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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Dec 27. 2023

부러진 손톱의 교훈

마음의 균열도 언젠가는 봉합된다

얼마 전 휴대폰 거치대에 끼워 둔 휴대폰을 꺼내다가 손톱이 부러졌다. 출산 이후 손가락에  힘을 줘야 하는 일을 할 때면 손톱이 자주 부러진다. 여기저기 관절이 아파서 힘든데 손톱까지 약해졌나 싶어 가끔 서글프다.     


일상에서 손가락의 역할은 꽤 비중이 크다. 그래서 손톱이 부러지면 성가실 일이 많다. 옷을 입을 때 부러진 손톱 사이로 실밥이 걸리기도 하고 머리를 빗다가 머리카락이 걸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악!’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부러진 손톱이 무사한 지 안위를 확인한다.


그렇다고 붕대를 감으려니 샤워할 때나 손 씻을 때 등등 손이 물에 닿을 때마다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당하기가 싫어 꺼려진다.


적당히 버티고 살면 언젠가 손톱은 새로 자라나겠지만 이번에는 꽤 심하게 금이 가서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를 어쩐담?     


얼마 뒤 아기 데리고 장거리를 다녀와야 할 일이 있어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손톱이 확 부러져서 피라도 나면 어째?     


기우라며 비웃을 수도 있지만 아기를 돌보다 보면 급하게 움직여야 하는 일이 많기에 손톱의 안위까지 신경 쓰는 건 무리다. 결국 고민 끝에 네일숍을 방문하기로 했다. 네이버에서 가까운 네일숍 몇 군데를 검색 후 무작정 찾아가 봤다.     


첫 번째 네일숍은 폐업. 두 번째 네일숍은 예약제라 불가.     

딱 한 군데만 더 가보자 하며 찾아간 세 번째 네일숍에서 내 손톱을 구했다.     


그 많던 네일숍은 어디 갔을까 한탄하던 중 만난 세 번째 네일숍 사장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꼼꼼하고 친절하게 내 손톱을 구제해 주셔서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돌아왔다. 부러진 손톱 하나 붙였을 뿐인데 일상생활이 한결 편하다. 손톱이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기분도 훨씬 나아진다.


부러진 손톱처럼 크고 작은 일들로 소중히 여겼던 관계에 균열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네일숍에서 손톱을 붙인 후 일상이 가벼워졌듯이 다시 만날 인연이라면 또 언젠가 다시 가까워질 기회도 찾아오겠지. 다만 너무 쉽게 관계를 끝내기보다 네일숍 세 군데를 찾는 것 이상의 노력은 해 보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조금 더 노력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잠시 고민에 잠겨보지만 손톱이 부러지는 걸 원하지 않았듯이 살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혹여 기회가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손톱이 자라나듯 내 마음의 균열도 언젠가는 봉합될 테니.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의미 있는 누군가와 소원해진 관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돌이킬 수 있도록 노력해 보되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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