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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Jul 05. 2024

모유수유의 비밀

뭣이 중헌디

출산을 하면 배가 무겁지 않아 홀가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제왕절개 수술 후 사흘 정도 지나자 젖이 차오르며 잠자기가 힘들 정도의 가슴 통증이 시작되었다.

시간에 맞춰 유축을 하고 열을 식히기 위해 양배추로 마사지를 하기도 했지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아기에게 유두를 직접적으로 물리는 행위를 직수라고 표현하는데 출산 이후 건강의 악화가 심했던 난 직수는 무리라 판단하여 유축에 집중했다. 초유라도 먹이려는 간절한 염원으로 모유저장팩에 한 방울 한 방울 소중히 모았다. 남편은 본인을 파트라슈라 지칭하며 신생아실로 모유저장팩을 배달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꽤 난감한 상황이었다.


유축이 너무 고통스러웠던 난 초유만 먹이고 과감히 단유를 하고 싶었지만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어느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축량이 상당한데요? 초산이라면서요?" (일반적으로 경산모에 비해 초산모가 유축량이 적다)


나름 모유수유 유망주였기에 쉽게 포기하기가 힘들었다. 일단 직수는 엄두가 나지 않아 계속 유축을 진행하며 고민을 하던 차 일이 터졌다. 눈앞에 번개가 치는 듯한 강도의 극심한 두통으로 새벽 3시에 인근의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모유수유는 무리로 보입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산후풍이 올 수 있다며 머리 감는 것을 금지시켰다. 아기를 맡긴 엄마이기에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었던 난 거지꼴인 내 모습을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모자라도 쓰고 있으려 했지만 관자놀이를 조이는 탓에 벗어야 했다. 모두가 반팔을 입고 있던 6월의 어느 날, 카디건까지 입고도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 이불을 요청했다.


결국 조리원 원장님께 단유를 선언했다. 모유수유 전문가이신 조리원 원장님께서 직접 가슴마사지를 담당해 주셨다.


"아까워서 어째.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도 있는데... 에구구 아깝다고 하면 안 되지! 내 정신 좀 봐!"


소탈하신 원장님의 말씀에 슬며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다. 모유수유를 간절히 원해도 사람의 인체는 각각 다르기에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어쩌면 모유수유를 간절히 원했던 누군가에게는 일찍 단유 하는 내가 이기적인 엄마로 보일지도 모른다.


 "사랑아. 엄마가 미안해. 대신 분유는 최고 좋은 걸로 먹여줄게. 약속해."


모자동실 시간에 속삭였던 그날 방긋방긋 웃기만 했던 착한 사랑이.


다행히 사랑이는 분유를 거부하지 않아 무리 없이 단유를 할 수 있었다.


아기에게 모유가 가장 좋다는 건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체는,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과학적으로만 움직이진 않는다. 생각보다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주관적인 영역이 대부분인 우리의 삶.


"좋은 엄마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에요. 아이와 함께 행복한 엄마죠."


드라마 산후조리원의 유명한 대사를 떠올려본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하는 세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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