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몸을 향한 배려
코어 힘이 없지는 않은데 충분히 강하지는 않아요
"코어 힘이 없지는 않은데 충분히 강하지는 않아요."
호흡운동을 하던 중 나의 뇌리에 꽂힌 선생님의 한마디.
'그냥 코어 힘이 부족하다고 하시면 될 걸 왜 이리 복잡하게 말씀하시지?'
속으로 잠시 생각했다.
"제가 똥몸이라서요."
'운동'이라는 영역 앞에서 난 늘 주눅 들었다. 이번 재활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도 어김없이 선생님이 놀라시지 않도록 미리 경고하지 않았던가.
'내가 민망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는구나.'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사소한 포인트에 감동받은 마음은 열심히 해보려는 의지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3개월간의 필라테스 강습을 통해 잘못된 호흡방식으로 목, 어깨가 굳을 수밖에 없는 스스로의 상태를 이미 인식했다.
갈비뼈에 손을 대거나 누워서 다리를 든 채로 호흡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복부를 써서 호흡하는 방식을 몸으로 익히는 시간. 어렴풋이 경험했던 복식호흡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이 과정이 생소하면서도 신기했다.
독서, 글쓰기, 피아노 연주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면서도 몸으로 하는 활동은 잘할 줄 모르고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등한시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등한시해 왔던 내 몸이 내 뜻대로 되지 않자 좋아하고 그럭저럭 잘 해낼 수 있었던 일들조차 할 수 없었고 일상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잘 모르면 알아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건강을 잃기 전에는 몸에 관한 공부를 불필요한 일로 치부해 왔기에 지금 내 몸을 알아가는 이 시간이 참으로 귀하고 감사하다.
복부를 사용해서 호흡하다 보니 왼쪽 갈비뼈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뭔가 잘못되어 가기보다는 유착된 근막이 일하기 시작하면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통증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잘못된 걸 바로 잡기 위해서는 마땅히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미약하지만 내 몸에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호흡은 그냥 되는 거지. 연습이 필요한가?'
건강을 잃기 전의 어리석은 내가 지금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세상에 결코 당연한 것은 없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바로 세워가는 이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하다. 그리고 온전히 이 시간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스스로가 제법 마음에 든다.
충분히 강하지 않은 코어가 충분히 강해질 때까지, 나의 재활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