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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Apr 03. 2024

아기와 함께한 재활

너는 나의 엔돌핀



어느덧 아기가 10개월이 되었다.


출산 후 두 차례의 한방병원 입원. 총 68일, 약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엄마 없이 지내야 했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 날까지 무럭무럭 자라 준 사랑이를 볼 때면 참 기특하고 고마울 뿐이다.


유모차를 밀고 산책하는 엄마들을 볼 때면 배가 아플 정도로 질투가 났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심하게 다친 왼쪽 어깨와 팔 통증으로 나는 영영 해내지 못할 것 같은 걱정에 마음이 자주 괴로웠다.


아직 치료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예전보다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용기를 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워 몇 차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내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마침내 산책로에 도착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했는지 목이 탔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었다.


'이게 되네?'


기분이 좋아서 계속 걷다 보니 벚나무가 반겨줬다.


"우리 사랑이 사진 찍으라고 부산시에서 산책로에 벚나무를 심어놨네."


아기에게 너스레를 떨며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눌렀다.


더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공사 중이라 돌아와야만 했다.


재활을 위해 의료기관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해내야 하는 영역도 있다. 혼자라면 지루했을 산책이 아기와 함께하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이곳 브런치에 나와 아기의 얼굴을 공개하기까지 숱한 시간을 고민했다. 특히 아직 의사표현이 힘든 아기의 사진을 공개적인 공간에 게시하는 행위가 윤리적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고민의 시간을 거친 후 답을 내렸다. 아기와 나의 얼굴을 공개해도 될 만큼 투명하고 떳떳하게 글을 쓰기로. 훗날 아기가 내 글을 읽을 수 있을 때 당당하게 내 보일 수 있는 글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글 쓰는 엄마라는 자부심은 브런치 작가로서 롱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과연 우리 아기도 나의 글을, 내가 엄마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할까. 잘 모르겠다.


다만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 찾아와 준 소중한 존재인 우리 아기로 인해 이전과 다른 차원의 행복을 맛보게 되었다는 것. 또한 앞으로도 떳떳한 엄마로 살기 위해 불평하고 원망하기보다는 치료와 재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해맑은 미소로 무장해제시키는 사랑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엔돌핀으로 같이 미소 짓게 되는 나. 진정한 재활이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바로 세워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해 보이는 이 행위가 내겐 숱한 노력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은 나의 소망이 있었다. 엄마가 아니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느리고 더디지만 점점 나아지는 내 모습. 이런 내가 나는 꽤 마음에 든다. 부디 우리 아기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또한 아기의 기억 속에 내가 자랑스러운 엄마로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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