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일
닷새째, 늘 그랬듯이 양 덕분에, 어린 왕자 인생의 비밀을 하나 알게 되었다. 그는 어떤 문제를 오랫동안 곰곰 생각한 뒤에 나온 말인 양 불쑥 내게 질문을 쏟아냈다.
“양 말이에요. 작은 나무를 먹으니까 꽃도 먹겠죠?”
“양은 닥치는 대로 먹어.”
“가시가 있는 꽃도?”
“그럼. 가시가 있는 꽃도 먹고말고.”
“그렇다면 가시는 무슨 소용이죠?”
그건 나도 알지 못했다. 그때 나는 모터에 너무 꼭 죄인 볼트를 빼내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비행기 고장이 매우 심각해 보이기 시작했고, 마실 물이 바닥이 드러나는 마당에 최악의 사태를 당할까 두려워 몹시 불안했다.
“가시는 무슨 소용이냐고요?”
어린 왕자는 한번 던진 질문은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나는 볼트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어 그만 아무렇게나 대답해 버렸다.
“가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어. 순전히 꽃들이 심술부리는 거지.”
“하!”
잠시 아무런 말도 없다가 그가 원망스럽다는 듯 쏘아붙였다.
“거짓말! 꽃들은 연약해요. 순진하고. 꽃들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한 스스로를 보호하는 거예요. 가시가 있으니까 자기들이 무서울 거라 믿는 거고...”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 볼트가 계속 버티면 망치로 두들겨 튀어나오게 해야겠군.' 어린 왕자는 또 다시 내 생각을 방해했다.
“그러니까 아저씨 생각에 꽃들은...”
“아니! 아니야! 난 아무 생각 없어! 아무렇게나 대답했어. 지금 심각한 일로 정신이 하나도 없단 말이다.”
그가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심각한 일!”
그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 망치를 들고 손가락은 시커멓게 기름투성이가 되어서는 그에겐 아주 흉측스러워 보일 물체 위로 몸을 기울인 내 모습을.
“어른들처럼 말하네!”
그 말이 나를 조금 부끄럽게 했다. 그는 가차 없이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는 모든 걸 혼동하고 있어... 모조리 뒤죽박죽!"
그는 정말로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온통 금빛인 그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얼굴이 시뻘건 어른이 사는 별을 알아요. 그 사람은 꽃향기라곤 맡아본 적이 없죠.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아무도 사랑해 본 일도 없고, 계산 말고는 달리 하는 일이 없어요. 그리고 하루 종일 아저씨처럼 뇌까려요. ‘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게다가 교만으로 가득 차 있고.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야. 버섯이지!”
“뭐라고!”
“버섯이라고!”
어린 왕자는 이제 분노로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은 가시를 만들고 있어요. 수백만 년 전부터 양은 꽃을 먹어왔고. 그런데도 꽃이 어째서 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를 만드느라 애쓰는지 알아내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양과 꽃의 전쟁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그게 얼굴이 시뻘건 뚱뚱보 아저씨의 계산보다 심각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고? 내가 아는, 다른 어디에도 없고 오직 나의 별에만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 한 송이를, 어린 양 한 마리가, 어느 날 아침,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헤아릴 새도 없이 단숨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데,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니!”
어린 왕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을 이었다.
“누군가 수백만 개 별들 가운데 온전히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사랑한다면, 그는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요.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어.’ 생각하면서.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는다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져 버리는 거나 마찬가진데!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니!”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별안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밤이 내려앉은 뒤였다. 나는 손에서 연장을 놓아 버렸다. 망치도 볼트도 목마름도 죽음도 모두 우습게 생각되었다. 어느 별, 어느 행성, 나의 별, 지구 위에, 위로해줘야 할 어린 왕자가 있었다! 나는 두 팔로 그를 꼬옥 껴안았다. 그를 살포시 흔들어주며 내가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위험하지 않아... 양에게는 입마개*를 그려줄게... 꽃에겐 갑옷을 그려주고. 난...” 더는 뭐라 말할지 알 수 없었다. 나 자신이 너무 어설프게 느껴졌다. 그를 어떻게 어루만져야 할지 어디에서 그와 다시 한마음을 이룰지 알 수 없었다. 눈물의 나라란 그토록 신비스러운 것이다!
* muselière. 흔히 굴레로 번역해온 이 낱말은 한국말로는 부리망이라고 해요. 곡식 따위를 함부로 먹지 못하게 가축의 코와 입에 씌우는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