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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28. 2019

광야에서

탈출기 14장부터 40장까지. 레위기.

  이스라엘 백성은 낮의 구름기둥과 밤의 불기둥을 보며 하느님께서 자신들과 함께 하신다고 기뻐했습니다. 그들이 홍해* 앞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어떤 이가 달려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파라오의 군대가 오고 있소. 우린 이제 꼼짝없이 잡혀 죽게 생겼소.” 파라오의 마음이 또 변해버린 것입니다. 

  *홍해: 이스라엘 백성이 건넜다는 이 바다 이름의 원어는 얌수프 Yam Suph이다. 이 낱말을 직역하면 ‘홍해 Red Sea’가 아니라 ‘갈대의 바다 Reed Sea’ 또는 갈대 호수이다. 기마병거로 쫓아오던 이집트 군대가 늪지나 호수인 이곳을 건너오지 못한 건 당연했다. 바닷물이 삼켰다는 표현은 영웅담이 되는 과정에서 덧붙은 과장으로 보인다.

  두려움에 휩싸여 순식간에 믿음이 사라진 백성들은 모세를 원망하며 그를 욕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종노릇하는 것이 죽는 것보단 낫소. 왜 우리를 광야로 이끌어내어 죽게 한 거요?” 모세가 조용히 하라 당부해도 백성들은 계속 울부짖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을 믿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동요하지 말고 오늘 하느님께서 너희를 어떻게 구원하시는가 보아라. 오늘 우리 눈앞에 보이는 이집트인들을 다시는 보지 않게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 대신 싸워주실 것이다.” 

   드디어 싸우는 신의 모습으로 하느님이 등장합니다. 구름기둥이 천천히 뒤로 움직여 이스라엘 백성이 머무는 곳과 이집트 군대 사이에 멈추었습니다. 구름 때문에 캄캄해져 두 무리는 서로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모세가 바다를 향해 팔을 뻗자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밤새도록 거센 바람이 일어 홍해가 갈라졌고, 이스라엘 백성은 바다 한가운데 생긴 마른 땅을 밟고 걸어갔습니다. 물은 그들 좌우에서 벽이 되어주었습니다. 뒤쫓아 오던 이집트 군대도 바다로 들어섰습니다. 새벽녘 이집트 군대는 말과 병거의 바퀴가 얽혀 갈팡질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집트 군인들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의 편이 되어 자기들을 치신다며 두려워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모두 바다를 건너자 모세는 다시금 바다 위로 팔을 뻗쳤습니다. 그러자 바닷물이 제자리로 돌아오며 이집트 군대를 모조리 삼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이스라엘 백성은 다시금 하느님을 찬양하며 모세를 영도자로 굳게 의지했습니다.

  여러 종족으로 이루어진 지난날의 하층계급 민중은 앞으로 아주 다양한 갈등을 겪으며 장장 40년에 걸친 광야 생활을 통해 민족다운 민족이 되어갈 겁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거느리고 홍해에서 수르 광야로 진을 옮겼습니다. 그들은 사흘 동안 물을 만나지 못하며 어떤 곳에 다다랐지만 그곳의 물이 너무 써서 도무지 마실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 고장을 ‘쓰다’라는 뜻의 마라라고 불렀다. 백성들이 불평하자 모세는 하느님께 기도하여 도움을 청했다. 모세가 하느님께서 시키신 대로 샘가의 나무를 잘라 물에 넣으니 물의 쓴맛이 사라져 백성들은 물론 가축들도 실컷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갈증을 해결한 이스라엘 백성은 샘이 열두 개 있고 종려나무가 일흔 그루나 나 있는 오아시스 지역 엘림으로 가서 천막을 쳤습니다. 엘림에선 오래 머물지 않았고 무리는 다시 움직여 엘림과 시나이 산 가운데 있는 씬 광야에 이르렀습니다. 백성들은 다시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살 때에는 적어도 배를 주리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굶어죽을 지경이오. 모세, 당신은 우리를 광야에서 굶겨죽일 참이오?” 

  모세가 하느님께 백성의 괴로움과 불평을 전하자 하느님께서는 “저녁에는 고기를 먹고 아침에 떡을 실컷 먹고 나서야 너희는 내가 너희의 진정한 하느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녁이 되자 메추라기들이 무리가 머문 곳을 뒤덮었고 아침이면 안개가 걷힌 후에 흰 싸라기처럼 생긴 만나가 땅을 덮었습니다. 만나라는 이름은 ‘무엇이냐’(what)라는 뜻의 히브리어 '만'(man)을 그리스어로 '만나'라고 번역한 데서 유래합니다. 만나나무(학명 Fraxinus ornus, 물푸레나무과)의 수액에서 나온 향기롭고 달콤한 담황색 덩어리라고 합니다. 메추라기와 만나의 등장은 계절풍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안식일에는 만나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모세는 안식일 전날을 제외하곤 백성들에게 먹고 남은 것을 남겨두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백성 가운데에는 말을 듣지 않고 그것을 저장해 두려 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남겨둔 만나는 이튿날이면 썩어 구더기가 생겼기 때문에 저장해 봐야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씬 광야를 떠나 무리가 다다른 곳은 르비딤이란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물이 매우 부족한 곳이었고 백성들은 어김없이 또 불평하며 화를 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모세가 하느님께서 시키신 대로 원로들을 데리고 호렙 산에 가서 지팡이로 바위를 치자 물이 나왔습니다. 이 일이 있은 뒤로 르비딤은 다툰다는 뜻의 므리바로 불리기 시작합니다.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은 이렇듯 걸핏하면 하느님을 의심하고 시험하려 들었습니다. 

  하루는 아말렉이라는 종족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싸움을 걸었습니다. 모세는 여호수아라는 젊은이를 대표로 뽑아 싸움에 나가게 했고,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하느님의 지팡이를 들고 언덕 꼭대기에 섰습니다. 모세가 팔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모세가 팔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겼습니다. 사람들이 돌을 가져 와 모세를 그 위에 앉히고 아론과 후르가 그의 팔을 양옆에서 떠받드니 해가 질 때까지 그의 팔은 처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호수아와 용사들은 아말렉 사람들을 물리치고 돌아왔습니다. 모세는 제단을 쌓고 이 일을 기념했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했다는 소식이 모세의 장인 이드로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이드로가 보니 모세의 고생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드로는 백성에게 율법이 필요하며 또한 체계적인 규율이 필요함을 모세에게 일깨워주었습니다. 모세는 장인의 조언을 따라 유능한 사람들을 골라 그 나이와 역량에 따라 천 명을 거느릴 사람, 백 명을 거느릴 사람, 오십 명을 거느릴 사람, 열 명을 거느릴 지도자로 삼았습니다. 지도자들은 아주 어려운 일을 제외한 일을 각자 해결함으로써 모세를 도왔습니다. 이드로는 여기까지만 돕고 다시 고장으로 돌아갔습니다. 

  백성들이 천막을 치고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한 사이 모세는 호렙 또는 시나이라고도 하는 산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았습니다. 백성들이 이집트를 떠나온 지 석 달 가량 되었을 때였습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을 두루마리에 받아 적었습니다. 모세는 아론과 훌에게 산 아래 백성을 잘 보살펴 달라 부탁하고 40일 동안 산에 가 있었습니다. 그의 곁에는 여호수아만이 있었습니다. 모세가 받은 율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십계명으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내 앞에서 다른 신을 섬기지 마라.

    2. 우상을 만들지 마라. 

    3. 하느님을 아무 때 아무 자리에서 함부로 부르지 마라. 

    4.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내라. 엿새 동안은 열심히 일하고 이렛날은 하느님을 기억하며 쉬어라. 

    5. 부모를 공경하라. 

    6. 살인하지 마라.

    7. 간음하지 마라. 

    8. 도둑질하지 마라. 

    9. 이웃에게 불리하게 하기 위해 거짓증언 하지 마라. 

  10.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마라. 

  모세가 돌아오지 않는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모세를 대신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우리들 앞에서 갈 길을 보여줄 다른 신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 따위. 모세와 달리 아론은 용기도 믿음도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론은 백성들에게 금붙이를 가져오게 하여 그것을 녹여 금송아지를 만들었습니다. 백성들은 하느님만 섬기겠다는 약속을 새까맣게 잊고 금송아지 앞에서 떠들어댔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낸 신이다.” 아론은 사람들 앞에서 잔치를 베풀겠다는 약속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신 하느님께서 노하시어 백성을 모두 쓸어버리고 모세의 씨앗에서 새로이 백성을 일으키려 하시자 모세는 하느님의 진노를 풀어드리려 애원했습니다. “그리하시면 이집트 사람들이 말하기를, 아하, 그가 백성을 데려내다가 산골짜기에서 죽여 없애버리고 땅에 씨도 남기지 않았구나, 하며 조롱할 것입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약속하신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말을 듣고 재앙을 거두셨습니다. 

  모세는 여호수아를 데리고 서둘러 산 아래로 내려왔다. 백성이 머문 곳이 가까워지자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모세는 금송아지 앞에서 광란의 잔치를 벌이는 백성들을 보고 너무 화가 나 그만 하느님께서 손수 적어주신 계명들이 적힌 두 개의 석판을 땅에 던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금송아지를 빼앗아 불에 태우고 빻아 가루를 만들어 물에 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마시게 했습니다. 아론은 반성은커녕 변명하기에 바빴고 백성은 여전히 날뛰며 불평을 터뜨렸습니다. 레위 지파만이 광란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 편에 설 사람은 모두 나와 서라.” 모세가 외치자 레위의 후손이 그의 앞에 섰습니다. 모세는 그들에게 명을 내려 금송아지에게 절하는 자를 모두 죽이라 명했습니다. 그리하여 삼천 명가량이 죽게 되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께 용서를 빌었습니다. 만약 그들을 용서해 주시지 않으실 거면 자기 목숨마저 거두어달라고 빌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그들을 찾아가 그들의 잘못을 따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나온 이 백성을 이끌고 여기를 떠나, 내가 약속한 땅으로 올라가라. 그곳은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약속한 땅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그 땅으로 들어가라. 고집 센 백성인 너희와 계속 동행하다가는 내가 도중에 너희를 없애버릴지도 모르겠구나.”

  하느님께서는 이튿날 다시금 모세를 산 위에 올라오게 하시어 새로이 두 개의 석판에 계명을 써주셨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모세의 얼굴에서는 영광스러운 광채가 났습니다. 백성들은 그 빛이 두려워 차마 그를 마주보지 못했고 모세가 수건을 가져와 쓰자 비로소 그 앞에 나와 그의 말을 들었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율법을 가르쳤고 하느님을 경배할 성막을 만드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성막을 돌보는 일은 레위 가문이 맡게 되었습니다. 

  성막이 세워지자 그 위로 낮에는 구름기둥이 밤에는 불기둥이 머물렀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백성들은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신다고 믿었습니다. 이제 모세는 하느님과 대화하기 위해 산 위에 오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성막의 대제사장은 아론이 맡았고 그의 아들들도 제사장이 되었습니다. 죄를 용서받기 위한 제사는 제물로 양을 바치고 그것을 태우는 제사 곧 번제였습니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정성을 다해 제단의 불이 한 순간도 꺼지지 않게 했습니다. 매일 아침, 제사장은 제단에 놓인 일곱 개의 촛대에 깨끗한 기름을 채워 불이 꺼지지 않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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