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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28. 2019

야곱의 열두 아들

이스라엘 13부족의 기원 설화

  언니 레아는 성미가 유순했고 동생 라헬은 외모가 출중했는데, 야곱은 라헬을 더 사랑했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을 태어난 순서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 안은 이름의 뜻입니다. 

  레아는 르우벤(보라, 아들이다), 시므온(들으심), 레위(연합함), 유다(찬양)를 낳고 그 후로 수년 동안 출산이 멈추었습니다. 다음으로 라헬의 하녀 빌하가 단(재판장)과 납달리(겨룸)를 낳았고, 이어 레아의 하녀 실바가 갓(다행)과 아셀(기쁨)을 낳았습니다. 다시 출산이 시작된 레아는 잇사갈(보상)과 스불론(함께 기거함)을 낳은 뒤에 딸인 디나를 낳았습니다. 라헬은 오랫동안 아이를 낳지 못하여 하느님께 탄식하며 기도하다 마침내 요셉(더함)을 낳았습니다. 


  야곱이 세겜 땅에서 살고 있을 때 그곳에서 제일 높은 사람인 하몰의 아들 세겜이 그만 디나를 강간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세겜은 디나와 결혼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 소식이 야곱의 귀에 들어왔고 나중엔 들에서 돌아온 열한 명의 아들 귀에 들어왔습니다. 아들들은 이 사실을 무척 치욕스럽게 여겼고 크게 분노했습니다. 세겜과 그의 아버지 하몰은 야곱의 집안을 찾아와 정식으로 청혼하며 가문과 가문의 결혼동맹을 제안했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세겜과 그의 아버지 하몰에게 만약 하몰이 다스리는 성읍 사람들 전체가 할례를 받는다면 디나를 내주고 결혼동맹에도 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속임수였습니다.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을 비롯한 성읍 남자들 모두 생식기의 포피를 베는 일, 곧 할례를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셋째 날이 되어 그들이 통증으로 시달릴 때 야곱의 아들들은 하몰과 세겜을 비롯한 성읍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노략질하고 식솔까지 끌고 가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야곱은 이 일로 자신이 가나안 땅과 그 주변에 사는 족속들로부터 배척을 받을까 염려하며 아들들을 꾸짖었습니다. 하지만 아들들은 “그럼 우리 누이를 매춘부처럼 대하도록 놓아두란 말입니까?” 되물으며 전혀 뉘우치지 않았습니다.(창세기 34장) 

  그 후 야곱은 하느님의 명령을 따라 베델로 이사해서 아버지 이삭이 아직 살아 있는 헤브론의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그 옛날에 성난 형을 피해 혼자 달아나던 그 길을 이번에는 식구들과 종들을 데리고 부자가 되어 거꾸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때부터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 부르셨습니다. 하지만 그 길에는 큰 불행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에브랏, 곧 베들레헴에 다다르기 전에 라헬이 막내아들 베냐민을 낳은 직후 죽고 만 것입니다. 야곱은 에브랏으로 가는 길에 사랑하는 아내 라헬을 묻었습니다. 한번은 맏아들 르우벤이 야곱의 첩이자 라헬의 하녀인 빌하를 범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야곱의 아들은 그렇게 모두 열두 명입니다. 

  야곱이 헤브론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이삭이 일백팔십 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에서와 야곱은 힘을 모아 아버지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그 후로 야곱은 줄곧 가나안 땅에서 살았습니다. 

  창세기 37장부터 마지막장인 50장까지는 요셉이 중심 인물입니다. 형들로부터 미움받던 요셉이 먼저 이집트로 넘어가 크게 출세하고 훗날 형제들과 화해하여 식구들을 모두 이집트로 불러들여 함께 산다는 내용입니다. 이들 형제들이 번성하여 이집트 내에서 13부족을 이루었다는 거죠. 참고로, 역사학에서는 창세기 저자들이 이스라엘 13부족의 결속을 공고히 하기 위해 그들 모두를 같은 아버지 야곱에게서 비롯된 혈통으로 설정하여 서술했다고 봅니다. 




  야곱은 열두 아들 가운데 자신이 극진히 사랑한 아내 라헬의 몸에서 태어난 요셉을 유독 사랑했습니다. 형들은 요셉을 시기했습니다. 요셉은 형들이 저지른 잘못을 아버지 야곱에게 고자질하기도 했습니다. 야곱은 요셉을 나머지 형제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고, 형들은 갈수록 요셉을 미워했습니다. 

  요셉의 꿈 이야기를 절정을 이루었다. “형님들, 우리가 함께 밭에서 단을 묶고 있었는데, 내가 묶은 단이 똑바로 서자 형님들의 단이 내 것을 둘러서더니 내 단에 절을 했어요.” 요셉은 그 뒤에도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을 꾸었는데, 해와 달과 열한 개의 별들이 내게 허리를 굽혔어요.” 이 꿈은 아무리 봐도 요셉이 형제들 가운데 우뚝 선 위대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니 형들은 요셉을 더욱 시기하고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야곱은 가축이 너무 많아 그것을 전부 먹이려면 넓은 초원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아들 열 명에게 가축 떼를 몰고 세겜 근처에 가게 했습니다. 얼마 후 야곱은 형들이 잘 지내는지 알아보라고 요셉을 그리로 보냈습니다. 요셉이 먼 거리를 이동해 세겜에 이르렀을 때 형들은 가축 떼에게 풀을 뜯길 곳을 찾아 도단이라는 곳으로 다시 옮긴 뒤였습니다. 요셉은 온 만큼을 더 이동해 도단을 찾아갔습니다. 

  자기들에게 다가오는 동생 요셉을 보고, 형들은 사악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저기 꿈만 꾸는 놈이 온다. 저 놈을 죽여 구덩이에 처넣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버지에겐 들짐승에게 당했다고 하자.” “그래. 그러자. 저 재수 없는 놈.” 하지만 맏아들 르우벤은 요셉이 죽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생들은 몹시 흥분해 있었다. “죽이지는 말고 그냥 구덩이에 처넣기만 해.” 르우벤은 적당한 기회를 봐서 요셉을 아버지에게 돌려보내려 한 것입니다. 요셉이 다가오자 형들은 그를 붙잡아 겉옷을 벗기고 구덩이에 처넣어 버렸습니다. 구덩이에 물은 없었습니다. 

  르우벤이 잠시 그 자리를 떠나 있을 때 사막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이 낙타를 타고 이집트 쪽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유다가 새로운 제안을 합니다. “우리가 혈육을 죽여 얻는 게 뭐가 있어? 저들에게 팔고 요셉의 몸에는 손을 대지 말자.” 요셉의 형들은 유다의 말대로 했습니다. 그들은 은화 스무 닢에 형제를 팔았습니다. 르우벤이 구덩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 요셉은 이미 팔려가고 없었습니다. 형제들은 요셉의 겉옷에 숫염소의 피를 묻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 야곱에게 보였습니다. 야곱은 울부짖었습니다. 한편, 이집트로 팔려간 요셉은 이집트 왕 파라오의 궁정관리인이자 경호 대장인 보디발에게 팔려갔습니다. 

  요셉은 형제로부터 배신당하여 남의 종살이를 하게 된 설움을 딛고 주인인 보디발의 집에서 공손하고 성실하게 생활했습니다. 보디발은 요셉이 자기 집에 온 뒤로 더욱 번창하였으므로 그를 복덩어리로 여겨 총애했고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했습니다. 요셉은 어머니 라헬을 닮아서인지 수려한 용모의 젊은이로 성장했습니다. 

  보디발의 아내는 젊고 아름다운 요셉을 탐내 틈날 때마다 그를 유혹했습니다. 하지만 요셉은 주인이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맡기었으나 그 아내만은 예외라며 거절했습니다. 무엇보다 요셉의 양심은 하느님을 두려워했습니다. 집안에 보디발의 아내와 요셉밖에 없던 어느 날, 여자는 요셉의 옷을 움켜잡고 적극적으로 유혹했습니다. 요셉은 붙잡힌 옷을 여자의 손에 그냥 두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욕망을 채우지 못해 화가 난 여자는 비명을 질러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옷을 증거물로 사용하여 요셉에게 강간하려 했다는 누명을 씌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보디발도 자기 아내의 말을 믿었습니다. 요셉은 그만 억울하게 투옥되고 말았습니다. 주로 왕실과 관련된 죄수들이 갇힌 감옥이었습니다. 

<요셉과 보디발 부인>

  요셉은 신세를 한탄하거나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감옥에서도 전에 못지않게 착실하게 생활하여 감옥을 관리하는 사람의 눈에 들게 되었습니다. 요셉은 감옥을 관리하는 일을 도우며 다른 죄수들보다 편히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의 술을 빚는 자와 빵을 굽는 자가 왕을 화나게 한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와 요셉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며칠 뒤에 그 두 사람이 동시에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는데, 요셉은 그들의 꿈 이야기를 듣고 술 빚는 자는 다시 하던 일하게 되고 빵 굽는 자는 결국 처형을 당할 것이라고 해몽해주었습니다. 그 두 사람은 요셉의 말대로 되었습니다. 술 빚는 자는 감옥에서 풀려나오자 요셉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집트 왕이 이상한 꿈을 꾸는 일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그를 떠올렸습니다. 

  이집트 왕, 곧 파라오가 꾼 두 개의 이상한 꿈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나일 강가에서 보기 좋게 살진 암소 일곱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는데 잠시 후 흉측하게 야윈 암소 일곱 마리가 나타나더니 살찐 암소들을 모두 잡아먹는 꿈입니다. 두 번째는 한 줄기에서 통통하게 잘 익은 벼이삭 일곱 개가 나왔다가 뒤 이어 같은 줄기에서 나온 바짝 마른 이삭 일곱 개가 앞서 나온 이삭들을 몽땅 삼켜버리는 꿈입니다. 아무도 그 꿈을 왕의 마음에 흡족하게 풀지 못했습니다. 꿈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왕에게 술 빚는 자가 요셉을 소개했습니다. 

  왕 앞으로 불려나온 요셉은 그 두 꿈은 모두 같은 것으로서 장차 7년에 걸친 풍년과 그 뒤를 이어 7년에 걸친 흉년이 찾아올 것임을 하느님께서 미리 보여주신 것이라 해몽하며 풍년 기간에 곡식을 비축해 흉년을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곁들였습니다. 왕은 물론 해몽을 듣는 모든 이가 흡족하여 요셉을 칭찬했습니다. 왕은 요셉을 감옥에서 풀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던 도장반지를 그의 손에 끼워 징표를 삼음으로써 그를 왕 다음으로 높은 재상으로 임명하였다. 왕은 요셉의 이름을 ‘비밀을 밝혀내는 자’ 또는 ‘신의 말씀을 받아 사는 자’라는 뜻의 사브낫바네아(Zaphnath-paaneah)라 부르고 제사장 포디페라의 딸 아스낫을 그에게 아내로 주었습니다. 요셉의 나이 서른 살에 생긴 일입니다. 이 둘 사이에서 므낫세와 에브라임이 태어나고, 그 후손들은 각각 이스라엘 열세 지파를 이룹니다. 

  요셉의 해몽대로 정말 7년 동안 풍년이 들었습니다. 요셉은 이집트 전역에서 나온 곡식을 고루 거두어 넉넉히 저장했습니다. 그 사이 아들도 둘 두게 되었는데, 큰 아들은 므낫세이고 작은 아들은 에브라임입니다. 풍년이 끝나자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흉년이 찾아왔습니다. 흉년은 이집트뿐 아니라 인근 모든 지역에 임했습니다. 요셉은 곡식창고를 열어 이집트인에게 팔고 곡식을 사러 이집트로 오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팔았습니다. 

  기근이 2년째 계속되던 해. 가나안 땅에서는 야곱과 그의 식구들이 가뭄으로 큰 고생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어른남자만으로도 60명이 넘는 가문을 이루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귀에도 이집트에는 곡식이 있다는 소식이 들어갔습니다. 그리하여 요셉의 형 열 명이 모두 나서 곡식을 사러 이집트를 향했습니다. 야곱은 막내아들 베냐민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요셉을 잃은 뒤로 야곱은 라헬의 몸에서 태어난 또 하나의 아들 베냐민을 몹시 아꼈습니다. 형들은 요셉 때의 불행을 떠올리며 베냐민만큼은 시기하지 않았습니다. 

  요셉은 형들을 곧바로 알아보았지만 형들은 눈앞에 있는 높은 사람이 자기들 동생 요셉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요셉은 어린 시절 자신이 꾸었던 꿈이 정말 이루어지는 현실을 보며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양했습니다. 그는 이미 형들을 원망하는 마음을 버렸지만 형들의 마음을 떠보기로 작정했습니다. 한편으로 아버지와 막내 동생 베냐민의 안위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요셉은 꾀를 내어 형들을 정탐꾼으로 몰아세워 사흘간 감옥에 가둔 뒤에 다시 그들을 불러 아홉을 감옥에 가두고 한 사람만을 가나안 땅으로 보내어 베냐민을 데려오라고 명합니다. 형제들은 요셉 앞에서 자기들이 지난 날 요셉에게 한 일을 생각하며 자신들이 천벌을 받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요셉이 자기들 말을 못 알아들으리라 생각한 것입니다. 요셉은 그 자리를 잠시 떠나 울고 나선 다시 돌아와 이번엔 시므온을 이집트에 남기고 나머지 형제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명했습니다. 한편 요셉은 부하들을 시켜 형들 몰래 그들의 짐에 값을 치룬 돈을 도로 넣어 두었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형제들은 아버지에게 요셉이 한 말을 전했습니다. 아들들의 짐에서 나온 돈을 본 야곱은 불안과 슬픔에 떨며 베냐민을 내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기근이 더욱 심해져 르우벤과 유다를 비롯한 형제들은 거듭 강력하게 아버지를 설득했습니다. 마침내 야곱은 베냐민을 데려가도록 허락하며 아들들에게 갖은 선물을 준비하고 이집트에서 딸려온 돈의 두 배를 가져가 도둑 누명을 쓰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요셉의 형들은 베냐민을 데리고 이집트를 향했습니다. 

  형들 사이에 있는 베냐민을 본 요셉은 부하들을 시켜 자기 형제들 모두를 집으로 데려가 성대한 잔치를 벌여놓으라 명했다. 영문을 모른 형들은 지난번에 값을 치루지 않고 온 일 때문에 자기들을 종으로 삼으려 한다고 짐작하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들은 요셉의 하인에게 자초지종을 말했지만 하인은 그저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잠시 후 감옥에 있던 시므온도 그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오가 되자 요셉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요셉은 형들에게 아버지 야곱의 안부를 묻고 베냐민에게는 축복의 말을 건넸습니다. 베냐민을 보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되자 잠시 자리를 떠 울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음식을 차리는데, 하나는 요셉을 위한 것이고 하나는 그 형제들을 위한 것이고 하나는 그 자리에 있던 이집트 손님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요셉은 형제들의 자리를 나이 서열에 따라 앉혔습니다. 요셉은 자기 음식을 형제들에게 가져다주었는데 베냐민에게는 형들보다 다섯 배나 더 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형제들은 지체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습니다. 고향에는 굶고 있는 부모와 식솔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셉은 또 하나의 꾀를 내어 부하를 시켜 자기 은잔을 베냐민의 자루에 넣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 형제들은 길을 나서 도시에서 나갔습니다. 그들이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때 요셉은 자기 집을 관리하는 자를 시켜 일행을 따라 붙어 은잔을 찾아오게 했습니다. 사실을 알 턱없는 형제들은 무고함을 주장하며 자기들을 수색해 보라 했지만 결국 막내 베냐민의 자루에서 은잔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들은 도시로 되돌아가야만 했습니다. 

  요셉은 은잔이 발견된 사람, 곧 베냐민을 자기 종으로 삼고 나머지는 돌려보내겠노라고 형들에게 말했습니다. 그 순간 유다는 고향을 나설 때 만류하는 아버지를 설득하며 만일 베냐민을 아무 탈 없이 데려오지 못하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유다는 요셉 앞으로 다가가서 베냐민을 잃으면 아버지는 사셔도 사시는 게 아니니 막내 동생을 대신하여 자신이 종이 되면 안 되겠냐고 눈물로 사정했습니다. 이 부분은 한 편의 시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이로써 요셉의 시험은 모두 끝이 납니다. 형들이 이젠 전과 다름을 확실히 알게 된 것이죠. 지난 일들이 마음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감정이 복받쳐 올라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요셉은 주위에 있는 자기 신하들과 종을 모두 물러가게 했습니다. 요셉은 자기 형제들 앞에서 목을 놓아 울었습니다. 어찌나 크게 울었던지 파라오의 거처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요셉은 비로소 자기 정체를 형제들에게 밝혔습니다. 

  요셉은 이 모든 일이 하느님의 섭리였다고 말함으로써 형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형제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요셉은 형들에게 아버지는 물론 그 식솔들과 가축까지 모두 데리고 와 이집트 고센으로 오라고 말했습니다. 요셉의 형제들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파라오도 기뻐했습니다. 요셉은 선물을 한가득 안겨 그들을 돌려보냈습니다. 베냐민에게는 특히 많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형제를 떠나보내며 요셉이 말했습니다. “행여 길에서 다투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베냐민과 시므온이 무사히 돌아온 것으로 모자라 죽은 것으로 알던 요셉이 살아있다는, 그것도 이집트 총리대신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야곱의 마음에는 기쁨이 넘쳤습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구나. 요셉이 살아 있다니! 죽기 전에 어서 가서 내 눈으로 봐야겠다.” 야곱은 그날 밤 하느님께 감사의 제사를 바쳤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집트에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거기서 너희가 큰 민족을 이룰 것이다. 내가 너희와 함께 갈 것이며 장차 반드시 너를 데리고 올라올 것이다.” 이후로 야곱의 후손들을 이스라엘 사람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집트 가까이에 이르러 천막을 쳤습니다. 유다가 요셉에게 가 이 사실을 알리자 요셉이 화려한 마차를 타고 그들에게로 왔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리고 그 동안 못다 한 말을 나누었습니다. 요셉은 형들 가운데 다섯 명과 아버지를 모시고 이집트 왕, 곧 파라오에게 갔습니다. 파라오는 그들이 가축을 치는 사람들임을 알고는 그들이 고센 땅에 살게 해주었습니다. 고센은 나일강 줄기와 닿은 기름진 땅입니다. 이집트에 온 이스라엘 사람은 여자들을 제외하고도 야곱 자신과 요셉과 요셉의 두 아들을 포함하여 모두 70명이었습니다. 요셉은 흉년이 끝날 때까지 식구들과 친척들을 보살펴 주었습니다. 

  야곱, 곧 이스라엘은 일백서른 살에 가나안 땅을 떠나 이집트 고센 땅에 온 뒤로 17년을 더 살았습니다. 그는 자기가 죽으면 시신을 아브라함과 이삭이 묻힌 동굴에 장사지내 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이 다가옴을 알아챈 요셉은 자기 아들 둘을 아버지에게 보내 축복을 받게 했습니다. 야곱은 에브라임은 오른손으로 축복하고 므낫세는 왼손으로 축복했습니다. 그는 동생인 에브라임이 형인 므낫세보다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또한 그는 열두 아들을 일일이 축복해 주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죽자 요셉은 의사들을 시켜 이집트 풍습을 따라 그 시신을 방부 처리하게 했습니다. 그 일은 장장 사십 일이나 걸렸습니다. 이집트 백성들은 요셉 아버지의 죽음을 칠십 일에 걸쳐 함께 슬퍼해 주었습니다. 곡하는 기간이 끝나자 요셉은 파라오에게 야곱의 시신을 고인의 유언에 따라 가나안 땅에 가서 장사지낼 수 있게 해 달라 청했습니다. 파라오는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장정은 물론 연로한 자까지 따라 나섰고 파라오의 종들도 상당수 따라 나서 야곱의 장례행렬은 매우 장엄했습니다. 요셉과 일행은 장례를 마치고 모두 이집트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요셉의 형들은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셉이 그동안 친절하게 한 것은 아버지가 살아계셨기 때문일 거야. 이제 오래 전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복수를 하겠지. 형들은 아버지 야곱이 아직 살아있을 때 요셉더러 형들의 죄를 꼭 용서해야 한다고 말했음을 요셉에게 거듭 상기시켰습니다. 그 말을 들은 요셉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요셉은 하느님께서 악을 선으로 바꾸어 놓으심으로써 이스라엘 사람들을 살리신 것이며 또한 자기에겐 복수할 마음이 없다는 말로 형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스라엘 백성의 수가 불어나 나라를 이룰 정도가 되었습니다. 요셉은 백열 살이 되자 자신이 죽을 때가 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을 지켜온 것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내가 죽고 난 뒤에도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지켜주실 겁니다. 그리고 그 분은 반드시 여러분을 우리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신 그 땅으로 여러분을 인도하실 겁니다. 그때가 되면 여러분은 나의 뼈를 꼭 가지고 가셔야 합니다.” 

  요셉이 백열 살에 죽자 사람들은 그의 시신을 방부 처리하여 관에 넣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요셉의 관을 볼 때마다 그의 말을 기억했습니다.




  성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야곱의 열두 아들 이야기는 이집트 탈출 및 여호수아의 정복 전쟁으로 형성된 이스라엘 공동체를 혈연의식으로 묶기 위한 의도적 서술입니다.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삭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 곧 공통된 조상의 하느님이라는 유일신 숭배 개념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땅의 진정한 소유자는 인간인 왕이 아니라 유일하고 전능한 창조주 하느님이라는 사고방식. 오랫동안 땅을 소유할 수 없었던 히브리 계층은 그러한 사고방식을 신앙으로 승화시켜 단단히 결속했습니다. 요셉에 이어 등장할 뛰어난 영도자 모세가 그 정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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