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기의 지혜
상대방을 평가하기보다 파악할 줄 알 때 마음이 가벼워진다.
남편과 결혼하고 만 5년이 흘렀다.
데이트를 할 때 함께 치킨을 먹으면 늘 닭다리 2개, 닭날개 2개를 나에게 주었고
생선이나 뼈 해장국 같은 음식을 먹을 때면 늘 가시나 뼈를 발라서 나에게 주었고
과일을 먹을 때는 항상 껍질을 까 주었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 늘 행복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은 달랐다.
좋을 때도 있었지만 크고 작은 일로 다툴 일이 많았고 그럴 때면 ‘역시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라며 내 선택을 종종 후회하기도 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
사실 결혼 후 단점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들은 결혼 전에 이미 내가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잘 몰랐던 부분도 종종 보였지만 그의 좋은 면 역시 그대로였다.
세상에 허물없는 사람이 있을까?
다만 그를 대하는 내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다.
소원했던 우리의 결혼생활에 아기가 찾아왔고 남편과 나의 관계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다툴 때가 있었지만 화해하려 노력했고 부모로서 잘 살고자 하는 의지는 연합의 씨앗이 되었다.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말은 옛날 사람들이 하는 고리타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부모가 성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니까.
성숙한 부모가 되고 싶었던 난 남편의 모습을 평가하기보다는 파악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이 사람은 말로 위로하는 것에는 서툴지만 행동으로서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이구나.’
‘이 사람은 이 영역에서는 객관적이지 못하구나. 나도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부분이 있을 테니까.’
‘이 사람은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평화롭기를 원하는 사람이구나.’
이 사람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말을 왜 그렇게 밖에 못해?”
“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해?”
“도대체 누구 편이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서투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역시 나의 서투른 점을 말없이 안아주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깨달아지니 눈물이 난다.
어질러진 내 물건을 정리해 주고
내가 바쁘다고 그냥 설거지통에 넣어둔 그릇들을 대신 설거지해 주고
삐뚤빼뚤 접어놓은 옷을 야무지게 펴서 구겨지지 않게 다시 접어주고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가야 할 때 회사에 말하기 껄끄러웠을 텐데 아무 말 없이 급하게 연차를 써서 병원에 함께 가주고
운전 미숙으로 엉뚱한 곳을 헤맬 때 데리러 와주고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받는 줄 몰랐던 지난날의 내가 후회되지만 자기를 소중히 대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을 귀히 대할 수 있기에
‘그땐 나도 힘들었잖아.’라며 나를 꼭 안아준다.
나를 안아주는 사랑으로 남편을,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허물이라 보이는 점들을 평가하기보다 파악할 줄 아는 지혜를 갖추고자 마음을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