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펭귀니 Apr 20. 2024

진정한 고수는 속도를 조절할 줄 안다

롱런의 기술


"지금 이렇게 다리가 갑자기 툭 떨어지는 건 조절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거든요. 상, 하체를 원하는 대로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통증이 많이 줄어요."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다시 해보지만 역시 쉽지 않다.


"시속 30km로 운전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올렸다가 내려 보세요."


아뿔싸! 급정거가 주특기인 내 운전실력을 꿰뚫어 보신 건가? 뜬금없이 웃음이 새어 나온다.


"왜 웃으세요?"

"사실 급정거가 주특기거든요. 과속해서 과태료 낸 적도 있고요."


순식간에 엄숙하던 교육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저랑 하는 재활운동은 대부분 지금처럼 서서히 움직여야 할 때가 많을 거예요. 연습해 봅시다. 이번 주 숙제는 이걸로 하면 될 것 같네요."


집에서 숙제하며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조급해서 그르친 일, 더 나아가고 싶었지만 멈출 수밖에 없었던 순간, 내 뜻과 상관없이 닥쳐온 고난의 터널 속에서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려 전전긍긍했던 시간들.


어떻게든 살아야 했지만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차오르는 눈물에 그간의 서러움이 묻어나는 것만 같다.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구나.

제시간에 해내지 못할까 걱정돼서 조급했구나.

오래 잘하려면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해.'


이유 없는 시련은 없다는 말,

어떤 순간에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바로 세워가는 진정한 재활의 의미를 새롭게 알아가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똥몸을 향한 배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