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건강검진 결과 운동 부족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소견에 따라 저번 달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사실 20대 시절부터 건강검진 할 때마다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아기를 낳고 건강이 악화되어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했다.
‘난 다쳐서 아픈 것이니 치료가 필요한 거지 운동이 필요한 게 아니야. 운동하면 더 아픈 거 아냐?’
임신 내내 잠도 못 잘 정도의 통증으로 힘들었기에 운동해서 더 아플까 봐 겁이 났다. 산책 정도의 가벼운 운동 이외에는 전문적인 운동을 접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출산한 친구들이 필라테스로 육아할 때 발생하는 통증관리에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줄 때마다 ‘나도 한 번 해볼까?’ 싶다가도 ‘나는 다쳐서 아픈 것이니 나와는 경우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솟아 오르곤 했다.
‘해보면 알겠지. 운동 좀 한다고 죽는 건 아니니 일단 해보자. 제왕절개 수술도 했는걸.’
드디어 나의 필라테스가 시작되었다.
강사님께서 나의 몸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시고 필라테스 기구 설명과 함께 몇 가지 동작을 해보도록 도와주셨다. 보기에는 굉장히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곡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어이쿠야 아아악. 다른 분들은 이게 다 되시는 건가요?”
“처음에는 다 힘들어요. 잘하고 계세요.”
그렇게 50분의 우여곡절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게 웬걸? 몸이 개운하다.
동작을 하는 내내 내가 무사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이렇게 좋은 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시작할걸.’
아프지 않았다면 별 변화 없이 평화롭게 그럭저럭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근력운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알 수 없었겠지. 50대가 넘어서 깨달았을 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35살에 깨닫고 시작했으니 앞으로 더 건강해질 일만 남았구나. 아픈 게 억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감격스럽다.
건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에 의하면 근육량 1kg의 가치는 1300만 원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는 근육을 만들기 어렵기에 40대, 50대 때 적금들 듯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부모의 건강은 자녀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에 나의 근육량은 딸 사랑이를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엄마가 더 노력할게. 열심히 근육 만들어서 오래오래 행복하자.”
그렇게 나는 필라테스에 입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