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주차하고 내리는 데 덩치건장한 사내가 내게 와서 따지듯 묻는다.
"방금 후문으로 들어오셨죠?"
"네."
"아파트 단지 내에서 너무 과속하시는 거 아니에요? 닿을 뻔했어요. 천천히 좀 다니세요."
"글쎄요. 전 시속 30~40km/h로 달린 것 같은데요? 늘 그래왔고요. 어디 다치신 거면 진단서를 끊어오세요."
다친 것도 아니고 다칠뻔했다며 주차하는 곳까지 쫓아오는 게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쏘아붙였다. 사내는 나를 한참 째려보더니 아파트 구석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물론 내가 사는 아파트는 금연 아파트가 아니기에 제제할 명분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묻지 마 살인까지 일어나는 요즘 세상에 큰일 날 행동을 한다며 나무라는 남편이 야속했지만 걱정하는 마음을 알기에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 많다. 어떤 이의 시선으로는 나 역시 이해하기 힘든 사람일 터.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말자. 더 이상 이 사건이 오늘의 내 기분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아름다운 순간들로 채워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