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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30. 2019

엘리야

바알 숭배자와 싸운 예언자

  엘리야는 길르앗 거주민으로 아합(북)과 여호사밧(남)이 왕으로 있을 때 주로 활약한 예언자입니다. 그는 길르앗 지방의 정식 시민이 아닌 토샤빔(toshavim)으로 피착취 계급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합은 시돈 왕의 딸 이세벨을 왕비로 맞았습니다. 이세벨은 자기 나라에서 섬기는 종교와 종교인을 대거 들여왔습니다. 아합과 이세벨이 자신들의 권력을 지지하지 않는 예언자들을 학살할 때 엘리야는 광야와 산과 외국을 전전하며 도주행각을 벌였습니다. 아합을 지지하는 어용 예언자 중에는 바알을 섬기는 사람이 450명이었고 아세라를 섬기는 사람이 400명이었습니다. 

  엘리야가 아합을 찾아가 오래도록 이스라엘에 비는커녕 이슬조차 맺지 않을 것임을 예언하자 정말 그대로 되었습니다. 뒤늦게 엘리야의 힘이 필요함을 깨달은 아합은 방방곡곡에 신하들을 보내 그를 찾으려 했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과 그 인근 지역에는 엘리야의 예언이 있는 뒤로 장장 3년이 지나도록 격심한 가뭄이 계속되었습니다. 

  마침내 엘리야가 아합의 종 오바디아 앞에 나타났습니다. 오비디아는 지난 날 아합과 이세벨의 예언자 학살 때 하느님의 예언자 100명을 동굴에 감춰 살린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엘리야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아합은 직접 엘리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엘리야는 왕에게 가르멜 산으로 바알의 예언자들과 이스라엘 백성을 모아 달라 청했습니다.

  가르멜 산에 제단을 두 개 쌓고 그 위에 황소 두 마리를 제물로 올려놓은 채 하느님의 예언자 엘리야와 바알의 예언자 450명의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자신의 신을 불렀을 때 불을 내려 응답하는 신이 진정한 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바알의 예언자들이 큰소리로 자기들의 신을 부르고 자기들 몸에 상처를 내며 울부짖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엘리야가 히브리 열두 부족을 상징하는 돌 열두 개를 가져다 제단을 쌓고 그 둘레에 도랑을 파고 제단 꼭대기에 나무를 올려놓았습니다. 엘리야가 백성들을 시켜 제물에 물 열두 동이를 붓고 나서 기도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제물과 나무를 다 태워버린 것입니다. 불은 도랑으로 넘쳤던 물까지 다 핥아버렸습니다. 이 모든 일을 지켜보았던 백성들은 바알의 예언자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습니다.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야합에게 엘리야가 말했습니다.

  “산에 올라 백성들이 베푼 잔치를 즐기시오. 이제 곧 흉년이 끝나고 비가 내릴 것입니다.”

  야합이 잔치가 벌어진 곳으로 가자 엘리야는 종 한 사람만을 데리고 갈멜산 꼭대기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그는 기도하는 사이 여러 차례 종을 시켜 바다를 살피게 했습니다. 일곱 번째 다녀온 끝에, 종이 말했습니다.

  “손바닥만 한 구름이 바다에 솟아났습니다.”

  엘리야는 종을 아합에게 보내 곧 비가 올 것이니 얼른 마차를 타고 궁으로 가라 권했습니다. 아합이 돌아가는 동안 엘리야는 털옷을 입고 산에서 내려와 이스르엘로 달려 내려갔습니다.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빗줄기는 굵어졌습니다. 엘리야는 마차를 타고 가는 아합을 앞질러 임금이 이스르엘에 들어갈 때까지 그 앞에서 달려갔습니다. 

  궁전으로 돌아간 아합이 앞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아내인 이사벨에게 말하자 이사벨은 두려워하기는커녕 분노에 떨며 엘리야에게 사신을 보냈습니다. “내일 이맘 때 너의 목숨을 죽은 예언자들과 마찬가지가 되게 하겠다. 그렇지 못하면 신들이 나를 죽일 것이다.”

  소식을 듣자마자 엘리야는 종을 데리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는 유다에 속한 브엘세바에 이르러 종을 그 곳에 머물게 하고 광야로 하룻길쯤 가서 로뎀 나무 아래에 앉아 하느님께 탄식했습니다. “제가 차라리 죽기를 바라니 지금 제 목숨을 거두시옵소서. 제 조상들보다 제 처지가 결코 낫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천사를 시켜 엘리야를 위로하고 거두어 먹이면서 사십일 밤낮을 보살피셨습니다. 엘리야는 마침내 하느님의 거룩한 산 호렙에 도착했습니다. 두려움을 사로잡힌 엘리야는 산에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 근방 어느 동굴에 들어가 숨었습니다.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숨어 있는 그에게 하느님이 물으셨습니다. 

 “주님의 율법을 어긴 백성들이 제단을 부수고 예언자들을 죽이더니 혼자 살아남은 저마저 죽이려고 합니다.” 엘리야가 대답했습니다. 

  “동굴에서 나와 산 위에 서라.”

  세찬 바람이 일어 산을 가로질러 바위가 산산조각이 나고 그 바람 뒤에는 지진이 일었습니다. 지진이 멈추자 이번에는 산불이 일어 나무들을 태웠습니다. 불이 잠잠해진 뒤에 가늘고 고요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엘리야는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가 동굴 앞에 섰습니다.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하느님께서 다시금 물으셨습니다. 

  엘리야가 전과 똑같이 대답하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길을 돌이켜 광야를 통해 다마스커스로 가서 하사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의 왕을 삼고, 님시의 아들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을 삼고, 또 사밧의 아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너를 이을 예언자가 되게 하라. 하사엘의 칼을 피하는 자를 예후가 죽일 것이요 예후의 칼을 피하는 자를 엘리사가 죽이리라.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칠천 명을 남길 것이다. 그들은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도 입을 맞추지도 않은 자들이다.”

  엘리야는 더 이상 두려움 속에 머물지 않고 하느님 명령대로 길을 나섰습니다. 

  밭에서 소를 몰며 쟁기질을 하는 젊은 엘리사를 발견한 엘리야는 자기 겉옷을 그의 위로 던졌습니다. 엘리사는 이 모습을 보며 자신이 예언자로 정해졌음을 알아채고 엘리야에게 달려갔습니다. 엘리사는 소 한 마리를 잡아 부모와 친척들에게 베풀고 난 뒤에 스승 엘리야를 따랐습니다.      

  아람 곧 시리아의 왕 벤하닷이 아합 왕과 이스라엘 백성을 정복해 종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돕는 32인의 왕과 군대와 마차와 말을 거느리고 사마리아를 포위했습니다. 자신감에 찬 그들은 침략하기 전 모여 실컷 먹고 마셨습니다.

  이때 하느님의 예언자가 겁을 잔뜩 집어먹은 아합 왕에게 와서 전투에 임하라 전하자 왕은 그대로 했습니다. 아합은 군대는 비록 적었지만 술에 취한 적군을 물리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전투에서 이긴 아합에게 하느님의 예언자는 1년 뒤에 다시 침공이 있을 터이니 준비하라 일렀습니다.

  1년이 지났을 즈음 예언자의 말대로 시리아의 군대가 다시 쳐들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강력해 보였습니다. 그들은 언덕이 아닌 평지에 진지를 구축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신이 언덕의 신이라서 지난번 전투에서 자신들이 패배했다고 믿은 것입니다. 

  이번에도 하느님의 예언자는 아합에게 이 전투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불어넣었습니다. 7일을 대치한 끝에 두 군대가 맞붙었는데, 이번에도 아합의 병사들이 시리아의 군대를 크게 이겼습니다. 벤하닷은 수하들을 이끌고 아벡 성으로 달아났지만 성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수하들을 많이 잃고 성 한가운데로 피신했습니다. 벤하닷의 신하들은 자신들의 왕을 대신해 아합 앞으로 나아가 자기들 왕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아합은 그들의 말을 들어 벤하닷을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아합의 마차가 지나가는 자리에 얼굴에 먼지가 잔뜩 묻은 수건을 둘러 마치 싸움터에서 온 병가처럼 보이는 사람이 왕을 불렀습니다. 

  “어떤 사람이 포로를 잡아와서 제게 맡기며 이 사람을 놓치면 목숨을 내놓거나 은 한 달란트를 내야 한다며 잘 지키라 했습니다. 하지만 싸움이 한창일 때 저는 그만 그놈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아합이 그에게 “네가 스스로 결정한 것이니 그대로 당하여야 한다.” 대답하자 비로소 그 사람은 얼굴을 가린 수건을 걷어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아합은 그가 예언자 중 하나임을 알아보았습니다. 

  예언자가 엄히 일렀습니다. “하느님께서 멸하기로 작정한 사람을 당신 손으로 놓았으니 당신 목숨이 그의 목숨을 대신하고 당신의 백성은 그의 백성을 대신할 것입니다.” 

  아합은 무겁고 답답해진 마음을 안고 궁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아합의 왕궁 가까이 이스르엘에 그곳 사람 나봇의 포도원이 있었습니다. 이곳이 마음에 든 아합은 나봇에게 말했습니다. 

  “네 포도원이 내 왕궁 가까이 있으니 내게 주어 채소밭을 삼게 하라. 내가 그보다 더 아름다운 포도원을 보답으로 주거나 돈으로 값을 치루겠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함부로 팔아 지파의 경계를 옮기는 일은 율법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나봇은 왕의 제안일지라도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아합은 언짢아도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 사실을 그의 아내 이사벨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사벨은 이스르엘을 다스리는 관리들 앞으로 편지를 써서 제멋대로 왕의 도장을 찍었습니다. 

  “금식을 선포하고 나봇을 고발하라. 불량한 사람 둘을 그의 앞에 앉혀 그가 하느님과 왕을 저주하였다 말하게 하고, 그를 끌고 나가서 돌로 쳐서 죽이라.”

  마침내 나봇이 죽고 아합은 포도원을 차지했습니다. 이 소식이 하느님의 예언자 엘리야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엘리야는 왕이 포도원을 보러 나왔을 때를 기다려 그에게 나타나 말했습니다.

  “당신은 하느님 보시기에 큰 악을 저질렀소. 이제 재앙이 닥쳐 당신을 쓸어버리고 당신에게 속한 남자는 이스라엘 가운데에 매인 자나 놓인 자를 모두 죽을 거요. 성읍에서 죽은 자는 개들이 먹고 들에서 죽은 자는 공중의 새가 먹을 것이오. 당신 아내 이사벨의 시신도 개의 먹이가 될 거요.”

  아합은 엘리야의 말에 놀란 한편 자기 잘못을 크게 뉘우쳐  옷을 찢어 벗어버리고 굵은 삼베로 지은 옷을 입고 금식하며 후회와 슬픔을 드러냈습니다.

  북쪽 이스라엘의 왕 아합은 남쪽 유대의 왕인 여호사밧과 힘을 모아 길르앗 라못이란 곳을 아람 곧 시리아로부터 되찾으러 전장에 나섰다가 부상을 입고 죽었습니다. 왕의 시체가 묻은 병거를 사마리아의 개가 핥아 먹으니 엘리야가 예언한 대로였습니다. 아합의 뒤를 이어 그의 아들 아하시야가 북쪽 왕국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남쪽 왕국 유다를 여호사밧이 통치한 지 17년째 되는 해입니다.      

  아하시야는 제 어머니 이사벨을 따라 바알을 섬겼습니다. 왕좌에 오른 지 불과 2년 만에 궁전 난간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을 때, 그는 우상들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블레셋 도시인 에그론에 사신을 보냈습니다. 엘리야는 하느님의 명을 받아 에그론으로 가는 사신들 앞에 나타나 왕이 헛된 신에게 도움이 청하므로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사신들이 궁궐로 돌아가 그 소식을 전했을 때 왕은 반성은커녕 격노해선 엘리야를 체포하라 명했습니다. 하느님의 사자가 체포하러 온 군대들을 불에 살라 죽이니 엘리야는 당당히 자기 발로 궁전에 와서 두려움 없이 왕에게 같은 말을 전했습니다. 아하시야는 얼마 못 가서 죽고 말았고, 그 자리를 그의 동생 여호람이 이었습니다.      

  베델과 여리고 등지에서 엘리야와 엘리사는 젊은 예언자들을 양성했습니다. 한편 늙은 엘리야는 하느님이 자신을 데려갈 때가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베델과 여리고를 차례대로 들렀습니다. 젊은 예언자들은 그들의 큰 스승이 자신들을 영영 떠날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습니다. 엘리야는 엘리사를 두고 혼자 떠나려 했으나 엘리사는 스승을 졸라 요단강까지 따라갔습니다. 젊은 예언자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강가에 다다르자 늙은 예언자는 겉옷을 벗어 둘둘 말더니 그것으로 물을 내리쳤습니다. 둘로 갈라진 마른땅을 밟으며 두 사람은 강을 건넜습니다. 

  “내가 영영 떠나기 전에 너에게 무엇을 해주었으면 하느냐?” 하고 엘리야가 묻자 엘리사는 “당신의 영이 내가 갑절이나 있게 해주소서.” 하고 대답했습니다. 엘리야는 잠시 후 “내가 올라가는 모습을 네가 본다면 너의 바람이 이루어질 줄 알아라.” 하고 대답했습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걸어가던 때에 갑자기 불마차와 불말들이 나타나 그들을 떼어놓더니 회오리가 일어 엘리야를 하늘로 끌어올렸습니다. 

  “아버님, 나의 아버님,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그 마병이신 분이시여.”

  울부짖는 엘리사를 두고 마차와 엘리야는 하늘 높이 사라졌습니다. 엘리사는 엘리야가 입었던 낡은 겉옷을 주어들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요단강에 다다른 엘리사가 겉옷을 말아 물을 치며 “엘리야의 하느님, 어디 계십니까?” 하고 외치자 강이 둘로 갈라졌습니다. 강 건너 여리고에서 스승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된 젊은 예언자들이 외쳤습니다. 

  “엘리야의 영이 이제 엘리사에게 머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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