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방치해 둔 작은방 정리를 시작했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일단 가득 쌓인 책부터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빽빽하게 채워진 책꽂이를 비울 때마다 가슴이 뻥 뚫린 듯 속이 시원했다.
더 이상 보지 않는 책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알라딘 어플로 중고책 판매가능여부 및 매입가를 조회한 후 판매할 책을 캐리어에 담았다. 집 밖을 나서려는데 비가 왔다. 혹시 책이 젖으면 안 되니 가방을 야무지게 닫고 우산을 챙겼다.
알라딘중고서점에 도착 후 가져온 책을 꺼내 직원분께 건넸다. 총매입가는 약 12000원. 소소하게나마 용돈이 생겼다.
중고책은 책의 상태에 따라 매입가격이 결정된다(최상, 상, 중, 하) 나에겐 똑같이 소중한 책들이지만 판매를 원한다면 서점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야만 한다. 심지어는 재고가 많으면 도서판매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냥 버리기엔 좋은 책들이기에 판매가 어려운 책은 기부하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한 곳에 모아두었다.
우리를 평가하는 자는 누구인가?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등급이 높은 책은 파는 이의 입장에서는 이익일지 몰라도 저렴한 중고책을 구매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외면받기 쉽다.
판매가 불가능한 책은 기부하거나 선물하면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다.
서점의 기준과 부합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요긴하게 읽힐 책. 우리의 존재도 이와 같다.
그저 존재한다면 어떻게든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
마치 내 책장에 꽂혀있던 책들처럼.
현재 부산에서의 공동육아를 마치고 경기도 신혼집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중입니다. 적극적인 브런치활동은 어렵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간결한 에세이로 만나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리할 것들이 많아 적극적인 소통이 어려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늘 감사드리며 무더위에 늘 평안하시길 바랍니다.