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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장미꽃들

by 유용선

하지만 어린 왕자는 오랫동안 모래와 바위와 눈을 가로질러 나아간 끝에 마침내 길을 하나 발견했다. 길이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모두 이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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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그가 말했다.

장미꽃들이 피어 있는 정원이었다.

“안녕.” 장미꽃들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그의 꽃과 쏙 빼닮은 것들이었다.

“너희들은 누구니?” 소스라치게 놀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우리는 장미야.” 장미꽃들이 말했다.

“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이윽고 어린 왕자는 몹시 불행해지고 말았다. 그의 꽃은 자기와 같은 종류는 이 우주에서 하나뿐이라고 그에게 말하곤 했다. 그런데 이곳만 해도 똑같은 꽃이 오천 송이는 되었다. 달랑 정원 하나인데!

'엄청 상심하겠구나.'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내 꽃이 이걸 본다면... 기침을 지독하게 해대면서 조롱거리가 되지 않으려고 죽은 척하겠지. 그럼 난 돌봐주는 척을 해야 할 테고.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꽃은 어쩌면 나까지 수치스럽게 하려고 진짜로 죽어버릴지도 몰라...'

계속해서 그는 또 생각했다. '내가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꽃을 가진 부자인 줄 알았는데, 난 그저 평범한 꽃이 한 송이 있을 뿐이었어. 거기에다 내 무릎까지 오는 화산 세 개, 그중 하나는 영영 불이 꺼져버렸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것들로 내가 아주 대단한 왕자가 될 수는 없지...' 그는 풀숲에 엎드려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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