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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Jan 03. 2024

있는 그대로의 존중에 관하여

MRI의 반전

이 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당부드립니다. 지금부터 써 내려갈 이야기는 저의 주관적 경험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정확한 정보는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2023년 7월. 목, 어깨의 극심한 통증, 눈과 이마까지 조여 오는 두통으로 목, 어깨, 허리 부위 MRI를 촬영했다. 이전에 심한 두통으로 응급실 내원 후 머리 부위는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기에 머리 부위 MRI는 촬영하지 않았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는 왼쪽 팔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동반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경추 4,5,6번 부위의 디스크가 의심된다고 하셨다. 임신 기간 내내 잠을 자기 힘든 통증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기에 MRI 촬영 결과가 궁금했다.     


MRI 촬영결과 경추는 4,5,6번의 배열이 약간 틀어져 있고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지만 목디스크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목 뒤쪽이 염증으로 부어 있어 해당 부위의 직접적인 치료를 시행하기로 치료 방향이 결정되었다. 어깨는 파열된 부위는 없으나 이두근힘줄염으로 판정되었고 꾸준한 보존치료와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하셔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대체 목디스크도 아니고 어깨에 파열된 부위도 없는데 이렇게 통증이 심했던 이유는 뭘까?     


문제는 허리였다. 요추 5번, 천추 1번에 허리디스크가 중기 정도로 진행된 상태였고 천추 1번은 수핵 탈출로 하지 쪽의 신경을 누르고 있다고 했다. 골반이 아팠고 절뚝거리며 걷기는 했지만 목, 어깨의 통증에 비하면 참을 수 있는 정도였기에 적잖이 당황하고 놀랐다.    

 

통증은 주관적이다. 따라서 의료진이 통증을 사정할 때 활용하는 NRS, VAS 등의 통증척도도 환자의 응답에 의존한다. 심각한 통증으로 힘들었던 목, 어깨, 머리(두통)보다 허리가 문제라니.     


이것이 인체의 신비인가?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삶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러나 기술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도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다. 마치 내가 몸소 경험한 인체의 신비처럼.     


삶을 살아가다 보면 도무지 합리적인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을 만난다. 문명의 발전도 우리 삶에 닥쳐올 모든 재앙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특히 사람의 마음은 한 가지의 분명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다.     


“선생님 제가 꾀병일까요?”

“꾀병 아니에요.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한 분들에게서 종종 보이는 증상이에요. 그리고 임신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웠잖아요.”     


내 병이 꾀병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설명하기 힘든 영역을 이해받는 것. 이 경험이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논리적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그 대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설명하기 힘든 서로의 주관적인 영역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줄 줄 아는 마음. 이 마음이 사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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