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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Aug 09. 2024

내 곁의 행복

지금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남편의 육아휴직이 시작되었다. 부부가 동반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하여 오롯이 육아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도입된 ‘6+6 육아 휴직제도’ 덕분이다.

첫날은 기념으로 거주 중인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를 다녀오기로 결정하고 차에 올랐다. 불볕더위에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지만 아기의 미소를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피로가 녹아내린다.

해운대 해변열차 승강장에 도착하니 이곳이 대한민국 부산인지 해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평일 오후라 한산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을 보니 왠지 모르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랄까.

‘그만큼 이곳이 관광지로서 가치가 있는 곳이로구나.’

애써 마음을 다잡고 티켓을 발급한 후 열차에 올랐다.

“니하오.” (안녕)

어떤 할아버지께서 우리 아기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는지 다가와서 중국말로 인사하셨다.

“찌엔 따오니 헝다신.”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행히도 몇 년 전 중국에 여행 갔을 때 귀동냥으로 배운 한마디 말이 떠올라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한국분이시군요. 제가 착각을 했네요. 하하.”

점잖게 대답하시는 어르신. 친절하게 과자까지 건네시고는 아기가 예쁘다며 입이 닳도록 칭찬을 해 주셨다. 요즘 어린 아기를 보기 힘들어 아기만 보면 말을 걸게 된다며 수줍게 웃으시는 모습이 인자해서 닮고 싶은 분이었다.

“오빠. 우리가 중국 사람 같아 보이나 봐.”
“그런가? 해외여행 갈 필요 없네. 우리가 중국 사람으로 보이면 여기가 해외 아냐? 하하.”


남편과 농담을 주고받다 보니 종착지에 도착했다.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우연히 들어간 분식집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건장한 서양 사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 중이었다. 평소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아는 난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아기를 흘낏흘낏 쳐다보는 사내들의 시선이 느껴져 자꾸만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The baby looks like Japanese. So cute!” (일본 아기 같은데? 정말 귀엽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기는 주목과 관심의 대상이다.


“우리 아기를 자꾸 쳐다보는 것 같지 않아?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겠어?”


남편이 내게 물었다.


“응. 일본인처럼 보인다고 말하고 있어.”

내 대답과 동시에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해외여행이 대중화된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는 ‘개근거지’라는 말이 유행이다. 일부의 이야기지만 해외여행을 가 본 적 없는 아이를 놀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병리적인 비교로 병들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많은 부부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저 동네 바닷가에 다녀왔을 뿐인데 누군가는 우리를 중국인으로, 또 다른 어떤 이는 일본인으로 여겼다. 나에게는 그저 동네 바닷가였지만 그들에게는 이곳이 유명한 해외관광지다. 손에 잡히지 않는 저 먼 곳의 이상을 좇기보다 주어진 것 안에서 행복을 찾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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