와 길르앗 산간 지방에서 야곱을 따라잡았습니다. 라반의 일행이 야곱을 만나기 직전 천사가 라반의 꿈속에 나타나 야곱을 해치지 말라고 명합니다. 야곱과 라반이 서로 만났을 때 그들은 돌무더기를 쌓고 돌 하나를 기둥으로 삼은 뒤에 그곳을 경계로 삼아 앞으로 서로 해치지 않기로 하는 계약을 맺습니다. 그들은 이 돌무더기를 지켜보는 곳이라는 뜻의 ‘미스바’라 불렀습니다. 라반은 하란의 집으로 돌아가고 야곱 일행은 가나안 땅을 향해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지 오래되었지만 야곱은 여전히 에서의 원한이 두렵고 걱정스러웠습니다. 당시 에서는 가나안 땅이 아닌 에돔 지역에 달고 있었습니다. 야곱이 온다는 소식을 에서에게 전한 사람이 돌아와서 그의 형 에서가 사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함께 동생을 맞을 준비를 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야곱은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는 만약을 대비해 자기 진영을 둘로 나누었고, 하느님께는 자신을 지켜달라고 기원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형의 분노를 미리 사그라뜨리기 위해 선물로 줄 가축 떼를 먼저 에서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선물을 보낸 그 밤, 식구들과 재산을 골짜기 너머로 먼저 건네 보냈을 때였습니다. 한 사람이 나타나 야곱과 레슬링을 했습니다. 레슬링은 새벽이 밝아오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야곱의 넓적다리 관절 오목한 부분을 건드렸습니다. 뼈가 빠지면서도 야곱은 그 사람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날이 밝아오니 그만 놓아 달라고 할 때 야곱은 그에게 먼저 자신을 축복하지 않으면 놓지 않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사람은 하느님의 천사였습니다. 천사는 야곱더러 하느님과 겨루어 이기고 사람들과도 겨루어 이긴 사람이라며 그의 이름이 장차 ‘하느님과 겨루어 이긴 자’라는 뜻의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라 말했습니다. 천사는 야곱을 축복하고 난 뒤에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야곱은 천사와 씨름한 그곳을 브니엘이라 불렀습니다. 브니엘은 ‘하느님의 얼굴’이란 뜻입니다. 

마침내 야곱은 에서를 만났습니다. 야곱은 식구들을 자기 뒤에 두고 앞서 나아가 형에게 가까이 갈 때까지 땅에 일곱 번이나 절했습니다. 야곱의 우려와 달리 에서의 마음은 이미 누그러져 있었습니다. 형은 동생을 얼싸안고 목을 끌어안으며 입 맞추었고, 형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심지어 에서는 동생이 선물로 준 가축 떼도 받지 않으려 했습니다. 상봉을 마친 형제는 헤어져, 에서는 에돔 땅으로 야곱은 가나안 땅으로 돌아갔습니다. 야곱은 세겜이란 곳에 와서 그곳 땅을 넉넉히 구입해 천막을 치고 제단을 쌓아 하느님께 제사를 드렸습니다. 

동시에 태어난 거나 다름없는 두 형제. 에서와 야곱. 둘 사이에서 하느님의 축복을 받기에 더욱 적극적이었던 존재는 동생인 야곱이었습니다. 형 에서는 우상을 섬기는 이방 여인들을 아내로 맞이했고 배고픔과 목마름을 해소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맏아들의 권한을 경망되게 팔아넘기는 등 축복을 소홀히 했습니다. 에서는 그렇게 행동한 것은 아마도 맏아들이라는 지위가 아무 노력 없이도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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