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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30. 2019

엘리사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예언자

  제자들은 엘리사가 만류함에도 엘리야의 시신을 찾으려고 산꼭대기와 그 일대를 사흘이나 뒤졌지만 어디에도 시신은 없었습니다. 무모하리만치 순수하고 박력이 넘치던 이상주의자 엘리야의 시대는 그렇게 가고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엘리사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엘리사가 여리고에 머무는 동안 성읍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간구했습니다.

  “성읍이 위치는 좋지만 물이 좋지 않아 곡식도 열매도 잘 익지를 못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엘리사는 사람들을 시켜 가져온 소금을 성읍 샘물의 근원이 되는 곳으로 갖고 가 그 한가운데에 집어넣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물을 고치셨다. 앞으로는 물 때문에 병들어 죽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곳은 물은 고쳐져서 오늘날에 이릅니다.

  엘리사가 여리고를 떠나 베델로 갔을 때, 젊은 건달들이 떼를 지어 나타나 “대머리야, 올라가! 대머리야, 올라가!” 하며 그를 조롱했습니다. 대머리는 조롱이고 올라가라는 말은 승천하라는 뜻이니 죽으라는 말입니다. 엘리야가 없는 이스라엘에서 이제 엘리사는 예언자를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욕과 저주를 퍼부었으니 이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엘리사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들을 저주하자 숲속에서 사나운 암곰 두 마리가 나와 그들 중 마흔둘을 찢어 죽였습니다. 엘리사는 갈멜 산을 들른 뒤 사마리아로 돌아갔습니다.

  아합이 죽고 난 직후에 모압이 이스라엘로부터 독립했습니다. 아합의 아들 여호람은 유다의 여호사밧 왕과 에돔 왕과 힘을 합쳐 모압을 치려 했습니다. 여호람도 하느님 보시기에 마땅치 못한 점이 많았지만 부모보다는 나았습니다. 그는 제 아버지가 들인 바알 신상을 없앴습니다. 이스라엘과 유다와 에돔의 왕들은 하느님의 예언자인 엘리사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엘리사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세 왕이 모압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것을 예고하고 골짜기에 물을 가득 채우라 전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모압 사람들은 물에 비친 붉은 햇빛을 피로 착각한 나머지 세 왕과 그들의 군대가 서로 싸워 피를 흘렸다 생각하고 경솔하게 이스라엘 진지에 쳐들어왔다가 길을 지키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대패를 당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모압 사람들이 살던 모든 성읍을 치고 거기서 자란 좋은 나무를 베고 모든 샘을 메우고 돌로 모든 좋은 밭을 헐었습니다.     

  엘리사의 제자 한 사람이 일찍 죽어 그의 어린 자식 둘이 빚을 준 사람의 종이 되게 생기자 죽은 자의 아내 곧 아이들의 어머니가 엘리사를 찾아와 탄원했습니다. 엘리사가 보니 그 집에는 기름 한 그릇밖에 달리 값나갈 만한 게 없었습니다. 엘리사는 여자에게 이웃에게 빈 그릇을 많이 빌리게 하고 문을 꼭 닫은 뒤에 기름이 담긴 그릇의 기름을 다른 빈 그릇들에 담게 했습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빈 그릇에 기름이 모두 찬 것입니다. 여자는 기름을 팔아 빚을 다 갚고 남은 것으로 두 아들과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엘리사가 다니는 길목에 수넴이란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부유하지만 자식이 없는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엘리사가 마을에 올 때마다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했고 나중에는 엘리사를 위한 방을 따로 마련해주기에 이르렀습니다. 엘리사가 감격해 그들에게 소원을 묻자 그들은 달리 바랄 것은 없고 늙어 자식이 없는 신세를 하소연했습니다. 엘리사는 그들에게 한 해쯤 지나 자식이 생길 것이라 말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얼마 후 여자가 잉태하여 정말 한 해쯤 지나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추수꾼들을 따라가 곡식 베는 모습을 지켜보며 놀던 아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울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심부름꾼을 시켜 아이를 어머니에게 돌려보냈습니다. 아이는 점심때쯤 어머니의 무릎에서 결국 숨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 어머니는 죽은 아이를 엘리사가 묵던 방에 누이고 종 한 사람만을 앞세워 나귀를 타고 예언자가 있는 갈멜산까지 찾아갔습니다. 여자는 울며 엘리사에게 처지를 토로했습니다. 사정을 들은 엘리사는 여자의 종에 자기 지팡이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어서 가서 이 지팡이를 아이의 얼굴에 놓도록 해라.”

  종이 먼저 가서 엘리사가 이른 대로 하고 엘리사와 여자는 곧바로 뒤따라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예언자가 시키는 대로 종이 하였음에도 아이는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엘리사는 아이가 있는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하느님께 기도한 뒤 아이의 몸 위에 올라 엎드려 자기 입이 그의 입에, 자기 눈이 그의 눈에, 자기 손이 그의 손에 닿도록 했습니다. 아이의 살이 차츰 따뜻해지자 엘리사는 침상에서 내려와 이리 저리 다니고 나서 다시 아이 위에 올라 엎드렸습니다. 마침내 아이가 일곱 번이나 재채기를 하더니 눈을 떴습니다. 엘리사는 종을 불러 아이 어머니를 불러오도록 했습니다. 살아난 아이를 본 여자는 예언자의 발 앞에서 엎드려 거듭 절을 한 뒤에 아들을 안고 방을 나갔습니다.

  이밖에도 엘리사는 기적을 자주 행했고, 그를 따르는 젊은 예언자들은 질적으로나 수적으로나 점점 안정되어갔습니다.      

  이스라엘 북쪽에 있는 아람 곧 시리아의 군대 대장 나아만은 용맹한 자였지만 문둥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이스라엘을 침공했을 때 잡아온 어린 여종이 있었습니다. 소녀는 제 주인이 무서운 병으로 고통당하는 모습이 가슴 아파 그의 부인에게 이스라엘의 사마리아에 하느님의 예언자가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부인이 이 말을 나아만에게 전하자 나아만은 이 말을 왕에게 전했습니다. 아람의 왕은 이스라엘 왕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써서 나아만과 그의 종들과 값비싼 선물을 이스라엘로 보냈습니다. 

  편지를 읽은 이스라엘 왕은 엘리사는 생각지도 못하고 그저 아람 왕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시비를 거는 줄 알고 제 옷을 찢으며 탄식했습니다. 이 소식에 엘리사가 왕을 찾아와 말했습니다. “그를 내게 보내십시오. 이제 그는 이스라엘에 예언자가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왕은 나아만과 그의 종들을 엘리사에게 보냈습니다.

  나아만이 엘리사의 집 앞에 왔을 때 엘리사는 직접 마중하지 않고 종을 통해 일렀습니다. “요단강에 가서 몸을 일곱 번 씻으면 살갗이 회복되어 깨끗해질 거라 하십니다.” 나아만은 화가 났습니다. 엘리사가 이스라엘의 신에게 기도하며 직접 환부에 손을 대어 고칠 거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의 눈에 요단강은 자기 나라의 어떤 강보다 깨끗하지 않아 보였습다. 그는 차라리 제나라 강물에 씻겠다며 말머리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나아만의 종들은 주인이 예언자의 말을 따르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예언자가 더 힘든 일을 시켰더라고 그렇게 하실 생각이 아니셨습니까? 하물며 고작 강으로 가서 그 물에 몸을 씻으라는 것을 왜 하지 않으십니까?”

  나아만은 종의 말을 듣고 나서야 화를 누그러뜨리고 요단강에 가서 엘리사가 시킨 대로 했습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썩어가던 살이 어린이의 살처럼 깨끗해진 것입니다.

  “이제 저는 이스라엘 외에는 참된 신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아만은 기쁨에 겨워 엘리사에게 감사의 예물을 받아 달라 청했지만 엘리사는 받지 않았습니다. 또한 나아만은 이스라엘의 흙을 가져가 앞으로는 이스라엘의 신에게만 예배를 올리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그의 마음과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습니다.

나아만

  엘리사의 종 게하시가 나아만의 선물에 욕심을 냈습니다. 그는 엘리사가 집으로 돌아간 틈에 나아만을 쫓아가서 거짓말을 늘어놓았습니다. “엘리사 예언자에게 지금 두 젊은이가 찾아왔습니다. 예언자께선 혹시 이 둘에게 줄 은과 옷이 있는가 알아보라 하셨습니다.” 나아만은 게하시의 말을 믿고 그가 말한 것 이상으로 많은 물건을 내주었습니다. 게하시는 집에 물건들을 감추고 엘리사에게로 갔습니다.

  “보이지 않더구나. 어디에라도 다녀온 게냐?” 

  “아무데도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엘리사는 이미 게하시가 한 짓을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이 어찌 은을 받으며 옷을 받으며 감람원이나 포도원이나 양이나 소나 남종이나 여종을 받을 때이냐? 나아만의 문둥병이 너에게 들어 네 자손에게까지 미칠 것이다.”

  게하시의 살갗이 눈처럼 하얗게 되었습니다.      

  아합이 죽고 난 뒤 왕위를 계승한 아하시아는 2년만에 전하하고 그의 동생 곧 아합의 둘째 아들 요람(여호람)이 왕위를 계승했습니다. 요람 12년에 엘리사는 예후를 앞세워 혁명을 성공시켰습니다. 예후는 아합의 아내 이세벨과 그의 많은 아들을 모두 죽였으며 요람의 병문안을 온 유다 왕 아하시야도 죽였습니다. 예후는 28년에 걸쳐 통치하며 이스라엘에서 바알 숭배를 없애버렸습니다.      

<이세벨의 죽음>

  엘리사가 예후를 도와 혁명에 성공하고 예후가 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으로서 그 땅에서 바알의 흔적을 지워나갈 때, 유다에서는 아하시아를 이어 그의 어머니인 아달랴의 통치가 6년간 지속되었습니다. 이방 여인인 아달랴는 아들이 죽자 남편의 형제들과 그들의 아들들을 모두 찾아 죽여 버렸습니다. 

  여호람의 딸이자 아하시야의 누이인 여호세바는 아하시야의 어린 아들 요아스를 빼내어 숨겼습니다. 요아스는 아달랴의 손자였음에도 목숨이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아달랴가 통치할 때의 대제사장은 여호야다였는데, 그는 요아스를 왕으로 세울 기회를 노렸습니다.

  요아스가 일곱 살이 되던 해에 여호야다는 마침내 아달랴에 대항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지방을 다스리는 사람들을 설득해 안식일에 거사를 감행했습니다. 그는 병사들을 궁전과 성문과 성전에 각각 배치하여 아달랴와 그녀의 군인들이 다가올 수 없게 한 뒤 백성들을 성전 앞뜰에 모이게 했습니다. 백성들은 대제사상이 요아스에게 기름을 부어 왕관을 씌우는 모습을 보고 환호했습니다. 아달랴는 그 환호성을 듣고서야 반역이 일어났음을 깨닫고 옷을 찢으며 외쳤습니다. “반역이다!”

  여호야다는 부하들에게 그녀가 성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끌어내라 명했습니다. 아달랴는 왕궁의 말이 다니는 길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여호야다는 바알을 섬기는 무리와 아달랴를 따르는 관료와 병사도 모두 죽였습니다. 요아스는 이후로 무려 40년이나 유다를 통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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