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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Aug 31. 2019

요나

가장 위대한 기적

  요나는 유대 공동체를 상징하기 위한 창조된 인물로서 실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열왕기하 14장 25장에 잠시 언급된 요나와 동일인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자신들과 적대관계에 놓이면 하느님과도 적대적인 관계에 놓인다고 믿으며 이교도의 구원을 부인하는 배타적 사고방식을 타파하고자 함이 이 글의 위대한 집필 의도입니다. 훗날 예수 그리스도는 “악하고 절개 없는 이 세대는 기적을 요구하지만 예언자 요나의 기적밖에는 따로 보여줄 것이 없다.(마태 12장, 16장)”라는 말씀으로 요나 이야기를 언급했으며 그리스도로서 겪을 고난을 요나의 표징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성서 전체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입니다. 요나서는 기원전 4세기 또는 5세기에 쓰였을 걸로 추정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아밋대의 아들 요나에게 임했습니다. 

  "요나야, 너는 저 커다란 성 니느웨로 가서 그들에게 대항하여 크게 외쳐라. 그들의 악독이 내 앞까지 닿아 내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구나."

  그러나 요나는 하느님의 얼굴을 피해 다시스라는 곳으로 도망하려 욥바로 내려가 거기서 다시스 가는 배를 만나 뱃삯을 주고 그 위에 올랐습니다. 

  요나가 배에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다에 매우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나중엔 배가 부서질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배에 탄 사람들은 겁에 사로잡혀 각각 자기들이 섬기는 신을 찾아 부르는 한편 배를 가볍게 하기 위하여 물건들을 바다에 던졌습니다. 그러나 요나는 배 밑층에 내려가 잠을 자고 있어 사태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선장은 잠을 자고 있는 그에게 가서 그를 깨우고 말했습니다.

  "아니, 당신은 어떻게 이 와중에 잠을 자고 있단 말이오? 일어나서 당신이 섬기는 신에게 빌어 보시오. 혹시 그 신이 우리를 생각하시어 망하지 않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오."

  배 위의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는 이런 제안도 했습니다. 

  "이 갑작스러운 재앙은 틀림없이 우리 가운데 누군가가 신을 노엽게 해서일 거요. 그러니 제비를 뽑아서 이 재앙이 누구 때문인지 가려냅시다."

  "그럽시다."

  "그렇게 합시다."

  곧이어 그들은 제비를 뽑았는데, 요나가 뽑히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배에 탔던 사람들이 요나에게 물었습니다.

  "이 재앙이 무슨 까닭에 생겨났는지 어서 말하시오. 도대체 당신은 당신이 섬기는 신에게 무슨 잘못을 했소?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며, 어디서 왔으며, 고국은 어디이고, 어느 민족에 속하오?"

  사태를 깨달은 요나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히브리 민족 가운데 한 사람으로 바다와 육지를 창조하신 하늘의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오. 그분이 내게 명령하신 것이 있는데, 사실 나는 지금 그분의 얼굴을 피해 달아나는 중이었소."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며 말했습니다.

  "어쩌자고 그리 하였단 말이오? 당신 때문에 우리가 모두 죽게 되었지 않소?"

  바다는 점점 더 흉용해졌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요나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여야 저 바다가 잠잠해질 수 있겠소?"

  요나가 대답했습니다.

  "저를 들어 바다 속으로 내던지시오. 그러면 틀림없이 바다가 다시 잔잔해질 것이오. 여러분이 이 큰 폭풍을 만난 것은 바로 내 탓이기 때문이오."

  그러나 사람들은 요나의 말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살인을 범하는 죄였으며 또한 그들은 요나가 섬기는 신이 무섭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힘껏 노를 저어 배를 육지로 되돌리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거칠어지는 파도 때문에 도저히 그리 할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요나의 하느님을 찾으며 부르짖었습니다.

  "조물주시여, 바라옵고 바라옵나니, 이 사람의 목숨값으로 저희 모두를 멸망시키지 마옵소서. 무죄한 피의 값을 저희에게 묻지 마십시오. 이 사람을 바다에 던지겠나이다. 하느님은 하느님의 뜻대로 행하실 것임을 저희가 아나이다."

  그들은 요나를 붙들어 바다에 던졌습니다. 요나가 바다에 빠지자 신기하게도 곧바로 바람이 잦아들고 바다 역시 더 이상 뛰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몹시 두려워져 조물주 앞에 제물을 드리고 용서를 비는 예를 갖추었습니다.

  하느님은 요나가 바다에 빠질 것을 기다려 커다란 물고기를 예비하셨습니다. 물고기는 요나를 통째로 삼키었고, 요나는 그 속에서 사흘 밤낮을 지냈습니다. 

  물고기 뱃속에 들어가게 된 요나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제가 받는 고통 때문에 빌었더니 하느님께서 들으시고 응답하셨나이다. 지옥의 뱃속에서 부르짖었더니 하느님께서 제 음성을 들으셨나이다. 주님께서 저를 저 깊디깊은 바다 가운데 던지셨기에 큰 물이 나를 둘렀고 큰 물결이 내 위에 넘쳤었나이다. 제가 말하기를, '내가 비록 하느님 목전에서 쫓겨났을지라도 다시 그 분의 성전을 바라보겠노라.' 하였나이다. 물이 나를 둘러 영혼까지 끼쳤으며, 깊음 속에서 해초들이 제 머리를 에워쌌나이다. 내가 산의 뿌리까지 내려갔사오며 땅이 그 빗장으로 나를 오래도록 막았사오나, 나의 하느님께서 내 생명을 구덩이에서 건지셨나이다. 내 넋이 심히 곤할 때에 내가 하느님을 생각하였더니, 내 기도가 그 앞에 이르렀고 하느님 계신 거룩한 곳에 다다랐나이다. 무릇 헛되고 거짓된 것을 숭상하는 자는 하느님이 그에게 베푸신 은혜를 버리나, 저는 감사하는 목소리로 주를 위해에 제사를 드리며 용서를 빕니다. 조물주, 나의 하느님이시여, 제 안전을 지켜주실 분 하느님뿐이옵니다."

  요나의 기도를 들은 하느님은 물고기를 움직여 요나를 다시 육지에 토해내게 하셨습니다.

  물 밖으로 나온 요나에게 하느님은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당장 저기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내가 너에게 명한 바를 그 백성들에게 선포하여라."

  요나는 이번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니느웨를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앗시리아 제국의 수도인 니느웨는 꽤 큰 성읍이어서 사람이 사흘은 족히 걸어야 할 면적이었습니다. 

  요나는 성에 들어가자 그 백성들을 향해 외쳤습니다.

  "사십일이 지나면 니느웨 성읍이 무너지고 말 것이오."

  요나의 선포를 들은 니느웨 사람들은 그에게 자세한 것을 되묻지도 않고 그 당장에 마음을 돌이키더니 금식을 하며 굵은 베를 걸쳐 입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느님께 용서를 빌기 시작했습니다.

  소문은 임금인 아수르단 3세의 귀까지 들리게 되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임금은 보좌에서 일어나 화려한 옷을 벗고 굵은 베옷을 입고 재에 올라앉아 하느님께 용서를 빌었습니다.

  임금은 정승들에게 명하여 조서를 내리게 했습니다.

  "짐이 니느웨에 선포하노라. 사람이나 짐승이나 소떼나 양떼나 아무것도 입에 대지 말지니 곧 먹지도 마시지도 말라. 사람이든지 짐승이든지 다 굵은 베를 입고, 힘써 하느님께 부르짖을 것이며, 각기 그릇된 길에서 돌이키고 못된 짓거리를 일제히 멈추도록 하라. 허면 하느님이 혹시 뜻을 돌이키시고 진노를 그치사 니느웨가 무너지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을 줄을 누가 알겠느냐?"

  니느웨 백성이 일제히 악한 길에서 돌이켜 바르게 된 모습을 살피신 하느님은 사십일이 지난 뒤에도 내리리라 말씀하신 재앙을 내리지 않으셨습니다. 

  요나는 자신이 외친 재앙이 그대로 일어나지 않자 몹시 화가 나서 하느님께 불만을 토하며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내 이렇게 될 줄 진즉에 알았습니다. 하느님은 자비로우시고 좀처럼 노하지 않는 분이시라 틀림없이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않으실 줄을 저는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재빨리 도망을 간 것도 다 그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 이렇게 큰 망신을 당하였으니 제가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습니다. 제 생명을 거두어 가소서."

  그러자 하느님께서 되물으셨습니다.

  "요나야, 네가 그토록 화를 내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

  요나는 대꾸도 하지 않고 화가 난 채로 성 밖으로 나가 성의 동쪽에 앉아 그곳에 몸 둘 곳 삼아 초막을 지었다. 그 그늘 아래 앉아 성읍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를 지켜보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느님은 박 넝쿨을 준비하시어 요나 위에 가리게 하셨습니다. 박 넝쿨 그늘 덕분에 햇살이 직접 머리에 쬐는 괴로움을 피하게 된 요나는 매우 기뻐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요나가 잠을 자는 동안 벌레를 준비하시어 이튿날 새벽에 그 벌레들로 그 박넝쿨을 씹게 하시자 넝쿨이 곧 시들어 버렸습니다.

  해가 뜰 때 뜨거운 동풍이 따라 불었습니다. 해가 요나의 머리에 쬐자 요나는 고통스러운 끝에 하느님께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고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자 하느님이 그에게 물으셨습니다. 

  "요나야, 네가 이 박 넝쿨이 생겼다 없어진 일로 인해 화를 냄이 옳으냐?"

  요나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화를 내다 홧김에 죽는다 하더라도 합당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들어라. 너는 지금 네가 심지도 키우지도 않았으며 그저 하룻밤에 생겨났다가 하룻밤에 망한 그 박 넝쿨을 그토록 아끼었다. 하물며 앞뒤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 십이만 여명이나 있고 가축도 많이 있는 이 커다란 성읍을 내가 아끼는 것이 어째서 합당치 않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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