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곳 치료 중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치료시기를 놓쳐 출산 후 건강이 많이 악화되었다.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부산 친정에서 공동육아를 하다 보니 남편과는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먼 거리를 주말마다 오가는 게 피곤하고 지칠 법도한데 나의 임신, 출산과정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괜찮다며 묵묵히 따라주는 마음이 참 고맙다.
공동육아 덕분에 아기가 6개월이라 한창 손이 많이 갈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주 3회 한의원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 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치료받을 시간과 환경이 주어짐에 하루하루 감사한 요즘이다. 침, 약침, 부항, 물리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중 교정치료 후에 제공되는 쌍화탕을 바로 복용하지 않고 집에 가져오다 보니 몇 개가 모였다.
“이번 주말에는 뭘 먹으면 좋을까?”
엄마가 물어보신다.
주말 특식은 철부지 딸과 결혼해서 주말마다 먼 거리를 오가느라 힘들 사위를 향한 엄마의 선물이다.
“쌍화탕도 제법 모였는데 백숙이나 먹을까?”
“그럴까?”
엄마는 쿠팡에서 오리를 주문하시고는 내일 메뉴는 오리백숙이라고 선포하셨다.
‘쌍화탕=오리백숙’은 우리 집에서만 통하는 특별공식이다.
드디어 오리백숙 D-day가 되었다.
아침부터 오리백숙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다.
엄마의 오리 다듬는 소리에 심장이 두근대는 나는 식욕충만한 35세 ENFP 아줌마다.
“점심 먹자!”
닭백숙도 아니고 무려 오리 백숙이다. 그것도 쌍화탕 두 봉지나 넣은 한방 오리백숙이라니.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한다.
“숙이네 오리가 최고야!”
‘숙이네 오리’란 엄마의 오리백숙 맛이 상품화해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라는 만족스러움의 표현이다.
“장사는 내 체질이 아니야!”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지!”
엄지를 척 추켜올린다.
가끔 오리 내장이 발견되어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뼈 그릇에 내려놓는다.
“오리백숙으로 해부학 공부라니, 신선한데?”
너스레를 떨어본다.
동생이 오리껍질이 징그럽다며 뼈그릇에 놓길래
“이걸 왜 못 먹어?”라며 내가 집어먹는다. 사실 먹어보니 나도 조금 거북하지만 오부심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