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펭귀니 Dec 25. 2023

기분 좋은 행복 배틀

자랑해도 누구 하나 기분 나쁜 이 없고 지는 게 오히려 기쁜 생소한 매력

건강상의 이유로 부산 친정에서 공동육아를 한 지도 어언 6개월이 다 되어간다.

한 달이나 입원해야 했고 지금까지도 주 3회 한의원치료에 필라테스로 재활 운동을 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남편과는 주말부부로 지내는 중이다.

주말은 남편이 대부분의 육아를 담당하기에 비교적 다른 날에 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여타의 직장인들과는 다른 이유로 주말이 기다려진다.


드디어 대망의 토요일. 남편에게 마사지를 받고 오겠노라 호기롭게 선언하고 에스테틱으로 나섰다. 가격이 부담되어 자주 못 가기에 내 마음은 곧 다가올 개운함을 향한 기대로 콩닥거렸다. 도착하니 원장님께서 여전히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신다.     


“오늘 몸 컨디션은 어떠세요?”


내 몸 상태를 확인 후 통증관리가 시작되었다. 원장님께서 관리 진행 중 내 몸과 관련하여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설명해 주셨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고 평소 자세가 좋지 않은 데다가 부상까지 입어 목, 어깨가 좋지 않으니 이런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몸소 시범까지 보여주시는 프로정신이 감격스럽다.     


아무래도 신체 컨디션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기에 다쳐서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놓을 때가 종종 있는데 원장님은 임신 기간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웠던 나의 마음을 잘 공감해 주실 때가 많았다. 가끔은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간신히 참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도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응? 내가 웃고 있네?’     


나도 내가 신기했다.      


“35살에 다치길 다행이라 생각해요. 계속 운동도 멀리하고 나쁜 자세와 습관의 위험성을 모르고 살았다면 당장은 아프지 않아도 나이 들어가며 아플 수밖에 없었을 텐데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잖아요.”     


‘아니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저도 50살에 어깨수술 한 거 다행이라 생각해요. 70살에 했으면 회복하기 더 힘들었겠죠?”      


서로 자랑을 하는데 누구 하나 마음 상하는 일 없이 이다지도 기분이 좋다니.     


이게 행복이구나.


어깨수술 후에도 여전히 몸을 관리하며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해내는 원장님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사랑이에게 더욱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난다.     


좋은 기운을 받았으니 나도 꼭 그렇게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기분 좋은 관리 시간이 끝나고 집에 왔다. 남편이 한 주간 힘들었을 텐데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라고 한다.     


‘이게 웬 횡재야?’     


배달어플을 켜서 나의 힐링푸드인 빠네 크림파스타를 주문했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쇼팽의 녹턴을 틀어준다.     


‘아기 때문에 밖에 못 나가니 기분이라도 내라고.’     


비록 내 모습은 운동복을 입고 허겁지겁 파스타를 공략하는 한 마리의 하마 같지만 음악 하나로 고급 레스토랑이 된 느낌이다. 그래도 하마이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한참 먹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오신다.     


“엄마 목욕 다녀왔다.”     


발그레한 볼과 환한 미소로 등장하셔서는 게걸스럽게 먹는 나를 보고     


“그렇게 맛있어?” 라며 웃으신다.     


“15,000원으로 이렇게 행복한 여자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난 목욕비 6,500원으로 더 행복한데? 여기 있다 그런 여자.”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부와 명예를 자랑하는 시대에 가성비 행복배틀이라니. 흥미진진하다.     

누가 누가 저렴하게 행복할 수 있나 자랑하는 대회가 열렸다.     

엄마에게 졌는데 전혀 기분 나쁘지가 않다. 엄마가 나보다 더 행복하다니 내 마음도 벅차오른다.     


행복이란 거 별 거 아니구나.


이렇게 또 깨달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이라는 말에 관한 고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