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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28. 2019

자유와 해방을 연습하다

민수기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떠나온 지 1년이 되어 유월절 전례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누룩을 넣지 않은 빵과 쓴 풀을 먹었습니다. 유월절 음식을 먹고 나서 백성들은 구름의 인도를 따라 가나안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 와중에 불평을 터뜨리는 백성에게 하느님께서 불을 떨어뜨려 벌하는 사건이 터지기도 합니다. 모세는 그 일이 있은 곳을 불사른다는 뜻의 다베라라 불렀습니다. 다베라에서 더욱 북쪽으로 이동한 곳에서 백성이 쉬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이번엔 고기를 먹고 싶다며 불평을 터뜨렸습니다. 모세는 툭하면 불평을 쏟아내는 백성들이 못마땅해 하느님께 하소연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힘들어하는 모세를 격려하며 70인의 지도자에게 능력을 주어 모세를 돕게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메추라기를 백성에게 보내어 그들이 한 달 넘도록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배탈이 나서 죽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로 많이. 

  머물던 곳을 떠나 하세롯이란 곳에 머물 때 모세는 이곳에서 이디오피아 여자와 결혼했습니다. 누이 미리암과 형 아론은 이 일을 들어 모세를 비난했습니다. 겉으로 볼 때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여인을 아내로 맞은 일을 비난한 것이지만 사실 속내는 모세를 시샘한 것이었다. 이 모습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미리암은 문둥병에 걸려 살갗이 눈처럼 희게 되었습니다. 모세가 누이를 위해 빌자 하느님께서는 일주일 간 미리암을 진 밖으로 쫓아내게 한 뒤에야 문둥병을 낫게 해주셨습니다. 

  백성은 하세롯을 떠나 가나안 땅과 매우 가까운 바란 광야로 이동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열두 명의 정탐꾼을 가나안 땅에 보내라 분부하셨습니다. 여호수아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탐꾼들은 40일 동안 그 땅 곳곳을 살폈습니다. 땅은 기름졌고 그곳 사람들은 큰 성안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정탐꾼 가운데 한 사람인 갈렙은 당장 그 땅을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갈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나머지 열 명의 정탐꾼은 그곳 사람들이 덩지가 매우 커서 이스라엘 백성은 그에 비하면 메뚜기처럼 하잘것없다고 했습니다. 놀라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백성들은 불평했습니다. 심지어 따로 대장을 뽑아 이집트로 돌아갈 궁리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은 백성들 앞에서 하느님께서 함께하실 것이라 말했지만 흥분한 백성들은 그 두 사람을 돌로 쳐 죽이려 들었습니다. 이러한 작태를 보신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 무리 가운데 스무 살이 넘은 사람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모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멋대로 가나안을 침공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가나안 사람들과 싸우다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반역사건도 있었습니다. 레위 지파에 고라라는 이가 대제사장 아론을 시기했습니다. 그의 추종자인 다단과 다비람 두 사람이 가세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모세만큼 훌륭한 지도자라 생각했고, 자기들을 따를 사람 250명을 찾아내어 모세의 권위에 도전했습니다. 이 도전은 모세를 향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대드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모세는 그들에게 향로를 가지고 다음 날 자신 앞으로 나오라 명했습니다. 아론에게도 마찬가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들이 성막 앞에 나왔을 때 땅이 갈라지며 고라 측에 선 사람들을 삼켜 그들은 모두 하늘에서 내린 불에 타 죽었습니다. 이로써 백성은 아론과 그의 자손만이 하느님의 제사장으로 선택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론과 레위 지파에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버릇을 고치시기로 결심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열두 지파의 지도자들에게 지팡이를 하나씩 가져오게 하여 성막 안 약속의 상자 앞에 가져다 놓게 하셨습니다. 레위 지파의 지팡이에는 아론의 이름을 쓰게 하셨습니다. 다음날 모세가 성막에 들어갔을 때 지팡이 하나에만 산 나무에 자란 것 같은 가지와 싹이 나 있었습니다. 아론의 이름이 새겨진 지팡이였습니다. 이로써 백성은 아론과 그의 자손만이 하느님의 제사장으로 선택되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모세의 누이 미리암은 이스라엘 백성이 가데스라는 곳에 머물고 있을 때 죽었습니다. 가데스는 물이 매우 부족한 가문 곳이었습니다. 백성들은 또 불평을 터뜨렸습니다. 모세와 아론이 성막으로 가 백성의 불평을 아뢰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백성을 불러 모아라. 지팡이를 가지고 간 바위 둘레로 가서 바위에 대고 말하여라. 그러면 저 바위에서 물이 흘러내릴 것이다. 그 물을 백성과 그들의 가축들에게 주어 마시게 하여라.” 

  모세가 하느님께서 시키신 대로 하자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이 백성들과 함께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일이 있은 뒤로 모세는 가데스를 ‘다툼’이란 뜻의 므리바로 불렀다.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와 다투고 하느님을 시험했기 때문입니다.  

  광야에서 헤맨 지 삼십팔 년이 되던 해, 모세는 야곱과 에서의 후손이 이룩한 나라인 에돔을 거쳐 가나안에 들어가려 했습니다. 모세는 그들과 잘 지내고 싶어 에돔의 임금에게 사신을 보냈습니다. “당신의 나라를 지나게 해주십시오. 밭이나 포도원으론 가지 않고 오직 길로만 갈 것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에돔은 모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허락 없이 들어오면 군사를 동원하겠노라 경고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모세와 백성들은 에돔을 돌아서 가나안으로 가야 했습니다. 

  백성들은 메마르고 거친 광야를 지나 에돔 가까운 곳에 있는 호르 산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아론의 아들인 엘르아살이 아버지의 제사장직을 물려받았습니다. 아론은 호르 산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백성들은 아론의 죽음을 슬퍼하며 삼십 일을 애도했습니다. 백성들은 호르 산을 떠나 홍해로 가는 길을 따라 사막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들은 어김없이 불평을 터뜨렸습니다. 하느님께서 불뱀*을 보내니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모세가 백성을 위해 기도하자 하느님께서는 구리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달아 놓게 하셨습니다. 불뱀에 물린 사람들이 장대를 쳐다보면 깨끗이 나았습니다. 

  *불뱀: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불뱀의 정체는 기생충 드라쿤쿨루스 메디넨시스(메디나충)이다. 발등, 무릎 등에 수포를 일으키며 피부를 뚫고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생충이다. 감염자는 불에 타는 듯 아프다. 80센티나 되는 성충을 막대기로 둘둘 말아내 여러 날에 걸쳐 조금씩 끄집어내는 게 유일한 치료방법. 모세가 익힌 이집트 학문에는 의학도 있었던 것.

  이후로 백성들은 오봇, 이예라바림, 세렛 골짜기를 거쳐 아르논 강 건너편 광야에 진을 쳤다가 그곳에서 멀지 않은 브엘이란 곳에 이르렀습니다. 우물을 파니 질이 좋은 물이 솟아올랐습니다. 백성들은 맛다나, 나할리엘, 바못, 모압 골짜기를 거쳐 비스가 산꼭대기에 이르렀습니다. 모세는 그 아래 살고 있는 아모리 사람들에게 그들 땅을 지나게 해달라고 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아모리의 임금 시혼은 이스라엘을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싸움은 이스라엘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곳에서 한동안 살다가 바산이란 곳으로 향했습니다. 바산과도 전쟁이 벌어졌는데 이스라엘이 이겼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압 평야로 가서 요단강과 가까운 여리고 건너편에 진을 쳤고 강 건너에 있는 가나안 땅을 직접 눈으로 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압 임금 발락은 이스라엘 백성을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땅을 빼앗기는 것으로 모자라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습니다. 마침내 그는 신하에게 돈과 편지를 쥐어주고 예언자이자 복술가인 미디안 사람 발람에게 가서 도움을 청하라 명했습니다. 발람은 하룻밤 생각한 후에 하느님께서 원치 않는 일이라며 신하들의 청을 거절했지만 거듭되는 청에 또 하루를 연기했습니다. 돈 욕심에 갈등이 생긴 것입니다. 이 모습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일단 그가 발락의 신하를 따라가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아침이 되자 발람은 나귀를 타고 발락의 신하들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손에 칼을 들고 길에 서 있었으나 욕심에 눈이 어두운 발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발람을 태운 나귀가 갑자기 길을 벗어나 밭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나귀의 눈에는 하느님의 영이 보였던 것입니다. 발람이 나귀를 때렸습니다. 일행은 잠시 후 포도밭 사이에 난 길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길 양쪽에는 돌로 벽이 쌓여 있었고 하느님의 영이 그들 앞에 서 있었습니다. 나귀가 깜짝 놀라 벽으로 뛰어가는 바람에 발람의 발이 벽에 부딪쳤습니다. 화가 난 발람이 나귀를 마구 때렸습니다. 일행은 잠시 후 오솔길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거기 서 있었습니다. 나귀는 돌아서 지나갈 수 없게 되자 땅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발람은 지팡이까지 들어 나귀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마침내 나귀의 입이 열리고 말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세 번씩이나 때리시는 겁니까?” 

  흥분한 발람은 나귀가 사람처럼 말을 하는데도 이상하다 여기기는커녕 칼이 있으면 당장 죽이겠다고 나귀를 윽박질렀습니다. 나귀는 자기가 그동안 아무 탈 없이 발람을 태워주었음을 호소했습니다. 발람은 그제야 자기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의 영은 발람에게 나귀가 어리석은 주인을 살렸음을 일깨워주고 그가 발락에게 가서 해야 할 말도 일러주었습니다. 

  발락은 발람이 늦게 온 것을 서운해 하며 그를 환영했습니다. 발람을 발락에게 말했다. “이렇게 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저는 제 마음대로 아무 말이나 할 수 없습니다. 나는 오직 하느님께서 분부하신 말만을 할 수 있습니다.”

  이튿날 발락은 발람을 데리고 다니며 하느님께 제사를 드려 이스라엘을 저주해 달라고 부탁하였지만 발람은 제사를 세 번이나 드리며 이스라엘을 축복했습니다. 발락은 저주하지 않을 바에야 축복도 하지 말라며 발람에게 불평했습니다. 결국 발람과 발락은 각각 제 갈 길을 갔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압 평야지대의 아벨싯딤이란 곳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미디안 사람인 발람의 중재로 이스라엘 백성이 모압 및 미디안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어 젊은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이스라엘 남자들이 자기 아내를 따라 우상을 숭배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하느님께서 진노하시어 이스라엘 진영에 전염병이 도니 사망자가 2만 4천명에 달했습니다. 

  전염병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모세는 제사장 아론의 아들 엘르아살과 함께 시내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수를 세었습니다. 백성들 가운데에는 모세가 제사장 아론과 함께 시내 광야에서 처음으로 백성의 수를 셌을 때 포함되어 있었던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했을 때 함께 나온 백성들이 번번이 하느님을 시험하고 심지어 우상을 숭배해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지도자인 모세와 아론 역시 약속의 땅에 들어서지 못하고 광야에서 삶을 마칠 것이라 미리 말씀하셨습니다. 

  백이십 세 노인이 되어 백성을 영도하기가 힘에 부치게 된 모세가 하느님께 기도하여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 주십사 당부하자 하느님께서는 여호수아를 지목하셨습니다. 모세는 제사장 엘르아살과 모든 백성 앞에서 여호수아의 머리에 손을 얹어 그를 새로운 지도자로 세웠습니다. 

  후계자를 정한 모세는 이후 구체적인 율법 조항을 세웠고 이스라엘에 우상을 들여온 미디안 족속을 멸망시켰으며 열두 지파의 재산을 분배하는 등 죽기 직전까지 지도력을 발휘했습니다. 율법은 유일신을 충실히 섬기는 일과 부족 간의 공평한 나눔 및 부계 중심의 가족제도 확립 등이 중요한 골자였습니다. 그는 아주 긴 설교(신명기)를 남기고 설교단을 모압 평야에 남겨 둔 채 하느님만 아시는 곳으로 올라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국토 전역에 흩어져 사는 성직자 가문인 레위 지파와 땅을 소유하는 나머지 열두 지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야곱의 열두 아들 가운데 요셉을 제외한 나머지 열한 명의 후손이 모두 지파이며 요셉의 두 아들인 므낫세와 에브라임의 후손이 각각 지파를 이룹니다. 열세 개 지파임에도 흔히 12지파라 말하는 까닭은 므낫세 지파와 에브라임 지파를 반쪽지파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13지파 또는 12지파는 이집트 제국의 절대권력을 벗어나 광야에서 40년이나 자유와 해방을 연습하는 긴 여정을 마치고 '약속의 땅'이라 믿은 가나안 지역을 정복하기 위한 전쟁의 역사를 시작합니다. 그 선봉에는 용맹한 지도자 여호수아가 있습니다. 고대의 다른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민족도 전쟁의 승리를 위해 '신의 이름'을 내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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